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유명 목사 설교를 상습적으로 표절해 온 ㅎ교회 이 아무개 목사가 퇴직금과 선교 지원금 명목으로 총 2억 원을 받고 사임하기로 했다.

이 아무개 목사는 2010년 서울시 은평구 ㅎ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최근까지 설교를 표절해 왔다. 지난달, 평소 이 목사 목회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일부 교인은 이 목사의 표절 사실을 발견한 후 당회에 고발했다. 이 목사는 주일예배 때 교인들 앞에서 잘못을 시인했고, 당회는 이 목사에게 사임을 권고했다.

설교 표절 사실이 드러난 ㅎ교회 담임목사는 퇴직금 2억 원을 받고 사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ㅎ교회는 3월 5일 제직회를 열어 퇴직금과 사임 날짜를 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날 회의를 갑자기 연기했다. 퇴직금을 놓고 이 목사와 장로들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장로는 "이 목사가 노회 정치부장이 제안한 액수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치부장은 장로들에게 3억을 불렀다"고 했다. 3억 원은 장로들이 생각했던 금액보다 턱없이 높은 액수였다.

설교 표절이 드러났을 때, 장로들은 이 목사에게 퇴직금 1억 3,000만 원을 제안했다. 이후 장로들은 이 목사와 논의하면서 2억 원으로 금액을 올렸다. 결국 3월 12일 당회에서, 퇴직금 1억 원과 선교지원금 1억 원, 이사 비용과 자가용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3월 19일, 노회 정치부장 정 아무개 목사 주재로 ㅎ교회 제직회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서기장로가 당회에서 결의한 예우안을 보고하며 제직들에게 가부를 물었다. 집사·권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한 교인은 "퇴직금과 선교 지원금 산출 기준이 무엇이냐. 2억이 어디서 뚝 떨어지나. 교회 모든 교인이 조금씩 모은 돈이다"라고 항의했다. 또 다른 교인은 "대통령도 파면되면 아무것도 없다"고 따져 물었다. 퇴직금은커녕, 지금까지 목회를 잘못한 것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와 파면 청원을 거론하는 교인도 있었다.

1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안건은 세 안으로 조정됐다. 서기장로는 △1안: 2억 원 지급하고 4월 말까지만 사례비와 사택 제공 △2안: 2억 원에 이사비와 자가용 지급하고 5월 말까지 사례비와 사택 제공 △3안: 1·2안 모두 반대 등 세 가지 중에서 정하자고 제직들에게 제안했다.

서기장로가 세 개 안을 꺼내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교인들 여론은 3안에 쏠렸다. 투표에 들어가기 전 정치부장이 교인들에게 우려를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결정이 안 되면 교회가 대혼란을 겪는다. 비슷한 일이 다른 교회에서 일어났다. 수습위원회가 구성돼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사회 법정으로 넘어갔다. 1심이 끝나면, 2·3심까지 갈 수 있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상처받는 건 교회와 교인들이다." 투표 결과, 1안이 48명 중 34표로 최종 결의됐다.

교인들은 표절한 목사에게 2억 원을 주는 것에는 문제가 있으나, 갈등을 끝냈으니 괜찮다는 분위기다. 한 장로는 "지금까지 교회가 내홍으로 시끄러웠다. 오랫동안 다닌 여러 가정이 교회를 떠났다. 이제 목사가 사임하면서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했다.

이 목사는 3월 28일 열린 노회 시찰회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는 4월 18일 정기회를 열 계획이다. 정기노회에서 사직서가 수리되면, 이 목사는 더 이상 ㅎ교회 담임목사가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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