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농업진흥청은 지난해, 국내 GM(Genetically Modified·유전자 변형) 작물 시험 재배를 허용했다. 2020년까지 GM 작물 5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은 식용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 변형 작물) 식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 GMO를 반대해 온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GMO 식품 수입률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GM 작물 재배까지 허용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소장 전현식)는 기독교인들이 GMO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5월 19일 연세대학교생태와문화융복합센터와 함께 'GMO 대한 생태신학적 성찰 집담회'를 열었다. 곽호철 교수(계명대학교 기독교윤리학), 전방욱 교수(강릉원주대학교 생명학), 한경호 목사(횡성영락교회)가 각각 신학자·과학자·목회자 입장에서 보는 GMO를 주제로 발제했다.

신학자, 과학자, 목회자가 한자리에 모여 GMO에 대해 논의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술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이 문제

곽호철 교수는 기독교가 GM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유전자 변형 기술을 악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날 부상하고 있는 신기술을 폐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곽 교수는 유전공학과 담을 쌓으며 비판만 하면, GM 기술은 아무 간섭 없이 자기 논리를 따라 더욱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GM 기술을 제거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2005년 발간한 문서 '생명에의 돌봄: 유전공학, 농업, 인간의 삶(원제: Caring for Life: Genetics, Agriculture and Human Life)'을 소개했다.

"WCC는 과학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소농업인·원주민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피해를 입지 않고 삶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세계 교회가 협력할 것을 강조한다. GM 기술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보다, 인류가 삶을 풍성하게 누리고 정의와 자유를 증진시키도록 기독교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

"기술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지구와 인간을 지배할 힘을 갖는다." 교황청이 발간한 <자유와 해방>(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나오는 말이다. 곽 교수는 GM 기술이 낳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권력 비대칭을 만들고 경제력 격차를 심화하며 종속 관계를 낳는 것"이라고 했다.

곽호철 교수는 GM 기술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자가 주도해서 GM 기술을 논의한다. 정부는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주장을 잘 수용하지 않는다. 관련 법과 제도도 취약하다. 시민사회 관심과 우려도 낮은 편이다. 시민들이 GM 기술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토론회, 시민연구위원 등 다양한 접근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GM 기술 자체보다 주변에서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자본과 권력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곽 교수는 말했다. 그는 "신학은 자본가·기술자·권력자를 일깨우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농민들만 참여하는 운동이 되지 않도록, 전문가를 모으고 함께 논의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과학계 "GMO, 건강에 이상 없다" 
반GMO 운동 과학적 근거 보완해야

전방욱 교수는 오늘날 주요 국제기구, 정부 기관, 과학자들이 GM 기술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GM 기술이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이는 GM 기술을 반대하는 단체들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다.

전 교수는 전미과학아카데미가 2016년 작성한 보고서(Genetically Engineered Crops: Past Experience and Future Prospect)를 소개했다. 그는 "보고서를 작성한 위원회가 GM 사료 성분 및 독성 테스트, GM 사료를 섭취한 가축 건강 상태 변화 등을 연구했다. 그 결과, GM 식품이 비GM 식품보다 위험하다는 증거를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미국과학진흥회는 GMO의 안정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도 GMO가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미국의학협회는 20년 이상 유전자 변형 식품을 섭취한 사람을 연구한 결과 GMO가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했다.

UN식량농업기구를 비롯해 독일·영국·브라질·오스트레일리아·중국·프랑스·인도도 같은 입장을 취한다.

전방욱 교수는 주요 국제기구, 과학자들이 GM 기술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GMO가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는 소수다. 대표적 인물이 프랑스 과학자 세랄리니(Gilles-Eric Seralini)다. 그는 10년 동안 GMO의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GM 식품이 간·신장·심장·자궁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개인적으로 GMO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 주요 국제기구·정부 기관·과학자들이 GMO를 옹호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은 과학계 현실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어떤 주장을 수용할 때, 근거가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단순 주장인지를 먼저 따진다. GM 기술을 둘러싼 논쟁 역시 마찬가지다. 향후 반GMO 운동도 풍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펼쳐졌으면 좋겠다."

그는 "기술 자체가 좋다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든 기술은 지배력이 있다. 기술이 유익하게 쓰일지 나쁘게 쓰일지는 인간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GMO 기업, 농촌 생태계 파괴

한경호 목사는 강원도 지역에서 생태 농업을 하고 있다. 그는 GM 기술을 무장한 자본과 권력이 적절하게 통제받지 않을 때, 농업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GM 종자가 들어간 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 등을 예로 들었다.

이 국가들에서는 가족농 중심의 농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규모 소수 지주·기업가 중심으로 재편됐다. 다국적기업이 자신들이 개발한 종자로 종자 시장을 독점하고, 맞춤형 농약과 비료까지 생산해 농민을 예속한 결과다.

한경호 목사는 GM 종자 보급과 확대가 세계 농업을 '대형화'·'단일 경작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했다. 이런 과정에서 수많은 소농이 농지에서 쫓겨나고 토양은 오염된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지난해 한국 정부도 GM 종자 시험 재배를 허용했다며, 소농업인을 위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경호 목사는 GM 기술이 한국 농촌을 위협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GM 농업은 지속 불가능한 '죽임의 농업'이다. 기억 이익과 권력 야욕을 위한 죽임의 생산도구다. 생명을 파괴하고 죽이는 농업이다. 세계 소농과 가족농을 땅에서 몰아내고, 종 다양성을 파괴하는 농업이다."

한 목사는 한국교회 전체가 힘을 모아 GMO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각 교단은 GMO 문제를 알리기 위해 교육용 자료를 제작해 배포하고, 정기 강연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WCC 등 세계 교회와의 연대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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