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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다 겪는 박근혜 자택 앞 교회
지지자들 "기자 막아라" 옥수수교회에 항의 전화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7.03.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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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일대에는 경찰과 지지자들이 뒤섞여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신청한 3월 27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일대는 한바탕 요동쳤다. 지지자 수백 명이 모여 김수남 검찰총장과 검찰을 일제히 비난했다. "대통령님은 영원한 나의 대통령입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등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부자 동네'로 통하는 삼성동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3월 12일 자택으로 온 날부터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붉은 벽돌로 된 자택 담벼락에는 '탄핵 무효'가 적힌 팸플릿과 장미, 포스트잇, 태극기 등이 걸려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28일에도 지지자들은 자택 앞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다. 자택 일대를 촬영하는 기자를 향해 "사진 찍지 마", "경찰은 안 막고 뭐 하고 있어"라며 소리를 질렀다.

박 전 대통령 자택 맞은편 건물 2층에는 작은 교회가 있다. 직선거리로 치면 불과 10m밖에 안 된다. 옥수수교회(우종성 목사)는 2011년, 심령이 가난한 자들에게 참된 '보화'인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겠다는 비전을 안고 출발했다. 옥수수의 꽃말이 '보화'라는 데 착안해 교회 이름을 지었다. 평범한 교회는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예기치 않은 홍역을 치렀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 복귀한 날인 3월 12일, 우종성 목사는 교회를 빠져나갈 수 없었다. 경찰은 양복을 입고 있는 우 목사에게 기자로 오해받아 봉변당할 수 있다며 예배당에 머무를 것을 요청했다. 지지자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릴 때 겨우 빠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태극기 봉으로 두세 차례 가격당했다.

아찔했던 기억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회에 수십 차례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 건물 옥상에서 자택을 촬영 중인 기자들을 막아 달라는 것이다. 우 목사가 "나는 기자들을 막을 권한이 없다. 건물주에게 이야기해 보겠다"고 하자, 집사·권사라고 소개한 이들은 금세 "너도 빨갱이지?", "나라 팔아먹은 놈", "나라 걱정 않는 좌파 목사"라는 폭언을 내뱉었다.

한번은 금요 예배 시간에 태극기를 몸에 칭칭 감은 여성이 예배당을 찾았다. 그가 가져온 캐리어에는 JTBC 손석희 사장이 포승줄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과 '손석희 죽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 목사는 "교회는 누구를 죽이는 곳이 아니니 사진을 떼고 들어오라"고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종성 목사는 탄핵 광풍이 교회에 영향을 미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런 나비효과가 있을까. 우종성 목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교회가 이 같은 피해를 입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28일 옥수수교회 예배당에서 만난 우 목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교회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우 목사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식당과 사업체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지지자들 때문에 경찰이 일대에 상주하다시피하고 있다. 

박근혜와 가장 가까운 교회
교류는 한 번도 없어

옥수수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이다. 우 목사는 서울신대를 나와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1년 4월 이곳 삼성동에 교회를 개척한 후에야 박 전 대통령 자택이 바로 앞에 있다는 걸 알았다. 지리적으로 아주 가깝지만 교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경호원들이 교회를 곧잘 방문했다. 이들은 "자신이 모시는 분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우 목사에게 요청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로 경호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멀리서만 바라볼 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대통령을 위해 틈틈이 기도했다. 대통령 자택과 가장 가까운 교회라는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우 목사는 "박 전 대통령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그런데 결말이 이렇게 돼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우종성 목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국정 농단 사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 목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박 전 대통령에게도 소통의 아쉬움은 있는 것 같다며 그 예로 세월호 참사를 들었다.

"굉장히 폐쇄적이고, 마음을 나누는 훈련도 받지 못한 게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소통 자체가 안 되고 공감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세월호 참사에도 그렇게 무덤덤할 수 있을까. (언론 때문에) 자택 창문을 못 열어 답답하다는 보도를 봤다. 자택에 머물면서도 답답함을 호소할 정도인데 세월호에 갇혔던 아이들 마음은 얼마나 참담했겠는가. 이 아이들 부모 마음은 어떠했을지 헤아렸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떤 분은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뭐 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오히려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질문하는 것 같다. '너희는 뭐 했고, 어떤 선택을 했느냐'고. 교회들을 향해 '너희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질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질문에 교회가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같다."

삼성동 도로 일대를 점령한 채 태극기를 흔드는 지지자도 박 전 대통령과 다를 게 없다고 봤다. 우 목사는 "이들은 박 전 대통령과 너무 닮아 있다. 자기 복제한 사람들 같다. 남들에게 피해를 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들으려 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 한마디면 해산할 텐데, (박 전 대통령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종성 목사가 예배당에서 농성 중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는 한바탕 고성이 오갔다. 경찰이 안전을 위해 집회 현장을 통제하자, 흥분한 지지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고함은 예배당 안까지 들렸다. 우 목사는 "지금도 고성이 오가는데, 격앙된 저분들의 마음은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슨 일로 저렇게 됐는지 알아야 치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자택 앞에 있다는 이유로 교회 홍보도 됐다. 뉴스에 교회 간판이 나온 걸 보고, 해외에서도 연락이 왔다. 우 목사는 "하루라도 광풍이 가라앉아서 나라가 안정을 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옥수수교회는 박 전 대통령 자택 바로 앞에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우 목사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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