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2060년까지 탈핵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정당 및 시민단체들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탈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5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있는 광화문 KT 본사 앞에 모여 문 대통령의 탈핵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한국YWCA전국연맹·노동당·녹색당·정의당·에너지정의행동·한살림연합·환경운동연합 및 핵발전소 근처에 거주하는 피해 주민 등 다양한 단위에서 참여했다. 월성 1호기가 있는 경주에서 올라온 월성원전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 씨가 피해 주민들의 실상을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국민연대 박혜령 위원장이 발언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월성 1호기 수명 연장하지 말라고 반대 운동한 지 1,008일을 맞았다. 그러나 월성 1호기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전 주민은 '삼중수소'라는 방사능에 피폭되고 있다. 주민들은 더는 이곳에 살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힘으로는 깨끗한 곳을 찾지 못한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깨끗한 곳으로 보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애타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거절하고 있다. '법이 없다', '방사능은 기준치 미달이다'고만 한다. 우리는 소수지만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우리 아이들도 방사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지 않나. 우리도 방사능 없는 곳에서 아이들 키우고 싶다."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박혜령 위원장도 발언했다. 그는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영덕에서 출발했다. 박 위원장은 정권 교체 후 문재인 정부에게 바라는 점을 언급했다.

"사람들이 정권이 바뀐 후 공기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영덕도 마찬가지다. 많은 고통 속에 살아 왔던 주민들이 이제는 고통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있기 2개월 전, 정부는 주민 동의 없이 영덕에 핵발전소 설립을 추진했다. 그 계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봤는데도 정부는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그 계획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정부가 될 거라 믿는다.

얼마 전 후쿠시마에, 30초만 노출되어도 사망할 수 있는 높은 방사능이 원자로를 뚫고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은 전 세계를 흔들었다. 5월 21일에는 스위스도 2050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할 수 있다. 영덕과 삼척, 울진, 경주 등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의 고통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덕, 삼척, 울진, 경주, 부산이 제2의 후쿠시마가 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발전소 폐기 정책을 요청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서울 녹색당 김영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 한국전력, 한수원이 지역 주민들에게 한 행태를 비판했다. 지역 주민이 발언하자, 몇 시민이 관심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2012년부터 KT 본사 앞에서 원안위의 잘못된 결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해 온 녹색당에서도 발언했다. 서울 녹색당 김영준 공동운영위원장이 나와 정부, 한국전력, 한수원이 그간 지역 주민에게 해 온 행태를 지적했다.

"이들은 핵발전소 승인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터잡기 공사를 하며 주민들의 삶을 빼앗았다. '방사능은 기준치 미달'이라며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피폭 사례를 무시해 왔다.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지 않아, 현재 세워진 설비만으로도 전력 사용이 충분하지만, 핵 산업계 이익을 대변하며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핵발전소를 유치하면서 투기를 용인하고도 있다. 정부는 핵 산업계 이야기만 듣고 주민의 말은 무시한다. 고통을 주민들에게 오롯이 전가할 뿐이다.

스위스는 2050년까지 탈핵하기로 결정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 요금 인상까지 국민 합의로 결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스위스가 2050년까지 핵발전소 5개를 멈추겠다고 한 건 너무 느슨한 결정이다. 문재인 후보 역시 2060년까지 탈핵을 공약했지만, 그 시간까지는 43년이 걸린다. 그 시간만 기다리기에는 탈핵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일단 건설 계획이 있거나 건설 중인 신규 핵발전소를 멈춰야 한다. 설계 수명이 넘은 핵발전소도 폐쇄해야 한다. 핵발전소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핵폐기물까지 관리해야 한다. 녹색당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 산업용·가정용 전기 요금 개편을 요구할 것이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6월 말까지 문재인 정부에 탈핵을 요구하는 집중 행동을 펼칠 예정이다.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이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2017년 탈핵 원년,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은 이제 시작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 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사상 첫 조기 대선이 이뤄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많은 사회 이슈들이 후퇴를 거듭했기에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았고, 이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겨우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 우리는 그 기대감이 탈핵 정책 추진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과 다양한 정책 협약을 통해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 신울진 1,2호기에 대한 공사 중단과 재검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허가 무효 소송 항소 취하 및 폐쇄, 영덕과 삼척 등 계획 중인 핵발전소 백지화와 전력 개발 사업 실시 계획 해제, 고준위방폐물 관리 계획 전면 재수립 및 재공론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와 제2원자력연구원 건설 계획 재검토, 핵발전소 인근 피해 지역 주민 대책 마련, 탈핵 로드맵 작성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그간 추진되어 오던 핵발전 위주의 전력 정책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으로 이 공약들이 실현된다면, 올해는 핵발전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탈핵 원년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그간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대형 핵 사고나 한반도 지진 위험, 핵 산업계의 각종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증설 계획을 계속 추진해 왔다. 또한 핵폐기물 관리와 사용후핵연료 연구 등에 있어서도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계획 추진을 일삼아 왔다. 그간 계속 추진되어 온 정부 정책과 광범위한 이슈를 고려할 때, 이 모든 것이 실현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탈핵 정책 실현은 더 이상 멈출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무효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취소 판결을 냈지만, 원안위는 항소를 취소하지 않아 5월 23일 1차 항소심 재판이 열린다. 한편 하루하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매몰 비용은 늘어나고 있고, 영덕과 삼척 등 신규 핵발전소가 계획 중인 지역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월성 핵발전소 앞 지역 주민들의 이주 요구 천막 농성은 벌써 1,000일을 넘었고 밀양과 횡성 등 핵발전소의 전력을 옮기기 위한 초고압송전선로가 운영 중이거나 추가 계획 중인 지역의 지역의 싸움도 계속 되고 있다. 경주와 영광에선 고준위핵폐기물 임시 저장고 증설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올해 7월부터는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되는 등 박근혜 정부가 진행하던 다양한 정책들은 정권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적극적인 탈핵 의지 표명과 공약 이행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시급을 다투는 문제부터 시작하여 탈핵 정책 추진을 위한 절차와 방법을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내용이 다음 달까지 작성될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담겨 향후 국정 운영에 핵심 과제로 탈핵-에너지 전환 정책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정 과제 선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주무부서 장관과 청와대의 인적 구성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탈핵 정책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인사들이 제대로 된 철학을 갖고 탈핵 정책을 총괄하여야 한다. 그간 핵산업계와 전력 업계 이해관계 속에서 대규모 핵발전소와 석탄 화력 발전소 등을 추진해 온 인사들이 이런 일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오히려 새 정부 탈핵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약속한 공약과 협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과 공약은 헛된 공약이 아니라, 준비된 정책 공약이라 믿기에 이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 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탈핵-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반발과 역경이 있을 것이다. 이에 탈핵 운동 진영은 더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탈핵 한구을 보다 빨리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 탈핵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공약을 이행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 탈핵 진영의 노력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향후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더 적극적으로 지켜볼 것이며, 진정한 탈핵 한국이 만들어질 때까지 목소리를 높여 나갈 것이다.

2017. 5. 23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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