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83년 역사의 청량리중앙교회가 김성태 담임목사 자질 논란으로 또 한 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량리중앙교회는 1934년 세워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 서울동노회 소속의 유서 깊은 교회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출석 교인 1,000명을 육박했지만 지금은 200여 명만 주일예배에 참석한다.

대를 이어 교회를 다니는 가족이 많았던 청량리중앙교회. 지금은 30~40년 교회를 지킨 원로들만 남았다. 청년들은 교회를 떠난 지 오래다. 과거 교육관을 꽉 채웠던 교회학교 학생 수는 현재 40여 명을 유지하고 있다. 청량리중앙교회 교인 수가 10년 사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김성태 목사와 교인들 사이 오랜 갈등 때문이다. 청량리중앙교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목사에 충성 요구
동의하지 않자
소개 목사에게 협박 문자

지난 2월 김성태 목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A, B, C 목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청량리중앙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는 D 목사 거취 문제 때문이었다. D 목사는 세 목사 추천으로 청량리중앙교회에 오게 됐다. 부임 초기에는 좋았던 김성태 목사와 D 목사의 관계는 점점 틀어졌다. 김 목사와 D 목사의 갈등이 교인들 사이에 알려지자, 김 목사는 D 목사를 추천한 목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험한 말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새끼 데리고 8시까지 우리 교회로 오시오. 난 조폭이고 깡패가 되었으니 칼부림 각오하고 오시오. 만약 내 앞에 그 새끼 무릎 꿇고 사죄시키지 못할 거라면 아예 오지 마시오. 당신. 내 칼에 죽어요."
"깡패처럼 나를 돕지 않으려면, 날 담임목사로 섬길 수 없으면 사표 내라 했소."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를 한 놈이 한날에 날려 버린단 말이요. 어떻게. 다 죽여 버리고 싶어."

청량리중앙교회는 7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교인 약 1,000명이 출석했지만 지금은 200여 명만 남아 교회를 지킨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A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김 목사가 청량리중앙교회 당회와 많이 틀어진 상황에서 구원투수격으로 부른 게 D 목사였다. D 목사 덕분에 교인들과 관계도 좋아졌는데 결국 D 목사와도 잘 지내지 못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우리가 김성태 목사에게 그러지 말고 작은 교회로 옮겨 행복하게 목회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는데, 이걸 자기를 내쫓겠다는 걸로 오해하고 저렇게 화가 나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 문자는 교인들에게도 전달됐다.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한 장로는 이 문자가 D 목사와 관련한 메시지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량리중앙교회는 2011년 한차례 내홍을 겪고 교회가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수십 년 된 교회가 쪼개진 이유는 김성태 목사에게 있었다. 김 목사는 부교역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자신에게 '충성 서약'을 요구하는가 하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륜으로 몰아 내쫓으려고 한 적도 있다. 이를 보던 교인들과 김성태 목사 사이 갈등은 극에 달했고, 수개월간 대치 끝에 반대 측 교인들이 조건 없는 분리를 택해 교회를 떠났다.

지금 남아 있는 교인들은 당시 김성태 목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던 사람들이었다. 그들도 이번에는 김 목사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김 목사는 부목사들과 계속 갈등을 일으켰다. 당회원 중 김성태 목사와 교회가 이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목사에 유리하게 기술돼 있는 교단법 때문에, 김성태 목사가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그를 내보낼 수 있는 방법은 요원했다.

갈등하던 교인들
공동의회 사임 결의

갈등을 거듭하던 김성태 목사와 당회는 결국 공동의회에서 이 안건을 다루기로 했다. 당회원 E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김성태 목사는 문제가 복잡해지니 공동의회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결의하자고 했다. 자신과 직접 관련한 문제라 본인이 공동의회를 주재할 수 없다. 그래서 대리당회장도 세웠다. 그렇게 결의하고 공동의회 일주일 전 주보에 광고를 냈다"고 말했다.

담임목사 권고 사임안 가부를 묻는 공동의회가 열린 3월 12일 주일, 예배당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대리당회장 이용식 원로목사가 공동의회를 이끌었다. 담임목사 찬반 측이 나와 격렬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4년 전 담임목사 편에 서서 싸웠던 사람들 중 이번에는 담임목사 반대편에 선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당회원 F 장로는 공동의회에서 김성태 목사의 고집불통이 사태를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교회를 분립할 때 당회가 김 목사에게 기회를 줬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당회는 빚어 온 분열을 끝내기 위해 공동의회를 마련했다. 과거 비폭력 원칙, 교회 분립 절대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이견을 가진 형제들이 떠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재산권 다툼은 없었다"고 했다.

F 장로의 말처럼 당회는 김성태 목사에게 교회를 안정시키고, 부목사들과 사이 좋게 지내고, 교인을 잘 돌보는 것을 바랐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김성태 목사는 부교역자들이 부임하면 얼마 되지 않아 쫓아냈다. 당회와 김 목사의 갈등은 지속됐다.

은퇴한 안수집사·권사를 중심으로 김성태 목사 옹호자들이 공동의회에서 번갈아 발언했다. 당회원 G 장로는 "하나님이 세운 목사를 어떻게 우리가 판단하는가. 예수님이 지금 오시면 어떻게 대할지 우리가 목사님을 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목사님에게 침 뱉고 욕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청량리중앙교회는 3월 12일 공동의회를 열고 김성태 담임목사 권고 사임안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하기 위해 교인들이 본인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찬반 의견 개진 후 교회는 결국 김성태 담임목사 권고 사임 건을 투표에 부쳤다. 191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19표, 반대 68표, 무효 4표로 권고 사임안이 가결됐다. 공동의회에 참석했던 김성태 목사는 자리가 불편한 듯 결과를 발표하기 전 예배당을 떠났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사태에 대한 김성태 목사의 의견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는 기자에게 "기도 중입니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노회에 권고 사임안 제출
'사고 노회'라 심사 불능

권고 사임안이 가결됐지만 김성태 목사는 여전히 교회에 나오고 있다. 아직 노회가 김성태 목사 권고 사임안을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량리중앙교회가 소속한 예장통합 서울동노회도 또 다른 이유로 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소속 교회 문제에 개입할 여력이 없다. 서울동노회는 2016년 장로 노회장이 목사 안수식에서 안수기도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목사와 장로로 나뉘어 다퉜다. 총회에 파송하는 총대 결정을 위한 회의도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고 노회 임원도 뽑지 못했다. 싸움은 길어졌고 결국 '사고 노회'로 지정됐다. 총회는 수습전권위원회를 만들어 서울동노회 수습에 나섰다.

청량리중앙교회 교인들은 수습전권위원회가 김성태 목사 권고 사임안을 처리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위원회는 개교회 문제를 노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E 장로는 "안타깝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 교회가 2011년 쪼개지면서 상처받아 주변 교회로 흩어진 사람만 300여 명이다. 이 사람들은 김성태 목사와는 죽어도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교회 근처를 떠나지는 않았다. 하루빨리 일이 수습돼 예전처럼 한자리에 모여 예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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