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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안전공원은 혐오 시설이 아니다
[인터뷰] 416안산시민연대 상임대표 이재호 목사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4.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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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304분을 기억한다는 것은, 고귀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 탐욕과 가진 자 중심의 비정하고 비열한 세상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기필코 바닷속에서 세월호를 끌어올렸듯이 끝끝내 이 자본 중심의 불의한 세상을 생명 중심, 사람 우선의 세상으로 변화시켜 내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304분 유해를 이곳 화랑유원지 한곳으로 모시는 일입니다. 안산이 품고 대한민국이 기억하며 세계가 찾는 안전공원을 이곳 화랑유원지에 세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416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는 첫 출발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4월 16일 안산 합동 분향소 앞에서 열렸다. 이재호 상임대표(416안산시민연대)는 기억식에서 화랑유원지에 416안전공원을 세워,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희생자 304명을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시키고, 숭고한 역사로 승화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만든 416안전공원 조감도. 뉴스앤조이 박요셉

416안전공원 설립은 지난해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안산시는 같은 해 7월 4·16세월호참사안산시추모사업협의회(추모사업협의회)를 조직했다. 위원장은 제종길 안산시장이, 부위원장은 찬호 아빠 전명선 운영위원장(416가족협의회)이 맡았다. 안산시·416가족협의회·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들은 안산 지역에 들어설 추모 시설 명칭을 '416안전공원'으로 잠정 정하고, 위치·내용·규모 등에 관한 전반 사항을 논의해 왔다.

추모사업협의회는 올해 3월까지 '화랑유원지에 416안전공원을 조성하는 안'을 최종 결정하려 했다. 하지만 제종길 안산시장은 6월로 결정을 유보했다. 화랑유원지 인근 주민들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2월 25일 416안전공원 조성 2차 주민 토론회에서는 초지동 재건축 조합 관계자들이 몰려와 강단을 점거하고 고성을 지르는 등 토론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3주기 전후로 세월호 가족과 시민단체는 416안전공원 설립에 목소리를 높였다. 예은 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416가족협의회)은 4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2차 범국민 행동에서 국민들에게 안전공원을 세우는 데 힘을 실어 줄 것을 호소했다. 416안산시민연대는 16일 합동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6안전공원 취지를 발표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416안전공원이 단순한 추모 시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416안산시민연대 이재호 대표는 안전공원이 대한민국 사회를 안전 중심, 생명 존중 사회로 변화시키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4월 27일, 안산 와동 들꽃피는학교에서 이재호 대표를 만났다.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416안산시민연대 이재호 대표는 416안전공원이 대한민국 사회를 안전 사회로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뒷짐 지는 안산시
세월호 가족은 '격양'

- 416안산공원 조성안 결정이 3월에서 6월로 연기됐다.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원래는 3월 안에 결정하기로 이야기가 됐다. 그런데 안산시장이 주민들 반대가 거세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뤘다.

세월호 가족들은 굉장히 격양됐다. 우리가 원하는 안은 희생자 봉안 시설을 갖춘 안전공원이다. 결정이 연기됐다는 건 차후 원안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들은 시장이 주민들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땅값 때문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납골당이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혐오 시설이 있으면 땅값이 떨어지니까 반대하는 것이다.

- 한 아파트 입구에 걸린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유치 반대" 현수막을 봤다. 몇몇 동네가 유독 심하게 반대한다고 들었다.

화랑유원지 건너편 일대는 재개발 중이다. 이쪽 조합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것 같다. 2월 25일 주민 토론회에 사람들이 몰려와 강단을 점거하고 행사를 방해했다. 2시 시작해야 할 토론회가 3시 30분 개회했다.

특정 지역 주민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여러 생각과 의견이 있다고 본다. 주민들끼리 서로 대치하고 갈등할 문제가 아니다. 같이 대화하며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 게 먼저다.

- 시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나.

안산시는 한발 물러나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해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는 식이다. 지난해부터 시, 세월호 가족, 주민들이 협의해 정했던 거다. 그런데 시가 왜 이제 와서 주민 의견을 듣는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세월호 가족과 시민단체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주민들 반대에 부딪쳤다고 오해한다.

정부나 시 당국이 나서면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416안전공원 조감도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보여 주고, 안전공원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면 된다. 주민들도 안전공원을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설립에 충분히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시는 그 역할을 세월호 가족에게 맡기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 가족들이 얘기하는 순간 사람들은 진정성을 의심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그게 국가기관의 책임 있는 모습이다.

