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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들의 이웃이 되기 위하여
[서평] 크리스토퍼 휴어츠 <눈뜬 자들의 영성>(IVP)
  • 조영민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7.04.28 15:16

<눈뜬 자들의 영성 - 깨어진 세상에서 하나님을 보는 법> / 크리스토퍼 휴어츠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 / 216쪽 / 1만 1,000원

아주 쉽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읽을 수 있는, 그저 그런 경건 서적 한 권일 거라 생각했다. 가벼운 무게에 조그만 판형, 많지 않은 쪽수, 신학 용어도 거의 없는 쉬운 문체. 하지만 의외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재미가 없는 것도, 어려웠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재미있고 쉬웠다. 그런데도 책을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읽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본성'과 싸우며 읽어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내 삶 전체를 위협했다. 안전한 곳에 있는 나에게 안전한 곳에서 나오라고, 위험한 자리에 함께 서자고 나지막이 외쳤다. 이 책을 읽게 될 이들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싸움을 치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육신이되신말씀'이라는 단체의 인터내셔널디렉터로서 20여 년 동안 이 시대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도왔다. 이 책은 이 공동체가 오랫동안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게 한 다섯 가지 핵심 가치(겸손, 공동체, 단순함, 순종, 깨어짐)를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세계와 그 세계에서 만난 하나님에 대한 묵상을 통해, 어떻게 이 다섯 가지 가치가 하나님 앞에서 눈을 뜬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글 어디에서도 위대한 일을 한다는 이들 특유의 과장은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묘사해 독자를 주눅 들게 하지도 않는다.

눈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대개 '눈'은 세계를 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그리스도로 인해 눈을 뜬 자들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전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이 책의 결론은 그리스도로 인해 '눈뜬 자'는 반드시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 그들과 함께하는 삶으로 초청받는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거대한 골리앗들이 움직이는 세상, 그러나 눈뜨지 못한 자들의 세상이다. '눈뜨지 못한 자'들은 예외 없이 골리앗들의 힘 앞에서 '적당한'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이 골리앗들에게 이렇게 이름 붙인다. 자만과 교만, 개인주의와 독립주의, 무절제와 과잉, 권력과 통제, 승리주의와 반항과 저항이라고. 눈뜬 자들은 이 거인들과의 전투로 부름받는다. 그리고 거인들과 싸울 때 사용할 돌멩이가 바로 위에서 말한 핵심 가치 다섯 개다.

책의 본론에서는 다섯 개의 돌멩이가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거인을 쓰러뜨릴 무기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글을 읽다 보면 느끼게 되겠지만 저자가 설명하는 방식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개념을 정의하고 그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 설명을 제시하거나 반론들에 대한 반론으로 개념을 정리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가 만난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 그 이웃을 통해 만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그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진 것들을 들려준다. 때로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고통스럽기도 하다. 이전에 스쳐 지나갔던 것들,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없는 셈 치고 살았던 것들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시선을 집중하면 그 자리에는 수만, 수십만이라는 '가난한 이웃'의 숫자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 있다.

'눈뜬 자'는 하나님이 세상에 두신 '가난한 이웃'들을 숫자로 보지 않는다. 스쳐 지나가는 배경으로 볼 수 없다. 변화된 눈은 그로 하여금 그들을 향해 나아가게 하며, 그들의 이름을 묻게 하며,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유익을 위해 오늘 자신의 삶에 있는 것들을 나누게 만든다. 억지로 결단해야 하는 의무로서가 아니다. 눈이 그를 그 자리로 인도한다. 그리고 거기 그 자리에서, 가난한 이웃을 통해 우리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진정한 주님을 만난다.

이 책은 참 두렵다. 이토록 과격한 주장을 이렇게 따뜻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저자가 담담히 써 내려가는 이야기 하나하나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발견한다. 그리고 내 안에 여전히 서 있는 다섯 거인들을 본다. 나의 손에 들린 돌멩이들이 과연 이 거인들을 이길 수 있는 것인지 아직은 확신이 없다. 나의 본성 역시 이 싸움을 좋아하지 않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초청하는 이 길이 '내 주님이 원하시는 길'임을 확신한다. 그러니 이제 이 길 위에 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내가 해야 하는 것을 위해 조금은 나아가 보려 한다.

조영민 / 나눔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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