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교회 안 다닌 지 2년 넘었어요. 2015년 부활주일을 지나고 교회를 뛰쳐나왔죠. 그래서 지금은 '집사'라는 호칭도 떼려고요. 집사보다는 창현 엄마라고 불리는 게 제일 편해요. 교회 떠났지만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거나 믿음이 없어진 건 아니에요. 해답은 그분밖에 없는 거 같아요. 아직 답은 듣지 못했지만 여전히 왜 그때 가만히 계셨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고요."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교회를 떠났다. 가족이 함께 다니던 교회에서 세월호 희생자는 창현이뿐이었다. 창현 엄마가 노란 리본을 달고 가면 교인들이 이상한 눈초리를 보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주장하며 삭발했을 때도 위로보다는 싸늘한 시선이 돌아왔다.

교회학교에서 봉사하던 창현 엄마에게, 비구니처럼 삭발하고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느냐는 말이 들렸다. 그 말이 창현 엄마에게는 "너 이제 필요 없으니까 교회 나가"로 해석됐다. 집사였던 그는 결국 교회를 뛰쳐나왔다. 올해부터는 '집사'라는 호칭도 스스로 떼어 버렸다. 창현 엄마는 이제 자신을 '집사'라고 소개하는 것도 불편하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4일 앞둔 4월 12일,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창현 엄마 최순화 씨, 세월호 서명대 자원봉사자 조미선 집사, 세월호 천막카페 봉사자 박찬희 교수(서울신대)가 간담회에 참여했다. 캠퍼스 곳곳 '세월호를 기억하자'라는 현수막이 이들을 맞이했다.

서울신대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세월호 참사 후 신앙 달라져
골방 아닌 광장서 하나님 만나
한국교회만 생각하면 답답

창현 엄마는 신학생, 젊은 기독교인이 모인 자리에서 유독 교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에게 "외식하지 말라"고 했던 모습이 한국교회에도 있다는 점, 약자들을 돌보지 않고 배척하는 모습 등을 지적했다. 모두 뼈아픈 현실이었다. 창현 엄마 말에는 교회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그는 젊은 기독교인들에게 이번 부활절에는 다시 태어날 것을 부탁했다. 창현 엄마는 간담회 자리에서 조미선 집사가 입은 세월호 티셔츠를 소개했다. 티셔츠에는 노란 리본과 함께 'Rebor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창현 엄마가 고심하며 만든 옷이다. 그는 옷에 새긴 문구처럼 기독교인들이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창현 엄마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아보고, 그 진실에 가닿는 것이 기독교인에게 다시 태어나는 길을 열어 줄 거라고 했다.

"유가족은 봄이 되면 정말 아파요. 오다 보니까 벚꽃이 다 피었더라고요. 흔히 우리가 꽃 같은 아이들이라고 하잖아요. 이 표현이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부모들에게는 그 꽃 하나하나가 정말 우리 아이들 같아요. 꽃들이 한순간에 저버리는 걸 보면, 거기서 우리 아이가 겹쳐 보여요. 엊그제도 한 유가족이 '봄이 되면 저 꽃들을 다 뜯어 버리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그게 솔직한 우리 심정이에요. 매년 봄마다 반복될 텐데. 새로 태어난 여러분,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이 늘어나면 저희도 이걸 반기면서 봄을 기다릴 거 같아요."

창현 엄마는 기독교인들이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창현 엄마와 동갑내기이자 광화문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조미선 집사. 그에게 세월호 참사는 새로운 신앙을 알게 하고 새로 태어난 계기가 되었다. 사건이 있기 전, 그는 순복음교회에서 신앙생활했다. 담임목사가 기도하라면 기도하고, 헌금 내라고 하면 헌금 내는 순종적인 교인이었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오직 기도하는 삶'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부활절 직전 발생한 참사를 보면서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 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교회와 무관한 듯 설교하고 교인들을 가르쳤다. 오히려 일상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기독교는 인본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니, 이런 일에 분노하거나 애통해하지 말고 한 발자국 물러나 기도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는 세월호 유가족을 보면 볼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지난해 조 집사는 35년간 다닌 교회를 떠났다.

"활동하면서 신앙이 많이 바뀌었어요. '하나님이 불의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만히 기도만 하라고 말씀하실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었어요. 우리가 가만히 있으니까 지금 악이 웃고 있잖아요. 악이 선을 이기고 있잖아요. 신앙인은 반드시 불의에 저항해야 할 것 같아요. 골방을 나와 세상과 교감하면서 살아야 해요."

조미선 집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한국교회에 실망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세월호서 보이는 예수의 죽음
유가족 모욕하는 '개들'의 진상
약자 권익 찾아 주는 게 성결

광화문 천막카페에서 봉사하는 박찬희 교수 역시 세월호를 대하는 한국교회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예수의 죽음과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2,000년 전 정치·종교 세력이 예수를 억압하고 가두고 죽였듯, 오늘날에도 기득권층이 여러 방법으로 세월호 구조를 방기했다고 보았다.

거기에는 한국교회도 한몫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는 등 가장 악한 말을 한 사람이 목사들이었다. 그는 이런 목사를 '개'라고 지칭했다. 박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개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개들의 실체만 알게 된 건 아니다. 3년 가까이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하는 기독교인 모습도 함께 보게 되었다. 광화문에서 40일 넘게 단식했던 두 목사,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며 거리에서 예배하고 봉사했던 기독교인들을 발견했다. 이 행렬에 서울신대 소속한 성결 교단 출신 목사들도 함께했다. 목소리 내고 길 위에서 예배했다. 시행령 폐기를 위한 행진에도 참석했다.

"우리 교단이 '성결'입니다. 성결은 기도실에서만 예배드리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공평과 정의를 외치는 것을 말합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이들의 권익을 찾아 주는 게 성결입니다. 이것을 배제한 성결은 가짜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가짜 성결을 보물인 양 가르치고 품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종교가 정치·사회·문화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광장으로 나갈 것을 당부했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기도회에 참석하고, 목포에 가서 세월호를 보고, 일상생활에서 세월호 배지를 달라고 권했다.

박찬희 교수는 신학생들에게 골방에서 나와 광장으로 나가라고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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