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세한성결교회 주남석 목사가 아들 주진 목사에게 5월 14일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줬다. 이·취임 예배에는 축하와 축복, 환호가 이어졌다. 본당 1층을 꽉 채운 교인 1,000여 명과 세한교회가 소속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경기서지방회 목사들은 박수로 주진 목사를 축하했다.

기성 여성삼 총회장을 비롯해 전 총회장들도 줄줄이 나와 주진 목사가 세한교회 2대 목사가 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취임 예배에서 '세습'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여성삼 총회장(오른쪽)이 주남석 원로목사(왼쪽)에게 공로패를 전달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유리
세한교회를 세습받은 주진 목사가 서서 여성삼 총회장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총회장 "아름다운 리더십 교체"
교인들 아멘과 박수로 화답

경기서지방회 회장 손제운 목사는 "38년 전 주남석 목사가 목숨 걸고 천막 교회를 세웠고, 고통을 견디며 사역했다. 2대 담임목사가 된 주진 목사는 그 마음을 갖고 하나님의 집인 교회를 세워 가라"고 설교했다. 손 목사는 10분 남짓한 설교에서 "하나님의 교회", "하나님의 밭" 등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40번 사용했다.

여성삼 총회장 역시 "지금까지 모세가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을 40년 동안 인도한 것처럼 주남석 목사님, 세한교회 성도들을 여기까지 인도해 왔다. 여호수아가 요단강 건너고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전쟁에 나서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주진 목사님, 새로운 앞날을 향해서 비전 가지고 잘 달려 나가시길 바란다.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주님만 바라보고 목회하시길 바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리더십이 잘 교체됐으니 이제 세한교회는 부흥하고 성장할 일만 남은 줄로 믿는다"며 축하사를 했다.

전 총회장들 역시 주진 목사가 2대 목사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표현했다. 97년 차 총회장 이용규 목사는 "담임목사를 모시면서 모든 성도가 한마음 한뜻으로 아주 평화스럽게 후임 목사를 잘 모시게 되니 기쁘다. 주진 목사가 담임목사가 되는 건 아주 하나님의 영광이요, 교회 축복이요. 나에게 은혜라고 생각하는 분은 힘차게 박수를 쳐 보라"고 했다.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하며 7초간 박수했다. 성남성결교회 원로인 이용규 목사 역시 2013년 아들 이호현 목사에게 세습했다.

99년 차 총회장 이재완 목사는 격려사를 준비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것은 주님의 말씀"이라며 주진 목사에게 "하나님이 세웠다. 하나님의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협력하고 기도하며 주진 목사를 돕기를 당부했다.

주진 목사가 나와 세한교회 교인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주진 목사 부부가 나와 인사하자, 교인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주진 목사 "인격 훈련 게을리 않겠다
지역사회 섬기고 발전 동력 되겠다"

세한교회 원로가 된 주남석 목사는 "그동안 성도 여러분이 많이 기도하고 사랑해 주셨다. 이제 우리 주진 목사를 더 많이 기도해 주시면 '세계 속의 한국교회'인 세한교회가 더 든든하게 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인들과 전 총회장들에게 축하를 받은 주진 목사는 답사를 하러 앞으로 나와 90도로 여러 번 인사했다. 그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오늘 세한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서 하나님으로부터 사명을 부여받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나를 향한 하나님의 축복임을 알기에 먼저 하나님께 무한한 영광과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주 목사는 "어떤 목회자보다 더 많이 기도하는 목사가 되겠다. 하나님의 교회가 사람의 능력, 힘, 의지가 아닌 하나님의 의지와 뜻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지난 세월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 부흥, 성장 모두 하나님이 주셔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람의 말과 행동이 아니라 무릎 꿇고 눈물로 목회하겠다. 여러분이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인격을 가다듬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교인들에게 약속했다. 예수의 온유하고 겸손한 성품이 자신의 것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주 목사는 "정직하고 사심 없는 목사가 될 테니 지켜봐 주시고 염려해 주시기를 부탁한다"며 말을 마쳤다. 그는 세한교회가 더욱 든든하게 성장해 지역사회를 섬기고, 교단과 교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인들은 주진 목사가 말을 할 때마다 "아멘", "주여"를 외치며 손뼉을 쳤다.

신학생들은 2주 연속 세한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2주간 세습 반대 외친 신학생들
"세습한 교회 성결하지 않다"

이·취임 예배가 있던 날, 세한교회 앞에서는 2주 연속 기성 소속 신학교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노세영 총장) 학생들이 세습 반대 시위를 했다. 각자 주일 사역을 마치고 교회 앞에 모인 신학생 11명은 '세습한 교회에서 예수는 생명력을 잃습니다', '성결교회는 세습방지법 제정하라', '너희는 부활한 예수를 다시 죽이려느냐'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이·취임 예배에 참석하려는 교인들을 향해 "지금이라도 세습을 멈춰 달라"고 소리쳤다.

신학생 진지한 씨는 "우리는 세한교회 운영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이익을 위해 이곳에 온 것도 아니다. 돈과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건 다른 이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하나님의 정의를 말하는 교회가 세습하는 건 세상 상식에도 어긋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취임 예배가 끝나고 기자는 주진 목사에게 목사 세습을 반대하는 신학생들과 교회 세습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알고 있다. 교회 앞에 온 학생들을 이해한다. 그러나 (세습에 대해) 여기서 할 말은 없다. 내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 많이 나누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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