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유영 기자] '통일 대박'. 지난해까지 우리 사회를 혼란하게 했던 말이다. 통일하면 대박이라고 외치던 정부의 실제 태도가 구호와 달랐던 까닭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은 폐쇄됐고, 통일부장관은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남북 간 대화는 사라졌다. 안보를 외치는 목소리는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4년 동안 한국 사회는 통일과 멀어졌다.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은 출범 4일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5월 14일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언론 보도와 논설이 늘었다. 국민도 우려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기간, 4월 위기설이 나돌았던 탓이다. 북한과 대화를 기대했던 국민도 '도발', '미사일 발사' 등의 소식에 난감하다. 통일해야 하는 과정이 지난할 터인데, 대결 구도로 남북 관계가 이어질까 걱정한다.

이 시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기독교인은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반도평화연구소 사무국장을 지낸 북한 관계 전문가 윤환철 미래나눔재단 사무총장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5월 16일 등촌동에 있는 미래나눔재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윤환철 사무총장. 뉴스앤조이 유영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민간 교류를 포함해 평화를 위한 남북 교류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는가.

북한 김정은 정권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라 확답할 수는 없다. 남북 교류는 이중문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우리 정부가 교류를 허가해도 북한이 반대하면 이뤄지지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북한이 교류를 원했지만,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 양쪽 손바닥이 맞아야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래도 새 정부는 4년 동안 끊겼던 남북 교류를 재개할 역량을 갖췄다고 본다.

- 북한이 14일 발사한 미사일은 문을 닫겠다는 신호인가.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상황만 보아서는 안 된다. 한반도 정치·군사 문제는 미국과 관련이 깊다. 북이 미사일을 쏜 날, 핵항공모함 칼빈슨이 한반도에 있었다. 언론도 칼빈슨 도착으로 긴장이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우리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위협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핵항공모함은 혼자 이동하지 않는다. 전단이 함께 이동한다. 미국 항공모함 일개 전단은 한 국가 전투력이라고 보면 된다. 북한 미사일보다 항공모함 칼빈슨이 더 강력하고 위협적이다.

미국에서 보낸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우리에게는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착시 현상을 경험한다. 핵항공모함이 엄청난 군사적 압박이라고 인지하지 못한다. 양쪽이 군사 대결을 하는 건데, 북한이 하는 행동에만 집중한다. 우리는 우방과 군사훈련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 국가에는 큰 위협이다.

모든 전쟁은 훈련에서 시작한다. 선전포고로 전쟁을 시작하는 건 동화 속 이야기다. 훈련한다고 하다가 전쟁으로 가는 것이 전쟁을 시작하는 일반 과정이다. 군사 훈련이 전쟁 암시라는 이야기는 성경에도 나온다. 미가서 4장 3절에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한다"고 했다.

우리 행동은 무시한 채 북한의 행동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모든 무력 행위가 우리 탓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이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환경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동해에 머물고 있는 핵항공모함 칼빈슨 같은 요소를 확인하며 한반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칼빈슨 핵항공모함 전단. 핵항공모함 전단은 국가 전투력에 비유된다.

-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남북 관계를 가장 많이 퇴보하게 했다. 특히 개성공단 폐쇄는 최악의 선택이다. 보수적 학자들에게도 비판받았다. 이명박 정부도 하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이 많았다. 폐쇄를 국민에게 알리는 통일부장관도 다른 사람 생각인 것처럼 발표했다. 나중에 드러났지만 최순실이 뒤에 있었다. 지난 정권 때문에 남북 관계가 황당한 일을 당한 것이다.

- 새 정부의 통일 공약은 어떻게 보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를 주변국과 협력해 해결하고 민생에 중심을 둔 통일, 남북 협력에서 국회의 역할 증대, 경제와 안보의 선순환을 통한 남북 경제 공동체 구상 등이다. 이런 정책 방향은 긍정적인데, 사실 박근혜 정부 공약도 비상식적이지는 않았다. 공약을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 공약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북한과 대화한다고 했을 때, 야당에 공격당할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 야당은 남북 대화는 이전 정부에서도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안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남북 공동 경제 번영을 위한 경제 공동체 이야기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DMZ 평화생태공원, 철도와 도로 연결 등을 입에 담았다. 이러한 일들은 긴밀한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전 정권도 약속했던 사안을 새 정부가 이행하려고 하는데, 야당이 반대한다면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최근 있었던 2007년 남북 정상 회담의 주역이기도 했다. 3차 남북 정상 회담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2012년 대선 공약에는 회담 날짜도 정해 두었다. 6·15 공동선언이 있었던 첫 회담을 기념해 2013년 6월 15일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정상 회담 공약이 없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등을 중단하도록 해야 하고, 북한을 제재하고 있는 미국도 설득해야 한다.

남과 북은 모든 관계에서 회복이 필요하다. 교류가 활발해지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가속페달을 세게 밟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교류를 넓혀 가며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도록 끌고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잘해 나가기 바란다.

