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메노나이트교단(Mennonite Church USA)이 현재 한반도의 군사 위기 상황을 우려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메노나이트는 산상수훈에 기초한 제자도, 평화 공동체를 꿈꾸며 신약성경에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교단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공동체의 특성상 폭력에 반대하는 삶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병역을 거부하기도 한다.

미국메노나이트교단은 '끝없는 전쟁 및 대북 군사개입을 반대하는 공개서한'이라는 글을 5월 3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들은 "2001년 뉴욕 테러 이후 전쟁은 끊이지 않고, 폭력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패러다임에 미국인들은 순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평화를 유지해 온 미국이 북한에 개입한다면 한반도와 미국,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최근 미국이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뉴스가 반복되면서, 미국메노나이트교단은 소속 교회와 교인에 "예수님의 신실한 증인으로 살 것"을 요청했다. △지역 국회의원에게 연락해 '끝없는 전쟁'에 대한 우려 표명 △평화 활동가를 위해 기도하기 △교회에서 예수님의 비폭력 강조하기 등을 실행에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CVN 70)호가 참가한 한미 연합 훈련 모습. 칼빈슨호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다음은 미국메노나이트교단 소속 허현 목사가 번역한 공개서한 전문. (원문 보기)

끝없는 전쟁 및 대북 군사개입 반대에 관한 공개서한

2015년에 미국메노나이트교단은 '끝없는 전쟁 중에 신실한 증인으로 살기(Faithful Witness Amid Endless War)'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그 결의안은 "미국이 참전하고 있는 지역과 시간의 제한 없이 지속되는 전쟁(boundless and endless war)"에 대해 기술했습니다.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이후 미국은 테러 위협이 감지되면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전쟁을 벌였습니다. 16년이 넘는 기간, 전쟁의 대상이 바뀌고, 방식도 매우 정교해지고, 여러 정치가가 권력을 장악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불안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매우 시급한 위협으로 간주됩니다. 북한은 원래 끝없는 전쟁을 선동해 온 테러와는 관련이 없는데도, 핵무기 개발을 이유로 적국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력을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15년간 미국의 군사개입으로 남겨진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예측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국가에 대한 충성과 결연의 강도가 높고 복잡하며 핵무기 배치가 가능한 한반도에 미군을 파병하는 것은 북한과 남한,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입니다.

'신실한 증인' 결의안이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은 끝없는 전쟁이라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에 순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폭력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패러다임 내에서 작동합니다. 어떤 전쟁이 또 다른 전쟁으로 빠져들어갈 때, 전쟁의 도덕성을 놓고 광범위하고 활발한 논쟁과 토론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에 대한 '신실한 증인'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 소명은 세상과는 다른 삶과 존재의 방식으로 살도록 우리를 인도한다고 믿습니다. 무한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전쟁의 부도덕과 폭력의 광기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우리는 예수님의 온전한 복음을 선포합니다 - 우리의 삶, 관계 및 공동체 안에 임재하는 그분의 화해, 그리고 비폭력을 통해 이루시는 평화와 정의에 대한 그의 열정을 선포합니다.

이러한 증인이 되는 일에 여러분과 지역 교회를 초대합니다. 우리는 모두 메노나이트교단의 한 일원입니다. '신실한 증인' 결의안의 정신을 이어받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증거할 수 있습니다.

- 지역 국회의원에게 연락해 끝없는 전쟁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십시오. 특히 북한과의 군사개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주십시오. 국회의원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링크된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ennonite Central Committee)의 유용한 팁을 참조하십시오.

- 평화 사역자를 위해 기도하십시오. 정부에 의해 일어나는 전쟁과 폭력을 방지하는 것은 평화 사역의 중요한 측면이지만, 사람들 사이에 화해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가 자라나게 됩니다. 뉴스 헤드라인에서 남한과 북한 사이의 긴장에 대해 알려 주고 있지만, 양국 사이에 놓인 적대적인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분투하는 평화운동가들 또한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도록, 그리고 한반도와 열방이 하나님의 샬롬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도하십시오.

- 예수님의 비폭력을 교회에서 새롭게 강조하십시오. 소그룹, 예배, 교육 과정 속에서 전쟁과 폭력이 우리 사회에 내재된 방식을 살펴보고, 비폭력적인 대안을 모색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함으로…"(로마서 12:2).

끝으로, 비록 현재의 상황이 험난하지만, 우리는 '끝없는 전쟁'조차도 결국 중단될 것이라는 희망을 선포합니다. 우리는 시작과 끝, 알파와 오메가가 예수님 안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전쟁에 휩싸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울며, 전쟁을 반대합니다. 그리고 감사한 것은 평화의 왕 앞에서 전쟁은 무한정 지속되어서도, 지속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어빈 스투츠먼(Ervin Stutzman)
미국 메노나이트 교단 사무총장(Executive Director of Mennonite Church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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