[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박진숙 대표(에코팜므)는 국내 이주민 여성을 돕는 활동가다. 콩고, 베트남 등에서 온 이주민 여성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교육하고,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재능 계발 교실을 운영한다. 이주민 여성이 생활비, 생필품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하면, 긴급 모금을 해 이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김승무 대표(인권실천시민행동)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구 지역에서 노숙자 복지,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왔다. 홈리스지원센터, 비정규직상담센터 등을 비롯해 교회 바로 세우기 운동을 펼치는 교회개혁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재소자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매달 무연고 재소자를 방문 및 상담, 영치금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사회에서 약하고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일이 기독교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이 같은 '사역'을 펼치고 있다. 김승무 대표는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외받고 외면당하는 이들의 삶이 개선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일에 헌신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광수 목사가 시무하는 수원성교회는 사회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전문가를 사회선교사로 파송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통받는 사람 외면하며
하나님나라 외칠 수 없다

박진숙 대표와 김승무 대표는 수원성교회(안광수 목사)가 파송한 사회선교사다. '사회 선교'는 해외 선교, 국내 선교, 미전도 종족 선교 등과 달리 교계에서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5월 20일, 안광수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회 선교에 대해 물었다. 그는 불의를 훼파하고 공의를 바로 세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하나님나라는 복음 전도와 영혼 구원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하나님은 믿는 사람, 믿지 않는 사람 모두 창조 세계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교회는 믿지 않는 이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통에 신음하고 눈물 흘리는 이들을 외면하며 하나님나라를 말할 수 없다."

교회가 직접 사회 선교 활동을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수원성교회는 현역 전문가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사회선교사 제도를 만들어, 비정규직 문제, 이주민 노동자 복지, 이주민 여성 인권, 탈북자 처우 개선 등 여러 영역에서 뛰고 있는 활동가에게 매달 50~6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수원성교회 사회선교사들은 1년에 두 차례 수원성교회에 모여 서로의 삶과 사역을 나눈다. 사진 제공 남기업

매달 지원금을 보내는 게 다가 아니다. 내후년은 사회선교사 제도가 설립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수원성교회는 교인들이 사회 선교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은 사회선교사를 1년에 두 차례 일요일 저녁 예배 설교자로 세워, 교인들이 이들의 사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와 축복
세상에 흘려보내야 할 때

사회선교사 제도를 처음 교회에 제안한 사람은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이다. 그는 수원성교회 집사다. 5월 24일, 토지+자유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남 소장은 취지를 설명했다. "젊을 때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했던 활동가들이 한창 전문성을 펼쳐야 할 시기에 생활고 때문에 일을 관두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교회가 이들을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회선교사 제도를 건의했다."

수원성교회는 5,000명에 가깝게 출석하는 대형 교회다. 남 소장은 당회에 사회선교사 제도를 요청했을 때 당회원들 표정이 안 좋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당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고 들었다. 교회가 무슨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을 돕냐며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담임목사 생각은 달랐다. 안광수 목사는 사회선교사 제도의 의미를 설명하며 반대하는 장로들을 설득했다. 그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창조 세계를 아름답게 가꾸고 섬기라고 명령했다. 교회는 세상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회가 모든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각 분야에서 일하는 분을 지원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펼치도록 돕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취지를 설명하자 장로들도 모두 수긍했다"고 했다.

안광수 목사 역시 처음부터 사회 선교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는 반평생 보수적인 신앙만을 갖고 목회를 해 왔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영혼 구원만이 교회 목적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광수 목사는 젊은 교인에게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교인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을 교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는 지금도 교인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에는 사회 선교에 앞장서는 사회환경선교부가 있다. 그들에게 부탁했다. '나는 보수적인 신앙 안에서 자랐다. 여러분들이 나를 많이 가르쳐 줘서 내가 균형 있는 목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교인들이 추천해 준 책을 읽고 이들과 대화를 하며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안 목사는 한국교회가 전도, 성장에만 열을 내지 말고 사회 선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그 일(전도, 성장)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교회가 하나님의 공의를 위해 각 영역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를 지원하고 기도해 주고 격려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교회는 하나님께 많은 은혜와 축복을 받았다. 이제는 이를 세상에 흘려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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