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멘토링사역원과 공동체지도력훈련원, 부산중앙교회(최현범 목사),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는 4월 24일(월) 호산나교회에서 제8차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엽니다. 워크숍에서 총 10개 교회 사례를 발표합니다. 교회 본질을 추구하면서 마을을 아름답게 섬기는 10개 교회 이야기를 연재 글을 통해 미리 소개합니다. 워크숍 참여하시는 데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장로님 다음이 권사님, 그 다음은 집사님, 일반 성도는 맨 아래. 어릴 적 주일학교 다닐 때 교회 어른들을 나누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교회에는 서열도 지위고하도 없다고 하지만, 주일학교를 다니던 내 눈에도 암묵적인(?) 위계는 있어 보였다. 

은사도 마찬가지다. 목사님이 가장 파워가 세고, 장로님도 무시 못 할 능력자. 은사의 크고 작음은 주일예배 때 누가 누가 강대상에 올라가는지를 보고 가늠할 수 있었다. 교회 식당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은 단연 권사님 아니면 여전도회장님이었고, 당회며 제직회며 중요한 회의에 들어가는 분들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교회 안에서 은사와 역량은 이렇듯 손쉽게 파악되고 정리된다. 기도의 은사, 목양의 은사, 봉사의 은사 등 교회 안에서 통용되는 은사는 무척 중요하면서도 또 막강한 힘을 지닌다. 물론 이것이 교회 '안'일 때 말이다.

대구하늘담은교회는 교인들에게 동네 반장과 통장이 될 것을 권유한다. 교회 은사를 넘어 마을 은사에도 강조점을 둔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대구의 한 교회를 찾았다. 교인들에게 동네 반장과 통장을 권하는 교회였다. 교회 안의 직분을 권하는 것만큼의 강조점을 두고 동네 반장과 통장이 될 것을 권유한다. 이유가 뭘까. 대구하늘담은교회는 장년, 주일학교 통틀어 1000명 가까운 성도들이 모이는 제법 규모가 있는 교회다. 교회 안에서 필요한 직분도 역할도 많을 텐데, 하늘담은교회는 '교회 은사'만큼이나 '마을 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반장, 통장만 권하는 것은 아니다. 19개의 여전도회와 13개의 남선교회는 각각 지역 주민센터(동사무소), 복지 기관, 시민단체 등과 자매결연을 맺는다. 모일 때마다 자매결연을 맺은 지역의 기관 및 단체 상황을 나누고 기도도 하고 필요한 일손과 재정을 보탠다. 친목이나 식사 위주로 흘러갈 수 있는 모임을 지역을 위한 후방 지원 모임으로 뒤바꾼 것이다.

교회에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한 여러 공간과 사역 현장들이 있다. 하담찻집은 벌써 20년째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와 만남의 장소로 제 몫을 하고 있다. 찻집 지기는 교인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매일 4시간씩 2교대로 6명이 돌아가면서 주민들을 만난다. 찻집 옆 도서관에서 상시 섬김이 2명이 책 보러 오는 이웃들을 만난다. 일주일이면 40명이 찻집과 도서관을 책임지는 셈이다.

하담찻집에는 하늘담은교회 교인들이 매일 6명씩 2교대로 찻집 지기가 되어 동네 이웃들을 만난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하늘담은교회가 정부 기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와 노인요양센터는 매년 지자체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연말 감사를 받을 때면 위원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일단 준 돈보다 쓴 돈이 더 많고, 기본적인 행정 소요를 웃도는 인력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노인요양센터는 주중 몇 시간씩 정해진 방문과 요양 봉사가 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정규 방문 시간에만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면, 자식들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당장에 이동편이 없다면,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생겨 급히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군가 얼른 들여다보고 필요한 도움을 챙겨야 한다. 행정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망이다. 하늘담은교회 교인들은 3인 1조를 만들어 동네에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도 방과후 2시간의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그만이다. 저녁 먹이고 공부를 좀 도와주는 것으로 일정한 책임을 했다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교회 재량에 따라서 지역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고 범위도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하담지역아동센터는 영어·수학 지도는 물론 예절 교육과 성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한다. 각각의 교육은 교인들이 자원해서 맡는다.

동네 헌옷을 기증받아 싼값에 파는 초록가게도 자원봉사자만 15명이다. 초록가게의 저력은 운영 햇수로 증명된다. 4인 1조로 매일 가게를 운영해 온 햇수가 벌써 20년을 훌쩍 넘었다. 20년 전에도, 지금도 옷값은 단돈 1000원. 헌옷이라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나는 안 입지만 누가 입어도 손색없는 옷들을 기증받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헌옷을 수거해 저렴하게 파는 초록가게, 노인요양센터,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인들의 참여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하늘담은교회는 25년째 지역을 섬기는 교회로 마을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두 명의 담임목사가 2대에 걸쳐 마을 목회의 뜻과 의지를 이어갔다. 전임이었던 신정환 원로목사는 22년 동안 하늘담은교회를 목회하면서, 지역 속에서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를 강조했다. 그 결실로 찻집과 아동센터, 노인요양센터, 초록가게 등이 건실하게 지속될 수 있었다. 은퇴를 10년 남기고 조기 은퇴한 전임 목회자를 이어, 지난 2013년 신학교에서 선교적 교회론을 가르치던 남정우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남 목사는 부임 뒤로 '은사에 따른 선교 공동체'라는 표어를 걸고, '마을과 함께하는 교회'의 강조점을 계속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하늘담은교회에는 세 개의 강조점이 있다. 은사-하나님나라-선교. 1년에 한 가지씩 강조점을 가지고 설교와 교육과 행사와 행정을 기획하고 구성한다. 3년이 지나면 1주기가 끝난다. 그러면 다시 은사-하나님나라-선교를 순서로 강조점을 다시 거듭한다. 목표는 나선형 성장이다. 성도 각자가 저마다의 은사와 재능을 발견하고, 하나님나라의 가치와 실제를 구현하고, 선교의 여러 현장에 참여한다는 것이 나선형 성장의 지향점이다. 선교의 현장은 해외와 국내, 지역사회를 포함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벌써 교회 안에는 직분 보다는 자신의 은사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봉사와 선교를 준비하여 교역자를 찾아와서 상담하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 교역자가 끌고 가는 봉사 선교가 아니라, 성도들이 자신의 은사를 봉사 선교 현장에 사용하고 싶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교역자는 격려하고 지원할 뿐이다.  

하늘담은교회의 원래 이름은 지산제일교회였다. 지산동에 있어서 지은 이름이었는데, '하늘담은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대구에 하늘을 심는다'가 교회의 지표이자 모토이다. 그 밑바탕에는 20년 넘게 각 영역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을 은사를 성실하게 발휘한 교인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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