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 동서울노회가 사랑의교회 강남 예배당에서 설교한 목사들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동서울노회는 5월 16일 당사자들에게 "귀하는 동서울노회 소속 목사인데도, 사랑의교회 반대파 집회에 참석하여 수차례 이상 집회 설교를 했다는 증거가 제출되었으니 소명하라"는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증거 자료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제출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는 매주 주일 강남 예배당에서 자체 마당 기도회를 연다. 설교자는 매주 돌아가며 초빙한다. 이 중에는 동서울노회 소속 목사도 세 명 있었다.

사랑의교회는 4월 열린 정기노회에서 '강남 예배당에서 목사들이 설교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목사들 설교를 금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대신 노회에 소속된 목사가 교회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을 하면 경계·지도하기로 했다. 구체적 사안은 노회 임원회에 맡겼다.

노회 임원회는 소속 목사들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요구서에는 '반대파 집회에 참석 및 해(害)교회 행위의 건'으로 나와 있다. 동서울노회 목회자 중 강남 예배당에서 설교한 이들은 세 명이다. 이 가운데 한 목사는 노회 관계자로부터 "강남 예배당 가는 것 자체가 해교회 행위의 소지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당사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면서도, 일단 노회에 출석해 임원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목사는 "강남 예배당 가서 통상적인 설교를 했다. 서초에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편 가르기 식 발언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무슨 해교회 행위를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우선 출석해 노회가 어떤 입장인지 확인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목사도 "가서 싸우라고 부추기는 설교할 목사가 어디 있느냐. 설교 자체를 해교회 행위라고 하는데, 노회가 설교를 들어 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서울노회는 이번 출석 요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일 뿐, 결론을 정해 놓고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학규 노회장은 5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사랑의교회에서 그런 청원을 했으니 양쪽 입장을 다 들어 봐야 한다. 그렇기에 목사들을 불렀다. 한쪽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하려는 게 아니다. 결론을 내려놓고 시작하는 건 없다. 어떤 방향으로든 양쪽 입장을 듣고 지도할 부분은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동서울노회 내에도 사랑의교회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목사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 사정을 잘 아는 한 목사는 "사실 노회에서도 사랑의교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어쨌든 접수된 사안이니 집행은 해야 하지 않느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의교회가 저렇게 나오는데 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예배당에서는 매주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교인 800여 명이 매주 따로 기도회를 연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랑의교회는 강남 예배당에 가는 목사들이 '교회 분열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주연종 목사는 5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단에도 헌법과 정관이 있다. 규약이 있으면 지켜야 한다. 교단 권징 조례를 보면 교회를 분열하는 것은 중죄다. 많은 목사가 오가지만 우리 노회 교역자들에 대해서는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 목사는 "강남 예배당에 간 목사들을 치리해 달라고 청원하지는 않았다. 치리 여부는 노회의 권한이고 우리는 이 문제를 들여다봐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황성철 교수(총신대 은퇴)가 "사랑의교회 부목사로부터 연세 드신 분이 처신 잘하셔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황 교수는 "그 목사가 나더러 '교회를 분리시키는 쪽에 가서 말씀을 전하시는 것은 교회를 더 분리시키는 행동 아니냐. 그러면 면직도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는 말도 했다. 노회가 어디인지도 물어 봤다"고 썼다.

주연종 부목사는 자신이 그 말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 교단 신학교에서 실천신학을 가르친 분이지 않나. 그런 분들까지 교회를 분열시키는 행동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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