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지음 / 원더박스 펴냄 / 319쪽 / 1만 5,000 원

국민은 다 아는데 대통령만 모른다. 국민은 똑똑한데 대통령은 어리석다. 국민은 문을 활짝 열었는데 대통령은 청와대 문을 틀어 잠그고 사람 만나길 꺼린다. 국민은 열 발자국을 나갔는데 대통령은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한다. 국민들이 그만둘 이유가 백 가지라 말해도 대통령 본인은 전혀 잘못이나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답답해 미칠 지경 아닌가. 정말 답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 나라 대통령이랍시고 모시고 있을 때 말이다. 나는 그런 대통령의 무지와 무소통과 무대응을 보며 저런 사람 심리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가슴을 쳤었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가 일어나기 2년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한 심리학자가 있다.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이다.

남 못 믿는 의존 심리
연산군과 닮은 박근혜

김태형은 2015년 4월 29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존 심리와 불안감,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성향을 가진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의존 상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극소수다. 그리고 이들 소수는 박근혜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 본인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중략)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이미 패닉(공황)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75쪽, 인터뷰 내용 일부)

불신감, 정서 불안, 애정 결핍, 자신감 결여, 의존심, 방어적 태도, 심한 분노 등이 있어 조선 시대 폭군 연산군과 닮았다고 했다. 연산군이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에게 지독히 의존했는데, 박근혜가 같은 심리 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저자는 박근혜가 소수 비선 세력에 휘둘릴 것을 예견했다. 2016년 4월 13일 총선 직후에는 박근혜 심리가 이미 자폐증 수준이며, 집권 세력과 지지층이 박근혜를 버릴 것이라고 예측을 했는데 여지없이 맞아떨어졌다. 이 얼마나 촌철살인인가.

이런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으니, 나라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제 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 턱밑에 이르렀다. 5월 9일이면 새 대통령과 만나야 한다. 그런데 후보로 나선 이들이 혹 박근혜와 유사한, 혹은 건강하지 못한 심리 상태라면. 끔찍하다. 모든 국민이 이 책을 읽고 정신 상태가 건강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에 따르면, 연산군과 같은 폭군은 우연히 탄생하지 않는다. 박근혜 같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싫은 의존적 성격, 또한 부모를 잃으면서 얻은 심리적 강박에서 비롯된다. 의존적 심리 상태에 있는 대통령 때문에 겪은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떠밀려서
호랑이 등에 탄 문재인

그래서 대권 주자들의 심리를 알아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원더박스)은 문재인, 이재명(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낙선함), 안철수, 유승민 후보 심리를 분석한다. 정책이나 비전보다 먼저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의 정신 건강을 알아본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일정 부분 기여하리라 믿는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심리 분석은 대권 주자를 올바로 이해하고 향후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게 해 준다.

저자는 대통령 후보들의 성장 과정과 정치 궤적을 샅샅이 뒤졌다. 저서, 지인들의 말, 가족 관계, 그들을 상대로 한 연구서 등을 통해 어느 후보가 시대적 소명에 맞고 사회적 과제 해결에 적합한 심리를 가졌는지 분석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홍준표나 심상정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이한 점은 문재인이 처음부터 정치하기 싫어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노무현이 반강제로 끌어당기지 않았다면 변호사로서 행복할 사람이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스스로 말하듯 지금의 상황은 그의 운명인 셈이다. 스스로도 "정치인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2010년 4월 23일, MBC '시선집중')고 했었다.

그럼 왜 문재인은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전국을 누비고 있는가. 저자에 의하면 '등 떠밀려서'다. <문재인의 운명>(가교출판 2011년 6월 출간)을 내고 한 북콘서트 반응이 문재인을 더 이상 평범한 사람으로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너무 성황리에 끝났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저로서는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처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언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의 심리는 사명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이기보다, 사명감이 외적 동기에 머무는 상태라고 한다. 정치 참여를 싫어하면서도 "강렬한 국민적 요구와 지지로 인해 대권 주자로 나서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를 문재인에게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문재인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구에게나 연민을 느끼는 반면 그 누구도 격렬히 증오하지는 않는다. 특히 문재인은 욕먹는 걸 아주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중략)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절 공포가 있다." (53쪽)

국민적 지지 없으면
무너질 안철수

문재인이 외적 요인으로 대통령의 사명을 얻었다면, 외적 요인(지지)이 사라지면 급격히 그 사명도 사라질 것이다. 국민은 이를 염려해야 한다. 안철수 또한 이 점에서는 같다. 안철수는 인생의 의미, 일에의 열정과 몰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철수가 정치를 의미 있게 생각하고, 열정과 몰입을 동반할 수 있는 가치라고 본 건 2011년부터다.

그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무상 급식에 반대했다. 안철수는 오 전 시장과 한나라당 행태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와중에 야당은 힘을 못 쓰면서 오롯이 안철수가 급부상하게 된다. 안철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때 "시대와 국민이 안철수의 정치 입문을 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안철수는 이때부터 전형적인 집단적 인생관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철수의 인생관이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필자 주 : 안철수의 말대로 하면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무엇인가 하는 것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집단주의 인생관이기 때문이다. (중략) 안철수에게는 정치를 하려는 내적 동기가 없었지만, 시대적 요구로 인해 정치를 시작했고 그의 건전한 인생관이 그것을 뒷받침해 줬다고 정리할 수 있다." (150쪽)

저자는 문재인과 안철수의 이런 심리 상황은 부모로부터 기인하였다고 본다. 부모의 기대 심리와 자신이 하고자 했던 꿈과의 충돌에서, 둘 다 '착한 사람' 범주를 벗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심리를 갖게 된 것이라는 말이다. 한 명은 변호사가 되고, 한 명은 의사가 되어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켰지만 다른 면에서 '반항'하고픈 심리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 외적 지지를 얻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것이 문재인에게 '운명'이 된 것이고, 안철수에게 '흔적 남기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한다. 본래적으로 착하다고 주장한다.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수동적이기에 국민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할 것 같다.

정신 건강한
대통령감 누구?

저자는 유승민이 본래 엘리트 집안 태생이라 보수적 신념을 버리지 못할 것이며, 할 말은 하는 '저격수'이긴 하지만 '기회주의자' 심리로 권력이 주어지면 독단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재명은 가난 때문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적극적 소명자가 된 행복한 도전자라고 말한다.

저자는 대통령 후보 심리를 면밀하게 검증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감이다. 다시는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이가 대통령이 되어 속된 표현으로 이 '나라를 말아먹으면' 안 된다. 정신 상태가 조금 미약해도 범인으로 살아갈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달라진다. 저자는 정신 검증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마음의 상처도 그가 대통령이 되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조직의 정점에 가면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까지 크게 증폭되기 때문이다." (8쪽)

책은 본질적 요구를 놓치고 표면적 요구를 반영한 정책만 바라보고 선택하면 낭패를 겪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겉만 보지 말고 속도 보라는 충고다. 이런 면에서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건강한 사람이다. 과연 문재인은 호랑이 등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을지, 대선 결과가 참 궁금하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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