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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이 말하는 의는 규범이 아닌 행동이다
[서평] 유선명 <잠언의 의 개념 연구>(새물결플러스)
  • 크리스찬북뉴스 (cbooknews@cbooknews.com)
  • 승인 2017.05.22 00:32

<잠언의 의 개념 연구 - 신학적·윤리학적·비교문화적 고찰> / 유선명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306쪽 / 1만 5,000원

현재 한국 개신교회는 '칭의'(justification)에 함몰되어 있다. 그 함몰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정의'(justice) 문제도 함께 함몰되어 가는 것 같다. 성령의 은혜를 강조하면 할수록 교회와 성도들은 자기중심적으로 되어 가고, 뻔뻔해지며 양심은 죽어 가고 있다. '칭의'가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칭의'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잘못되어 있다.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맹목적 '칭의' 추종자들이 아직 한국교회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칭의' 없이 '성화' 없고, '성화' 없이 '칭의' 없다는 것이다. '성화' 없는 '칭의'는 왜곡된다. 둘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지만, '칭의'와 '성화'를 혼합해 버린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은 더 심각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위'가 '칭의'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종교심인가, 의인가

오늘날 한국교회 성경 해석법은 다분히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보'나 '방법'을 찾는 처세법(이제는 율법도 아니다)이 되어 버렸다. 결국 이들의 믿음은 하나님의 초자연적 능력을 동원하거나, 종교적 정서(맹목적 믿음, 자기 확신)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간다. '종교적 열정'이라는 가면을 쓴 '처세술'적 신앙생활이다.

어느 곳에도 인간의 욕구와 욕망이 아닌 진정한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믿음이 거의 없다. 하나님의 의로 자기 자신, 가정, 공동체, 사회를 살리고 구원받기를 바라고 믿는 자는 거의 없다. 종교심이 믿음으로 둔갑되고, 하나님께 충성해야 할 믿음이 자신을 섬기는 교회나 목회자에 대한 충성으로 둔갑되어 있는 것 같다.

사라진 의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과 은혜가 모든 것을 성취했다. 이것은 분명 하나님의 은혜인데, 정작 작금의 현실은 저주가 되어 버렸다. 은혜만 받고 책임(지상명령, 제자도)은 회피하는 풍조가 만연해진 것이다.

이는 결국 그리스도인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종교적 인간(Homo-Religiosus)만을 생산해 내고 있다. 결국 '구원'과 '은혜'조차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상품이 되어 버렸다.

하나님의 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믿음은 생소하다 못해 거북한 개념이 된 지 오래다. 과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종교적 행위'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형상인 '의로움(체다카)'에 있는 것인가.

현인 VS 의인

구약성경 잠언은 '지혜서'로 불린다. 실제로 잠언은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잠언의 인간론'은 '현인(지혜자)'이 아니라 '의인(의로운 자)'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인'은 어떤 자이고, '의인'은 어떤 자인가. 저자는 현인을 도덕적이고 관계적인 인간이라고 정의하며, 의인을 도덕적이고 관계적이며 종교적인 인간이라고 정의한다. 물론 종교는 유일한 참종교인 '야훼'를 믿고, 그 가르침에 순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저자가 말하는 현인과 의인의 구분점은 '야훼'를 신앙하며, 그 가르침에 순종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은 잠언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독특한 구분법이라 생각된다.

규범 아닌 행동

본서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잠언에 관한 논문집이다. 특히 잠언의 인간을 '의인'이라는 관점에서 논지를 풀어 갔다. 그래서 먼저 '의'와 '의로움'의 의미적 분석에서 논의를 출발하고 있다. 이어 '의로움'에 대한 성서학 이론을 살핀 후 잠언이 묘사하는 의인을 구약성경에 나오는 의인과 비교하면서, 교집합과 차집합을 분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자가 잠언의 인간학을 이야기하면서 '이진법적 인간학'이라는 독특한 용어를 들고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진법적 인간학은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훈련(행위와 계획)을 구분하지만, 이분법적으로 분리시켜 어느 한쪽을 예속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 상호 보충을 통해 발전시키는 '인간 형성'을 뒷받침한다.

본서가 중요하고 도전적인 이유는 바로 잠언이 말하고 있는 '야훼의 의'를 규범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면서, 인간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통한 '의인의 인격 형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마지막 7장에서 '시편'과 '잠언'을 비교하면서 잠언의 '의로움'이 구약 지혜서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 아니라 '잠언의 의인'이라는 독립된 관점을 주장, 이신칭의에 대해 간접적 안전핀을 준비하여 쓸데없는 논쟁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다.

저자는, 잠언이 시편과 달리 '의로움'의 결과가 '행복'이라는 단순하고 분명한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아버지가 자녀에게 의로움의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해 주는 메타-내러티브로 잠언을 설명한다. 본서를 통해 저자는 잠언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의=행복'이 야훼의 모든 부분의 의를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청소년 이하 자녀에게 야훼 신앙을 전수하고 교육하는 목적으로 '야훼를 신앙하는 야훼의 의=행복'이라는 단순하고 결론적 공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잠언이 구약의 지혜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한다.

본서는 논문집이지만, 단어와 문장, 문체가 전혀 어렵지 않다. 또한 각각의 논문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 잠언의 '의'의 개관적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강도헌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목사,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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