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에서 개신교 역할이 어땠는지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는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3·1 운동 당시 개신교인 행적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4월 26일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3·1 운동에 참여했던, 확인된 개신교인만 1,968명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는 한국교회가 3·1 운동에 얼마나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4월 26일 '3·1 운동과 기독교 전수조사 보고회'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 연구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4월 말까지 14개월 동안 진행했다. 한규무 교수(광주대·한국근대사 전공)가 연구 책임을 맡아 역사학자 10명이 팀을 꾸려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았다. 국고 1억 2,000만 원이 투입됐다.

민족 대표 33인 중 16인이 개신교인이었을 만큼, 교계는 3·1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제 헌병대가 3·1 운동 당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검거된 1만 9,525명 중 3,426명(17.6%)이 개신교인이다. 이 중 목사는 244명(7.1%)이었다. 당시 개신교인이 총인구 1.5%였다고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개신교인 활동이 도드라진 셈이다.

연구팀은 전수조사를 거쳐 일제가 발표한 명단(3,426명) 중 개신교인이거나 개신교인으로 추정되는 1,968명의 이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제 법원이 기독교인을 재판했던 298건의 판결문, 선교사들이 본국에 보냈던 문건 자료, <가평군지> 등 각 지자체 독립운동사 자료, 각 교회 교회사(敎會史)와 <기독신보>·<독립신문>·<신한민보>·<매일신보>·<동아일보>·<조선일보> 등 언론 보도 등 A4 용지 3,151쪽에 달하는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에서 개신교인이 곳곳에서 삼일운동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결문 298건에는 기독교인 수백 명이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기록이 나왔다. 또 칠정리교회가 전남 화순 만세 시위를 주도했고 개신교인 김연배가 제주 조천리 만세 시위를 주도한 것을 찾아냈다. 개신교인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한 시위를 이끌었다는 사실 또한 발견한 셈이다.

다만 연구진은, 잘 알려진 인물은 행적을 파악하기 용이했지만 일반 시민이나 학생들 이름은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각 지방과 교회들의 협조하에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한국 곳곳에 남아 있는 3·1 운동 관련 기독교 유적도 조사했다. 공주제일교회나 월산교회 같은 만세 운동의 거점을 비롯해, 유관순 열사상, 독립 만세 운동 기념비, 3·1운동기념관 등 전국 분포 현황을 조사했다. 전국 역사관 9곳과 3·1 운동 거점 교회 89곳 등 총 657개 문화유산을 확인했다.

이 조사는 북한 지역을 제외한 것이다. 문화유산 부문 발표를 맡은 홍승표 박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는 "일부 흉상 등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방치돼 있다"면서 역사적 가치와 교훈이 있는 유산들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감리회 교회만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감리회 이용윤 총무(선교국)는 일례로, 감리회 교세가 약한 광주 지역 자료는 대부분 장로교 계열 교회들 자료라고 했다. 이번 조사를 하면서 얻게 된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앞으로 장로교와 감리회뿐 아니라, 침례교라든지 구세군 등 전 한국교회가 삼일운동에 참여한 현황을 조사하는 데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발표를 맡은 한규무 교수도, 현재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등, 타 교단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파 연합 사업으로 확대되는 '제2의 3·1운동'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윤경로 교수(한성대 명예)는, 이 연구를 토대로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는 후속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2년 후가 3·1 운동 100주년이다. 2년 동안 이 자료를 분석하고,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이고, 한국교회가 역사 속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돌아보고, 오늘의 모습에서 반성할 점은 무엇인지도 살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