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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도시 사람들 끌어들이는 교회
쌍샘자연교회의 마을 만들기, 삶의 자리 찾으려 한 성도들 노력 통해 개화
  • 김재광 (today@pastormentor.kr)
  • 승인 2017.03.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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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목회해 왔던 동네를 떠나야 했다. 쌍샘교회는 1992년부터 청주시 대표적 달동네 모충동(쌍샘)에서 공부방 사역을 하며 지역 어린이들을 섬겼다.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하면서 정도 들고 보람도 쌓여 가던 즈음, 모충동 재개발 소문이 퍼졌다.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 주민들은 새로 짓는 아파트에 들어갈 형편이 못 됐다.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교회 형편도 마찬가지였다.

동네에 집들이 헐리고 아이들도 하나둘 마을을 떠났다. 교회도 설 자리를 잃었다. 건물 임대료를 돌려받았지만 청주시 안에는 그 돈으로 갈 만한 데가 없었다. 20명 남짓 되는 교인들과 둘러앉아 회의를 거듭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쌍샘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는데….교회가 필요한 곳에 가서 이웃과 더불어 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갈 길은 오리무중이었다.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했다. 개척하는 심정으로 땅과 마을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청주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농촌 마을을 만나게 됐다. 낭성면 호정리 전하울마을. 10가구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갑자기 농촌으로 간다니. 반대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작은 교회가 시골에 들어가면 오히려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도시는 이미 교회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애초에 달동네로 들어간 것도 교회가 필요한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과 행복한 시절을 보낸 것은 감사하고 뜻깊은 기억이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도시에 개척을 하자니, 이미 교회 십자가가 넘치고 넘쳤다. 차라리 교회 없는 마을로 들어가서 새롭게 도전해 보는 것이 이제껏 교회가 지향해 왔던 가치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15년을 지나 왔다. 교회 이름도 '쌍샘자연교회'로 바꿔지었다. 처음 농촌으로 들어갔을 때는 20명 남짓 교우들이 청주시에서 주일마다 왔다 갔다 하는 형태로 예배를 드렸었는데, 지금은 100여 명이 주일마다 모이고 교회가 있는 농촌 마을에 터를 닦은 교우들도 그 중 1/3이 된다. 조만간 20여 가정이 더 이주를 할 계획이다. 덕분에 10가구에 지나지 않았던 작은 시골 마을이 40~50가구를 내다보는 제법 큰 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아이들도 늘어나서 젊은 층이 도드라지는 마을로 뒤바뀌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재개발 역풍으로 활기가 꺾인 듯 보였던 교회. 농촌으로 들어가는 것은 곧 퇴보요 내리막이라고 여겼던 주변의 시선. 이 모든 우려와 걱정을 무릅쓰고 오히려 농촌 마을에 생기를 입히는 교회로 거듭났다. 쌍샘자연교회는 교회가 그동안 지향해 온 두 가지 가치를 손으로 꼽았다. 하나는 '삶의 자리에 대한 계속된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이든 교우들과 함께 하려는 공감대'였다.

쌍샘자연교회는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간 교회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교회 앞 공터에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숨어있던 삶의 자리를 열어젖히다

사실 농촌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에는, 삶의 자리에 대한 관심이 주요하게 깔려 있었다. 농촌에 터를 닦고 예배당을 세우니 주일 낮 예배 후에 아이들이 교회 앞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무렇게나 돌아다녔다. 한 달에 한 번씩 1박 2일로 전 교우들이 교회에 모여서 영성 훈련도 하고 하루 살이도 하고 식탁 교제도 하면서 주일 아침을 맞이했다.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교우들과 영성을 다지고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나가려고 애를 썼다.

