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한 중형 교회 담임목사가 부목사들을 주일 설교 준비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형 교회에서 부목사들이 달라붙어 담임목사 설교를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해 준다는 소문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과거 서울 한 대형 교회에서 담임목사 설교 '예화' 담당이었던 한 부교역자는, 교회가 아니라 담임목사 설교를 제작하는 '설교 공장'에 취직한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무성한 소문을 뒷받침해 주는 의혹이 나왔다. 출석 교인 2,000명에 달하는 춘천D교회 A 목사가 주일 설교 준비에 부교역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A 목사가 부교역자들에게 1주일 내내 자신의 주일 설교를 준비시킨다는 것이다.

D교회 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 따르면, 이 교회 부교역자들은 각각 '주석', '예화', '암기' 담당으로 나뉘어 설교를 준비한다. A 목사가 본문을 정해 주면, 주석 담당 목사가 본문을 주석해 담임목사에게 보고한다. 예화 담당 목사는 담임목사가 원하는 예화나 영상 등을 준비한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 과정을 거치면 설교 초안이 완성된다. 토요일에 A 목사는 한 목사를 앉히고 설교 피드백을 받는다.

이 과정이 순탄치 않으면 부교역자들이 퇴근하지 못한다. 저녁을 못 먹는 경우는 다반사고 밤 9~10시까지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교 준비 내용이 미흡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역자들이 전부 불려 가기도 한다.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 설교 준비와 동시에 수요 예배나 주일 오후 예배 설교 등을 별도로 준비하고 교구도 심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는 과거 설교 준비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을 입수했다. 다소 엉성한 초안 위에 여러 첨부 사항이 펜으로 적혀 있었다. 이 문건은 담임목사가 지시한 보완 사항을 반영해 재작성됐다. 실제 그 주간에는 이 문서 속 본문과 내용으로 설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A 목사는 외부 강의나 강연, 기고도 활발하게 한다. 한 신학대학교에서 강의를 맡고 있으며, 타 교회 강의도 자주 나간다. 제보자는 여기에 쓰는 글과 기도문, 강의안, 대학교 시험 문제 출제까지 대부분 부교역자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부교역자들의 사무실은 담임목사실 바로 옆에 있다. 이들은 대개 사무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목사가 부교역자들을 자주 찾아서라고 한다. 만일 A 목사가 찾을 때 해당 부교역자가 없으면 매우 화를 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A 목사 부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부임한 2011년 이후로 총 13명의 부교역자가 부임했는데 이 중 8명이 사임했다. D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사임 교역자들 평균 임기는 2년이었다. 한 명이 46개월, 대부분 18개월 내외로 근무했다. 9개월만 있던 목회자도 있었다.

A 목사 "조직적 동원 없다"
"다양한 연령대 배려하려고
30~40대 부목사 의견 듣는 것"

D교회 현직 교역자들은 A 목사가 설교 준비에 부교역자들을 동원한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 교역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교역자들의 근무 기간이 짧긴 했으나 해외 선교를 간 경우도 있고, 다른 교회로 옮겨간 경우도 있다. 담임목사님과 관계가 껄끄러워 나간 것은 아니다. 교회는 문제없다. 왜 그런 이야기가 도는지 알지 못하겠다"고 했다. 한 전직 교역자는 "교회를 떠난 지 오래됐다. D교회 측에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기자는 5월 12일 A 목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A 목사 역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부교역자들을 3개 조로 나누어 설교를 준비시킨다는 의혹이 있다는 말에, 그는 "처음 듣는 얘기다. (기자가) 뭘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A 목사는 "이야기가 와전됐을 수는 있다. 우리 교회는 4부 청년 예배 때, 장년 예배 설교와 같은 주제로 설교한다. 보통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설교를 혼자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한 주제로 (청년부와 장년부에서) 설교한다. 우리 교회 부교역자들이 30~40대다. 부교역자들에게 (내 설교를) 읽어 준 뒤 피드백을 받는다. 내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는 50대이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이 들을 수 있도록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30~40대 부목사들과 주 중에 두 번 그렇게 한다"고 했다.

외부 기고나 강의안 등을 대필시킨다는 의혹에도 "목회자가 글 써 봐야 얼마나 쓰겠나. (글 자체를) 많이 쓰지 않는다. 다만 부교역자들에게 검토시킬 수는 있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지 않느냐. 목사가 학문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목회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A 목사를 만나 더 자세한 얘기를 들으려 했으나 그는 만남을 거부했다. 교회로 찾아가겠다는 말에, 그는 "만나서 얘기하면 오히려 애써 변명하는 것 같아 보일 것 같다. 별로 좋은 얘기 같지도 않은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딱히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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