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남노회는 명성교회 세습 관련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동남노회(고대근 노회장) 정기노회가 폐회했다. 이번 노회에서 다뤄질지 관심을 모았던 '명성교회 합병 세습'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명성교회는 합병과 청빙 두 안건을 노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두 안건은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와 새노래명성교회(김하나 목사)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김하나 목사는 아직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정기노회에 앞서 서울동남노회 임원회는 지교회에서 올라오는 안건을 엄격하게 심사했다. 헌의위원장 김수원 목사부노회장은 "미비된 서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받으면 나중에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서기 목사를 통해 미비된 서류는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단단히 일러두었다"고 했다.

개교회가 결의한 안건은 시찰회를 거쳐야 노회에 상정할 수 있다. 명성교회는 3월 28일 고덕시찰회 정기 회의에서도 안건을 제출하지 않았다. A 시찰위원은 "시찰회를 거친 안건 중에는 해당 안건이 없었다. 명성교회가 두 안건을 올리려 했다가 취소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두 안건을 시찰회에 올리지 않자, 노회원들 사이에서는 정기노회 당일 긴급 안건으로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청빙안과 합병안에 법적인 하자가 생겨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A 시찰위원이 말했다.

"시찰회와 정치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노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건 교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직 청빙과 합병을 놓고 두 교회가 합의하지 않은 상태다. 바깥 반대 여론도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인 하자까지 생긴다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동남노회 회의 모습. 노회원들 사이에서는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하나님 앞에
부도덕, 잘못된 일"

이변은 없었다.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과 새노래명성교회 합병안은 폐회 예배 때까지 거론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두 안건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현재 노회원들 사이에서는 명성교회 세습 진행 과정을 놓고 여러 추측과 가설이 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임시노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하고 가을에 열리는 정기노회에서 청빙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10월 정기노회에서 친명성교회 인사를 노회 중직으로 선출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은 노회원들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병기 목사는 3월 22일 노회 홈페이지에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병기 목사는 여러 노회원들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노회 안에 여러 말이 도는데, 흘려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하나 목사가 세습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실하다면 상황을 이렇게까지 끌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노회원들 생각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회가 어떤 결의를 해도 반드시 노회를 거치게 되어 있다. 다행히 이번 명성교회 결의를 불법으로 보는 공감대가 노회원 사이에 퍼지고 있다."

노회 관계자들도 법과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A 시찰위원은 노회원 상당수가 이번 명성교회 결의를 불법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노회원 중에서 반대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세습에 대한 개인 입장을 떠나 법이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백한 불법이라 가부를 물을 안건이 아니다. 만약 명성교회가 무리하게 상정해 안건을 결의하면, 노회는 시끄러워질 것이다."

노회 임원 B는 노회원들이 강경하게 이 건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냥 눈감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 부도덕하고 잘못되고 죄악 된 일이다. 노회원들은 목숨을 걸고 이 일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회 관계자들이 명성교회 장로들에게 잘 생각하라며 설득하고 있다. 장로들이 어떻게 포장해도 세습은 세습이다. 만약 두 교회가 합의해 합병안을 상정하고 노회가 이를 수락한다 해도, 청빙만은 노회와 총회가 거절할 것이다. 법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김하나 목사만 임지를 잃게 된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지는 거다. 그걸 누가 책임지겠는가."

현재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명성교회 청빙위원이었던 이종순 장로부노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김하나 목사에게) 답변이 없어 아무것도 못한다. 기다리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기노회에서 만난 청빙위원장 김성태 장로도 "지금은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다. 교회를 위해 많이 기도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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