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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위해 살다 간 한국교회의 어머니를 만나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봉작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 유영 기자 (young2@newsnjoy.or.kr)
  • 승인 2017.04.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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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4월 20일부터 시작한다. 주제는 'Re-'(다시). 사회와 교회가 새롭게 도약한다는 소망을 담았다. 27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1912년부터 22년 동안 조선에서 선교한 여성 선교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다. 영화는 당시 사회 약자인 여성과 빈민, 고아, 한센병자를 위해 살다 간 서서평의 삶을 살핀다.

최근 한국교회는 성차별과 소수자 혐오를 일삼는 세력으로 비난받는다. 과연 과거부터 차별과 혐오를 한국교회가 일삼아 왔을까. 차별받던 여성과 혐오 대상이었던 한센병자를 끌어안고 공동체 일원으로 회복하게 한 서서평 선교사의 삶을 살피며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길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이를 위해 영화를 간단히 소개한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1934년 6월 말, 광주광역시 최초 사회장이 12일 동안 진행됐다. 거리에는 '어머니, 어머니' 부르짖는 통곡 소리와 눈물이 넘쳤다. 광주 시민들에게 어머니라 불린 여성은 푸른 눈의 외국인 서서평[엘리자베스 쉐핑(Elisabeth J. Shepping), 1880~1934]. 1912년 32살에 조선을 찾은 여성 선교사였다.

그의 상여 뒤에는 당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이 줄지었다. 수양딸 13명과 여성, 빈민, 한센병자가 따랐다. 서서평은 상대적으로 조선인보다 부유하게 살았던 대부분 외국인 선교사와 다른 모습으로 살았다. 급여는 모두 빈민과 병자, 여성을 위해 사용했다. 남긴 것이라고는 7전과 모포 반 장, 강냉이 두 홉이 전부였다. 본인 시신마저 해부용으로 기증했다. 장례를 취재한 당시 <동아일보> 기자는 '어떻게 그런 삶을 살아야만 했을까' 의문을 던졌다.

서서평은 조선 여성과 같은 의복을 즐겨 입었다.

노예 같던 여성
사람대접한 여성

평생 독신으로 산 서서평 선교사는 무엇보다 조선 여성에게 관심이 많았다. 여성의 눈에는 고통받는 여성이 가장 먼저 들었다. 서서평 선교사가 남긴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1달간 500명의 여성과 환자를 만났다. 하나도 성한 사람이 없었다. 굶주리거나 병들었거나 소박맞아 쫓겨났다. 모두 다른 고통을 앓고 있다."

이름 없는 여성에게는 평생 소중히 여길 이름을 지어 주었다. 여성들은 이름을 통해 자존감을 키웠다. 아버지와 남편 등 남성 아래 노예처럼 갇혔던 여성들을 구하려 노력했다. 10대~40대 여성이 모두 공부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학교를 열었다. 글공부부터 먹고살 수 있는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를 가르쳤다.

특히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도왔다. 최초 여성 신학교 이일학교(현 한일장신대)를 세워 여성 교육자와 지도자를 길렀다. 이일학교에서 공부한 여성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서서평 선교사에게 배운 대로 여성들을 가르쳤다. 여성의 힘이 모이도록 여러 단체도 조직했다. 여성 시민단체 산실인 부인조력회와 조선여성절제회, 조선간호부회(현 대한간호협회)를 조직했다.

사회에서 버림받았던 한센병자들을 위해서도 서서평 선교사는 모든 것을 바쳤다. 한센병자는 길을 지나가다 사람들이 돌을 던지면 맞아야 했던 혐오 대상이었다. 공동체에서 버려졌고,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는 사람은 없었다. 윌슨 선교사가 한센병자를 위해 애양원을 세울 때, 가장 가까이에서 도운 간호사가 서서평 선교사였다. 그는 환자들을 어루만지며 사랑을 가르쳤다.

