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수도권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한성공회 나눔의집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4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길찾는교회, 국밥집교회, 성프란시스공동체 교인 100여 명이 모였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세월호 3주기를 기억하고 부활절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열린 고난주일 연합 감사 성찬례였다.

최순화 씨는 세월호와 십자가의 관계가 뭘까 많이 생각하고 물었는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진실이여 오라!'라는 주제로 열린 성찬례는 대한성공회 전례대로 진행됐다. 구약과 신약의 본문을 택해 함께 읽고 성찬을 베풀었다. 설교는 세월호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 씨 발언으로 대신했다.

"고난주간에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도 고난주간이었습니다. 다음 주가 부활주일이었고요. 저도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인데요. 그때부터 세월호와 십자가 관계는 뭘까 많이 생각하고 묻기도 합니다. 참 많이 물었는데, 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고난주간에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 부활을 생각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같은 기간에 일어난 세월호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쭉이요. 당연히 연관이 있겠죠.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진실이여 오라'라는 이름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략)

세월호가 육상으로 올라오기까지 1,090일이 걸렸습니다. 저희는 '세월호력'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올 때 비행기 타고 오기로 했었는데… 이제는 뭍으로 올라오는 그 배에서 사람을 찾아야 하고, 거둬 올린 배에서 밝혀 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뿐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21세기 대낮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국민 모두가 주목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열린 감사 성찬례는 아이들도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어서 열린 성찬례는 '힘 없는 이들, 억압 받는 이들, 별난 이들을 위한 성찬 기도문'을 준비해 이 땅에 고통받고 있는 많은 이들의 아픔을 기억했다. 기성 교회와 다른 모습으로 모이는 나눔의집, 길찾는교회, 국밥집교회의 신앙고백이기도 했다.

"주여 주님의 거룩한 식구들을 기억하시며, 특별히 더 이상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오래되고 작은 교회들과, 아직 우리가 관심 갖지 않는 새롭고 독특한 교회와 공동체들을 기억하소서. 이 시대와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이 우리의 새로운 식구가 되고, 교회에서 상처받고 쫓겨난 별난 이들이, 주님의 입맞춤이 주는 힘으로 사랑의 관계를 되찾게 하소서."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길찾는교회, 국밥집교회, 성프란시스공동체가 주최한 연합 감사 성찬례에는 기독교인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예배가 열린 광화문광장을 지나가는 외국인 여행객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 마티유 씨는 "세월호 이야기는 전에 뉴스에서 잠깐 봤지만 여기 와서 직접 보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와 닿았다. 너무 슬픈 일이다. 아직 배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게 더 슬프다. 함께 마음을 모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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