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기도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올해 4월 <전두환 회고록>(자작나무숲)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역사적 논란에 입장을 밝혔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란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하고, "광주에서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5.18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은 5월 18일 저녁 7시 30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기독인 50여 명이 서울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에 모였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분개했다. "광주는 끝나지 않았다. 전두환은 참회하라", "광주 학살 주범, 전두환을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교동삼거리와 연희교차로를 거쳐, 전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연희동으로 향했다. 행진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규탄 구호를 계속해서 외쳤다. 출발한 지 30여 분만에 자택 부근에 도착했다. 경찰 병력이 미리 나와 골목을 지켰다. 행진은 자택 40m 앞에서 멈췄다. 연희동 일대는 고요했고, 전 전 대통령 자택은 어두컴컴했다.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기도회를 시작했다.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 기도회이자, 309번째 촛불교회였다. "전두환 집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리 높여 부르는 예배"였다. 해가 지면서 어둠이 몰려왔지만, 예배 현장은 촛불로 환하게 밝혀졌다. 향린교회 채운석 장로가 기도를 올렸다.

"오늘 우리는 전두환에게 회고록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2차 학살 만행을 규탄하고 그 더러운 거짓을 꾸짖으며 회개를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진실과 정의의 하나님께 무릎 꿇고 부르짖으니, 저 간악한 자가 회개하여, 광주와 민주주의와 정의 앞에 무릎 꿇게 하소서."

예배 참석자들은 홍대입구역에서 연희동까지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시대의 증언자로 나선 이적 목사(민통선평화교회)는, 전 전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는 광주 학살만이 아니라고 했다. 이 목사는 "죄 없는 민중을 깡패로 위장시켜 삼청(교육대)에 처넣었다. 그곳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다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1980년 11월 영문도 모른 채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구타와 고문에 시달렸다.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정의의 역사를 이어 가라'(시11:4-7)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방 목사는 "37년 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의 열기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잔인한 군인들에 의해 짓밟혔다. 우리 민족사에 가장 큰 비극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전두환 씨는 뻔뻔하게 자기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죄과를 드러내고 참회해도 모자랄 판인데, 어찌 그럴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광주가 군부독재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고 정의를 외쳤듯, 현재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도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방 목사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퇴임하면서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역사에 언제 정의가 지나친 적 있었는가. 정의가 지나치면 약자가 산다. 정의가 지나치면 가난하고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산다. 정의는 아무리 지나쳐도 괜찮다. 정의를 위해 함께 일어나는 촛불교회가 되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아멘'을 외쳤다.

예배가 끝난 뒤 간단한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얼굴이 인쇄된 종이와 회고록을 촛불에 불태웠다. 참석자들은 다시 한 번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고 해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배 후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예배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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