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남는다
살아남는 때까지 살아남는다

입을 가린 마스크 우리의 욕이며
붉고 높은 하이힐 우리의 리볼버

미래는 야금야금 건강해진다
국화를 든 우리는 모두가 선두

살인자여, 열리는 문을 똑바로 보아라
우리의 강건한 행렬을 보아라

우리 모두가 그녀
그녀는 우리로서 살아 있다 

- 책은탁, '우리의 끝은 자연사' 중

[뉴스앤조이-현선 기자] 드레스코드는 블랙이었다. 까만 복장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들이 신논현역 6번 출구로 모여들었다. 주최 측은 300명을 예상했지만 1,000명이 넘는 시민이 추모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신논현역 6번 출구에서 시작해, 1년 전 피해 여성이 살해당한 가게 앞에서 추모 묵념을 한 뒤, 강남역 10번 출구로 이동해 헌화했다. 

여성·인권·시민·사회 단체가 연합한 '범페미네트워크'는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됐다. 이후 수많은 여성이 강남역에 모여 스러져 간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우연히 살아남은 자'로서 분노를 나눴다. 서울 강남역과 전국 곳곳에 붙여진 3만 5,000여 장의 포스트잇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다짐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멈추라'는 요구였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요구를 당당하게 말한다는 의미에서 '마스크 던지기'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여성 차별 여성 혐오 이제 그만!",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여성 혐오가 죽였다!", "여성에게 안전한 사회를 보장하라!", "여혐민국 여혐범죄 무서워서 못살겠다!", "밤이 늦든, 술 취했든, 치마 짧든 무슨 상관", "우리의 말은 우리의 무기다"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중간중간 참여해 함께 구호를 외쳤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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