박근혜 정부의 퇴보한 통일 정책을 보여 준 개성공단 폐쇄. 뉴스K 영상 갈무리

-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통일 정책을 주도하던 기간에 교회의 통일 열망도 많이 낮아졌다. 남북 교류가 전환점을 맞을 시기에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의 민간 교류는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북한과 교류하려고 해도 정부가 허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교회가 바꿔야 한다. 교인도 시민이다. 시민이 정부를 선출한다. 전에는 남북의 문을 닫아 버릴 정부를 세워 두고 교회 역할을 논하니 통일을 위해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세웠다. 교류를 위한 두 개의 문 중, 한국 문은 열렸다고 본다. 교회는 교류와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면 좋겠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 왕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 선교를 강조했던 교회들도 이것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선교도 만나야 할 것 아닌가. 교회는 계속해서 남북의 만남과 교류를 지지할 수 있는 정부·자원·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기독교인이 통일 문제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운동경기가 떠오른다. 기독교인들은 관중, 심판, 선수 중 무엇일까. 보통 관중 입장에서 본다. 직접 나서지 않고 멀리서 지켜본다. 그러다 심판을 보려고 한다. 코치가 되기도 한다. 잘잘못을 따지고 훈수만 두려고 한다. 정작 선수로서 뛰지는 않는다.

교회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수동성이다. 남북 관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널리 열려 있지 않았던 까닭이다. 거기에 통일과 북한에 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독교인들이 시민으로서 정부에 정보 제공과 교육을 요구해야 한다.

- 한국교회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보가 있는가.

지식이 망가지면 허황된 기도를 하게 된다. '붕괴론'과 '흡수통일'이 대표적인 예다.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해도 북한 땅은 한국 영토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이 붕괴하면 우리가 달려가 깃발을 꽂고 교회를 세운다는 허망한 그림을 그린다. 그것을 북한 선교라고 생각하며, 북한이 망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 한국은 평안도·함경도 등 북한 땅 도지사도 임명하지 않는가.

북한 지역에 도지사를 임명하는 것과, 북한이 망했을 때 한국 영토로 편입하는 일은 전혀 상관이 없다. 이미 국제법으로 세 차례나 확인된 결과다. 먼저 1948년, 남한 정부가 수립되며, 국제사회에 영토를 삼팔 이남으로 승인받았다. 북한은 우리 영토가 아니라고 스스로 선을 그은 것이다.

다음은 6·25전쟁 때 판명 난 일이다. 연합군이 북한 지역을 대부분 점령했다. 1950년 10월, 이승만 정부는 북한에 행정관을 보내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유엔은 행정관 파견을 막았다. 북한은 우리 영토가 아니라고 했다. 대신 유엔은 북한 주민들 대상으로 투표하려고 했다. 이는 지금까지 지켜지는 원칙이다. 국민이 투표해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수많은 분쟁 사례를 봐도 결과는 같다.

외교적 실험도 끝났다. 1963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있었다. 일본이 전범 국가이고 조선을 강제 점령해서 입힌 피해를 배상하는 협정이 맺어졌다. 배상하는 영토와 국민을 어디까지 한정할 것인지 우리 정부와 일본이 논의하며 문제가 생겼다. 남한에만 한정해 배상할 것인지,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배상해야 하는지 외교 논쟁이 붙은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남한에 모두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일본은, 남한 영토에 한정해 정부를 수립한다는 1948년 유엔 문서를 내세워 불허했다. 국제법도 일본 손을 들어 주었다.

당시 정부가 이 사안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식에 구멍이 뚫렸다. 붕괴하면 우리 땅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잘못된 붕괴론과 흡수통일을 바탕으로 교회가 선교 전략을 짜는 셈이다. 물론 교회만의 잘못은 아니다. 이건 학계와 시민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생각이다.

2015년 임진각에서 진행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 기도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 기도회'를 연다.

2015년, 분단 70년을 상기하며 함께 모여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70년 넘게 굳어지고 경계를 허물고, 화해와 평화가 자라나게 하려면 기도하는 자리가 필요했다. 2017년 다시 분단선에 서서 평화를 심기 위해 기도하려 한다. 한반도 화해·평화를 염원하는 '통일 기도회'는 6월 3일 저녁 6시,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진행된다. 반평화를 무너뜨리기 위해 함께 기도할 때, 하늘의 평화가 한반도의 슬픈 분단선을 지워 내리라 믿는다.

- 함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기도하는 본인 마음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행사로 끝난다는 우려도 있겠지만, 기도하는 사람은 평화를 위한 하나님의 명령을 잘 인식하게 된다. 함께 기도했던 내용을 기억하며, 계속 기도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했던 것이 촛불 정국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큰 흐름의 물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도회를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과 통일에 관해 망가진 지식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기도회를 열기 전, 참여할 목회자를 초청해서 지식의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기도할지 방향을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참여자 모두가 올바른 지식에 근거해 함께 기도할 수 있다. 올해에도 하나님의 뜻에 부합한 '평화하라'는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 기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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