한센병 부부가 남기고 떠난 아들도 입양했다. 14번째 입양한 고아였다. 이미 수양딸만 13명이었다. 그가 많은 아이를 입양한 이유는 아픈 과거에 기인한다. 어머니에게 버려진 서서평 선교사의 상처가 고아를 돌보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서서평 선교사를 버려두고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자신을 돌봐 주던 할머니가 사망하자 서서평은 12살에 어머니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결혼해 아이까지 있던 어머니에게 서평은 곱게 비쳐지지 않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독실한 천주교인이었던 어머니는 개신교로 개종한 딸이 못마땅했다. 평탄하지 않은 어린 시절 경험은 큰 상처로 남았다.

다큐멘터리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포스터.

다큐멘터리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는 서서평 선교사 삶과 사역을 천천히 살핀다. 한 여성 선교사가 꿈꾸었던 하나님나라와 삶을 돌아보게 한다. '천천히 평온하게'라는 제목은 서평이라는 이름을 우리말로 풀어낸 것이다. 서평이라는 이름은 모나고 급했던 엘리자베스 쉐핑이 천천히, 평온하게 살아가기 바랐던 마음을 담아 지은 조선 이름이다.

서서평 선교사가 꿈꾸었던, 약자가 사랑받고 존중받는 세상을 한국교회는 얼마나 이어받았을까. 서서평의 삶을 함께 돌아보며, 한국교회가 차별과 혐오받는 이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면 어떨까.

여성 감독 조명한
약자 위해 삶 바친 여성 이야기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는 홍주연 감독(CGNTV)이 만들었다. 교회 여성으로 자라, 일터에서 여성으로 지내며, 여성을 조명한 여성 감독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홍 감독을 17일 시사회에서 만났다.

다음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 흔히 다뤄지지 않는 한국을 찾은 여성 선교사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해 여성 선교사 이야기 '여선교사, 조선을 비추다'와 이번 서서평 선교사 이야기까지 두 번에 걸쳐 여성 선교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동안 알려진 선교사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큰 업적을 남겨야만 무언가 역사에 남으니 별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가난한 사람과 함께하고, 약자를 위해 살았던 사람은 대부분 여성 선교사였다. 그리고 당시 가장 버림받고 소외된 존재도 여성이었다. 그래서 여성 선교사를 다루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서서평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았던 선교사는 많다. 선교사 대부분이 구제 사역을 했으니 말이다. 약자를 위해 살았던 여성 선교사 중에서도 서서평은 가장 극단적 삶을 살았다. 그가 버림받은 자를 위해 살았던 기록을 접하고, '왜 그렇게 살아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평은 특이한 삶을 살았다. 모두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선교사 사회에서도 서서평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선교사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살지도 않고, 가난한 조선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았다. 여자 괴짜였다. 그래서 이 인물에 더 호기심이 갔다.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홍주연 감독. 홍주연 감독 제공

- 기독교인 여성 감독(PD)이 바라본 한국교회 여성의 위상은 어떠한가.

100년 전과 비교하면 나아졌지만, 여전히 한국교회에서 여성은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로 지낼 것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부분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본다. 사회에서도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성이라서 위협받고 차별받는 일은 여전히 많다.

한국교회가 서서평 선교사를 돌아보며 선교를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랐다. 선교란 교회를 세우고 큰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낮은 존재가 빛이라는 걸 알게 하는 것이 선교다. 서서평 선교사는 여성에게 이름을 주고, 네가 빛이라고 알렸다. 존재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여성이 알게 했다. 김필례, 조아라 같은 여성 제자들이 여성 지도자로 설 수 있도록 했다. 여성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의미 있는 업적이라고 본다.

- 한국교회와 여성을 주제로 만들고 싶은 다른 이야기는 있는가.

선교 역사 다큐멘터리를 이제까지 3편을 만들었고, 그중 여성 선교사를 주제로 한 건 2편이다. 여성을 주제로 이어 간다면, 현재 한국교회 여성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결혼해서 일하고 가정을 함께 꾸리는 여성으로서 생기는 고민이 많다. 교회에서 만나는 여성 문제도 다양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성 위치가 좋아졌지만, 아직도 교회 안으로 보면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교회에 속한 여성이다. 여성 눈으로 본 한국교회 여성 이야기를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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