일부 주민은 416안전공원을 납골당으로 여기며 반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자본중심주의가 낳은 세월호 참사
안전공원 설립은 국가권력 책임

- 416안전공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가 왜 벌어졌는지에서 출발한다. 참사는 소위 압축 성장이 낳은 병폐 즉, 성공지상주의, 자본중심주의가 만든 비극이다. 416안전공원에는 우리 사회가 사람을 우선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한다. 이것이 안전공원의 기본 철학과 방향이다.

나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또 다른 길을 허락해 줬다고 생각한다. 304명의 희생을 치른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국가안전재난교육센터 등 의미 있는 사업들도 안전공원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사회가 생명, 사람 등 인류 보편 가치를 실현하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 416안전공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앞서 말한 기본 원칙과 방향만 정해져 있지, 예산이 얼마고 부지를 몇 평으로 할지는 결정된 게 없다. 안전공원을 화랑유원지에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난 뒤, 예산·규모·내용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장소는 화랑유원지 오토캠핑방이다. 땅이 넓고,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다. 지금은 그냥 방치되어 있다.

- 세월호 참사는 개개인만의 문제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2014년 4월 16일 국민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공동체 전체가 상처를 입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권력 책임 아래 일어난 사건이다.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다. 304명 유해를 한곳으로 모으고, 이번 참사가 한국 사회 병폐가 일으킨 사건임을 반성하자고 말하는 것은 세월호 가족들이 할 일이 아니다. 국가권력이 나서서 할 일이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그게 맞다.

공동체 구성원의 아픔은 공동체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 대표적인 주체가 국가권력이다. 특히 안산 와동·선부동 일대는 한 집 건너면 희생자 가족들이 나온다. 지역 공동체가 함께 고통을 겪었다. 정부가 이들이 갖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양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는 야만의 시대였다. 국가권력이 세월호 가족들을 어떻게 대했나. 철저하게 외면했다. 진상 조사, 책임자 처벌 등에 있어 정부가 가족들 한을 풀어 준 게 무엇이 있나. 너무 막대했다. 아이들 구조도 제대로 안 하고, 부모들이 대화 좀 하자고 국회에서 농성할 때 대통령과 집권당 의원들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지나갔다.

416안전공원 부지로 거론되는 화랑유원지 오토캠핑장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결손가정 청소년 교육자에서
세월호 운동가로

- 지난해 416안산시민연대가 발족했을 때 상임대표로 임명됐다. 원래 목사라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게 됐나.

교단 총회에서 임원으로 잠깐 지냈다. 교계 정치에 신물이 났다. 나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정리하고 안산에 내려왔다. 2006년부터 청소년 사역을 시작했다. 결손가정 청소년과 그룹홈에서 지내며, 이들이 자기 적성에 맞는 진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줬다.

우연찮게 청소년을 상담하면서 생존자 학생과 연결됐다. 2년간 같이 살며, 그 학생이 학업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자연스럽게 가족협의회분들을 알게 됐고, 진상 규명 활동에도 조금씩 참여하기 시작했다.

416안산시민연대는 지난해 지역 시민단체 70여 곳이 모여 발족했다. 그때는 세월호 진상 규명 운동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고, 정부는 철저히 가족들을 외면했다. 운동이 고립되어 가는 암울한 시기였다. 그때 416안산시민연대가 만들어진다는 소식과 함께 대표를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왔다.

처음에는 고사했다. 나는 세월호 참사 당시 평범한 대중에 불과했다. 단원고에서 촛불 기도회가 열리면 가서 기도하는 정도였다. 나보다 열심히 활동한 분들이 많은데 내가 왜 대표를?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또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 놀고 있었으니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에 대표직을 수락했다.

- 특별히 목회자로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한 이유가 있나.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가야 할 처음이자 마지막 자리가 있다면 비통함 속에 있는 사람들 곁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예수를 우리에게 보낸 것도 우리가 비통했기 때문이다. 예수는 공생애 기간 비통한 이와 함께 있었고, 그 곁을 지키다 가셨다.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통한 사람 중 하나가 세월호 가족이다. 기독교인라면 가족들 옆에 서야 한다. 그들이 지금은 416안전공원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들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어떤 이들은 예산을 탓한다. 세월호를 인양할 때도 돈이 아깝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말 바보다. 그것은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다. 사람들은 겪어 봐야 깨닫는다. 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예수님은 수많은 사례로 우리에게 강조했다. 생명이 얼마나 존귀한지를.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돼지 수백 마리를 바닷속에 빠뜨리기도 하셨다.

- 세월호 가족들 곁에 서지 않은 기독교인도 있다.

어떤 목회자는 기도가 부족해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다는 말을 내뱉었다. 우리는 너무 부족한 사람들이다. 이런 교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교회에서 상처를 받고 떠난 분들에게 목사로서 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하나님이 여러분의 비통함에 함께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교회를 떠날 수 있지만 하나님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하나님은 당신의 비통함 속에 계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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