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date omnes gentes, laudate Dominum. Laudate omnes gentes, laudate Dominum. 주님을 찬양하라, 온 세상이여. 주님을 찬양하라, 온 세상이여"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조용한 지하 예배당에 떼제 찬양이 은은하게 울려퍼졌다. 프랑스 떼제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신한열 수사가 선창하면 참석자들은 눈을 감고 따라 불렀다. 짧고 이해하기 쉬운 한 문장을 계속 반복해 부르는 떼제 찬양은 전 세계적인 찬양이 됐다.

예술목회연구원(손원영 원장)이 매달 한 차례 개최하는 예술 목회 특강. 5월 18일 초대 손님은 신한열 수사였다. 신한열 수사는 전 세계 기독교인이 애창하는 떼제 찬양을 소개하고, 떼제공동체가 추구하는 것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특강을 시작하며 신한열 수사와 참석자들은 눈을 감고 떼제 찬양을 불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단순한 곡조, 짧은 구절
반복 찬양에서 얻는 은혜

떼제 찬양에는 유독 라틴어 찬양이 많다. 신한열 수사는 "다양한 국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기 위해" 라틴어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프랑스 떼제공동체는 전 세계 젊은이가 찾는다. 초교파 기독교 공동체답게 가톨릭·개신교·정교회 등 다양한 신앙의 결을 지닌 청년들이 모인다. 꼭 기독교인만 오는 것도 아니다.

한국교회는 '유럽 교회'가 노령화하고 젊은이가 다 떠나 버린 교회라고 생각하지만, 떼제공동체에는 여전히 젊은이가 많다. 젊은이들이 떼제공동체를 찾는 데는 단순한 찬양이 반복되는 예배가 한몫했다. 떼제에서 지금 형식의 예배를 고수하게 된 것도 급변하는 사회, 넘쳐나는 메시지 사이에서 침묵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였다.

신 수사는 "떼제공동체는 이미 1960년대부터 기독교인이 예배에서 멀어지는 이유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때에도 대다수 교회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예배했다. 떼제는 '경청'에 집중했다. 가르치고 말하는 것보다 젊은이의 아픔과 고민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택했다.

신한열 수사는 각국에서 떼제를 찾는 젊은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쉬운 곡조, 짧은 문장으로 반복하는 찬양을 부른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싶다"며 떼제를 찾는 이들이 늘어 갔다. 교회 청년, 교회는 떠났지만 신앙을 유지하는 청년, 교회와 아예 담 쌓고 사는 청년도 함께 기도하기 위해 떼제를 찾았다. 찬양이 워낙 짧기 때문에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한 구절만 집중적으로 마음에 새기고 기도하는 떼제에 사람들이 모였다.

화해와 일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

공동체에 모여 기도한다고 해서 떼제 수사들이 골방에만 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신한열 수사는 떼제가 사회참여와 기도 둘 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프랑스 68혁명 이후 '투쟁'을 외친 청년들에게 '관상'(contemplation)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떼제공동체는 '내면생활'과 '인류의 연대'를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습니다. 침묵 가운데 기도로 하나님을 만났다면 현실 사회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의 이웃이 돼 주자는 것이지요. 떼제는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중 어느 하나만 강조하지 않습니다. 늘 두 가지를 품으면서 기도해 왔습니다."

떼제는 초교파 공동체다. 스위스 개신교 목사 아들이었던 로제 수사가 시작해 프랑스 개혁교회·루터회·성공회·가톨릭·정교회 출신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떼제공동체는 그리스도인의 일치가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 준다.

신한열 수사는 떼제가 말하는 화해와 일치는 '가시적인 것'이라고 했다. 교파가 다른 그리스도교가 하나가 되어 더 크고 강력한 종교 집단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그리스도교 역사는 싸움과 분열의 반복이었다. 신 수사는 떼제가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인류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신한열 수사는 떼제가 원하는 화해는 '가시적인 화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떼제 수사들은 분열의 아픔이 있는 곳에 직접 몸을 던진다. 신한열 수사는 프랑스 국적자로 북한을 종종 방문한다. 북한에서 필요한 옥수수, 우유 등을 전달해 왔다. 신한열 수사는 소위 '보수'와 '진보' 진영을 잇는 역할을 꿈꾼다고 했다. 어느 한쪽으로 쏠려서 한쪽을 택한다면 삶이 더 쉬울 수 있지만, 떼제공동체에서 말하는 화해는 양쪽 진영을 다 아우르는 일이다.

신한열 수사는 프랑스 가톨릭과 개신교 모습을 보면 화해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 알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톨릭과 개신교는 서로 구별 짓는 대신,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에 신앙을 유산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떼제를 보고 '사교 클럽' 정도로 오해하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런 오해도 다 해소되고 더 많이 만나고 의견을 나누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은사의 교류'라고 불렀다. 각 교단이 가진 다양하고 고유한 은사를 알기 위해서는 서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열 수사는 "화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옆에 존재하는 것이고 원하면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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