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졸라맨으로 그려도 되니까 사람을 한번 그려 보세요"라는 말이 들려왔다. 4월 중순, 취재차 한 신학대학교를 찾았을 때였다. 떠들썩한 카페 안, 유독 한 테이블 풍경이 눈에 띄었다. 여성 둘이 남학생 한 명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여러 질문을 던졌다. 교회 분위기는 어떤지, 청년부에 적응할 만한지, 신학교 생활은 어떤지 묻고 있었다.

이들은 30분가량 대화를 마치고 흰 종이를 꺼냈다. 그림을 그려 보라고 했다. 남학생은 아무 의심 없이 그림을 그렸고, 여성들은 조만간 다시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1시간 정도 여성 둘과 대화를 나눈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남학생이 다니는 교회만 물었지, 자신들이 속한 단체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기자가 이날 목격한 일처럼,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미술 치료', '심리 상담' 등을 매개로 청년들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신이 심리학과 학생인데 과제를 위해서라거나, 상담가인데 케이스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댄다. 과연 이 방식은 상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일까.

한국상담학회가 특정 종교 단체가 학회원을 사칭해 학생들에게 포교 활동을 한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한국상담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상담학회 공고
"학회원 사칭 조심하라"
2년 전부터 문의 들어와
전문가, 길거리 상담 안 해

한국 심리 상담계에서 가장 회원이 많은 학회 중 하나인 '한국상담학회'는 4월 초, 홈페이지에 "특정 종교 단체가 학회원을 사칭해 학생들에게 포교 활동을 하니 조심하라"는 공지문을 올렸다.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특정 종교 단체에서 한국상담학회 회원, 상담 전문가를 사칭하며 무료 상담 명목을 내세워 포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와 관련한 많은 문의가 학회로 오고 있으며, 내용은 HTP, 에니어그램 등 심리검사 및 해석 상담을 해 준다는 명목하에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민원 접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학회원들께서는 주변인들에게 널리 알려 주시고, 특히 대학에 재직 중인 회원들께서는 학내에서 한국상담학회를 사칭하여 학생들을 현혹하는 행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상담학회가 공식적으로 '종교 단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지문에 나온 종교 단체는 이단·사이비 단체를 말한다. 학회 관계자는 4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2~3년 전부터 해마다 10건 정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이번 공지문을 올리게 된 계기는 부산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학생 몇 명이 따로 연락해서다. 한 봉사 단체가 교내에서 인문학 강좌를 개설했고, 광고 시간에 심리 상담을 받을 학생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학생들이 심리 상담해 주는 사람이 학회원이 맞는지 문의했다. 이런 방식은 서울 쪽에서도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회 관계자는,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상담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보통 전문가들은 거리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상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소, 센터, 기관, 대학 기구에서 연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관계자는 "혹시라도 길거리에서 자신을 한국상담학회 회원, 또는 다른 학회원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학회에 확인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신현욱 대표
"상담, 제일 많이 사용하는 방법"
대학 내 인문학 강좌도 활용
신상 정보 절대 쓰지 말 것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 신현욱 목사 역시 한국상담학회 관계자 말에 동의했다. 그는 설문지와 심리 상담은 신천지가 접근 초기 단계에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천지는 포교 대상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도형 심리 상담, 심리 테스트, 성격 테스트, DISC, MBTI, 에니어그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담한 후 성경 공부를 하는 '복음방'으로 인도한다.

신 목사는 "신천지에서 심리 상담으로 포교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심리 상담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큰 학회 이름을 사칭하거나 신천지가 만든 위장 단체 이름을 언급한다. 단체 이름을 들으면 직접 확인해 봐야 한다. 확인만 제대로 해도 신천지에 빠지는 확률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현욱 목사는 특정한 사람이 이렇게 접근해 올 경우, 신상 정보를 기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노방 설문이든 지하철 설문이든 학교 앞 설문이든 상관없이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자기 신상을 적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요새는 신천지가 대학 내에서 인문학 강좌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절대 강의만 듣고 내보내지 않는다. 신상을 적게 한다. 이름, 전화번호는 물론 혈액형, 종교도 묻는다. 이들은 혈액형에 따라 상담 유형, 성격 테스트를 미리 분석해서 세팅하고 가장 적합한 사람을 옆에 붙인다. 대학생들은 절대 학과와 학번을 적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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