교회 안에서 삶의 자리를 되돌아보는 노력은, 교회가 둥지를 튼 전하울 마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학교가 통폐합된 것은 오래된 일이었다. 마을은 아이들이 공부하고 뛰놀 수 있는 조건을 상실했다. 구멍가게는 물론, 마을 주민들이 어울려서 얘기 나누고 놀이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사라졌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잃은 채, 마을은 오로지 농사만 짓는 마을로 고착됐다. 농부만 있는 마을에서 삶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작은 사랑방을 하나 지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찻집이다. 각자 알아서들 값을 낸다. 누구든 와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잠시 쉬었다 간다. 교우들이 직접 차를 만들었다. 산으로 들로 나가 채취한 재료들을 가지고 민들레꽃, 생강나무꽃, 돼지감자차 등을 만들었다. 공간도 예쁘고 아담하게 꾸며 놓아서 오는 이들이 모두 만족하면서 차를 즐기고 만남을 즐겼다.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적자가 안 났다. 수익금은 마을 일에 쓰기로 했다. 사랑방운영위원회도 조성해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아담한 사랑방을 한 채 지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무인 가게로 운영되는 찻집에는 마을 주민도 교인들도 도시 사람들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정갈하게 꾸민 사랑방에는 교인들이 정성스레 만든 다양한 차가 놓여 있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사랑방을 시작으로 마을 아이들의 생활 교육과 성품 훈련을 하는 '민들레학교', 도시 아이들도 와서 농촌 체험을 하는 '자연학교',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파는 무인 가게 '착한살림' 등을 열었다. 찻집도 생기고, 학교도 생기고, 가게도 여니까 사람 사는 동네처럼 느껴졌다. 마을 주민들도 이 모든 일에 운영 위원회로 참여하니, 모두가 혜택을 받는 동시에 운영자가 되었다.

작년 가을에는 멋들어진 건물 두 채가 교회 옆으로 건축됐다. 한 동에는 마을 아이들과 자연학교에 참여하는 도시 아이들의 생태 교육을 책임질 생태 도서관 '봄눈'이 들어섰고, 다른 한 동에는 도시 객들이 책과 함께 묵을 수 있는 북 스테이 게스트하우스와 지역에서 나는 제철 음식들로 마을 주민들과 도시 객들이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들어섰다. 도시에 사는 누구나 전하울마을에 오면, 차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책과 함께 하루를 쉬고 아이들과 함께 자연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최근 들어 도시민들의 출입이 부쩍 늘어난 이유다. 

무인 가게 '착한살림'에는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판매한다. 마을 주민들은 멀리 안 나가도 당장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작년 가을 생태 도서관 '봄 눈'과 게스트하우스 '돌베개', 식당 '야곱의식탁'이 문을 열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봄, 가을, 겨울로 여는 자연 학교에는 도시 아이들이 참여해 농촌 체험도 하고 다양한 몸 활동을 경험한다. 사진 제공 쌍샘자연교회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공감하도록

쌍샘자연교회에는 세 개의 위원회가 있다. 신앙영성위원회, 생태자연위원회, 문화사회위원회. 교우들은 모두 각각의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해마다 옮길 수도 있고, 한 곳에 오래 머물러도 된다. 각 위원회는 다시 세부 분과로 나뉜다. 생태자연위원회에 생태도서관운영위원회가 소속된 것이 한 가지 예다. 도서관운영위원회와 같은 세부 분과들에는 교우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참여하고 각 영역의 회원들도 참여한다.

교회의 모든 사역은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교우들이 의논해서 결정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착수하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하지도 않는다. 작년 가을 개관한 생태도서관은 10년 준비의 결실이었다. 사랑방을 처음 지을 때도 교우들이 나무를 구해 오고 벽돌을 나르면서 천천히 함께 힘을 모아 지었다. 교우들은 그래서 자신이 교회의 한 몫을 담당한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자기 역할을 위원회 안에서 모색한다.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교회는 신앙, 영성을 핵심에 놓고 거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생태와 자연, 문화와 사회 등 교회가 관심 갖고 참여하는 다양한 영역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교우들도 그 점에 공감하면서 자신이 속한 위원회에서 자유롭게 참여하고 자기 은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교우들은 세 개의 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각자의 역할과 몫을 찾아 나선다. 사진 제공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는 '교우들과 함께 삶의 자리를 만들어 간 여정'이 곧 쌍샘자연교회의 발자취라고 말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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