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가 3년 만에 물위로 올라왔다. 반잠수식 선박에 고정된 세월호 선체는 3월 31일 오전 목포신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4월 5~6일까지 육상 거치 작업이 끝나면, 10일부터 미수습자 수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해수부)는 선체를 육상으로 이동 후 선체 내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인양 첫 번째 목적은 미수습자 9명을 수습하는 것이다. 3월 27일 국회에서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의 원칙과 방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416가족협의회, 416국민조사위원회, 416연대, 김철민·박범계·박주민·이훈·전해철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들은 국내 최고 유해 발굴 전문가 박선주 명예교수(충북대 고고미술사학)를 발제자로 초대했다.

박선주 교수는 유해 발굴 분야 권위자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전쟁전사자유해발굴단에서 책임연구원을 맡았고, 안중근 의사, 일본 홋카이도 조선인 강제 징용자, 노근리 희생자 등 여러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해 해수부는 박 교수에게 미수습자 발굴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인 편성안과 예산안까지 만들었지만, 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유해는 변사체로 분류되기 때문에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민간인이 미수습자 수습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유해 발굴 전문가 박선주 교수는 "사전 조사 없이 선체 직립을 강행할 경우 유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미수습자 수습 난항 예상
바닷속 상황, 지상보다 복잡
관련 연구와 자료 부족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수습은 기존 유해 발굴과 큰 차이점이 있다. 땅이 아닌 바닷속에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는 유해를 찾는 작업이다. 박선주 교수는 발제하면서 "굉장히 힘든 작업"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바닷속 상황은 육지보다 복잡하고 유해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전 세계에서도 많지 않아 관련 연구와 자료도 부족한 실정이다.

박 교수는 3년 만에 발견된 한 유해 상태를 예로 들었다. 그 유해의 경우, 허벅지 뼈와 정강이뼈 등 긴뼈들만 남아 있었다(인간의 골격은 긴뼈, 짧은뼈, 편편 뼈, 불규칙 뼈로 구성되어 있다. -기자 주). 박 교수는 "이번 같은 경우는 배 안이었고, 미수습자들이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해상의 영향을 덜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철저한 사전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생존자 증언, 핸드폰 영상 등을 종합해 미수습자들 위치를 추정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해양생물학자·지질인류학자·법의학자 등 여러 전문가의 밀접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체를 조사하는 것부터 수습·감식·봉안 등 모든 과정은 훈련된 전문가들이 주관해야 한다. 박 교수는 "예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때 경찰들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모든 증거가 훼손된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뼈 한 조각이라도 놓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수습 과정에서 유해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 조사관이 잘못 건드려 현장이 오염되거나 유해가 서로 섞이는 경우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선체 직립 전 사전 조사 필요
바닷속 유해, 작은 충격에도 손상

박선주 교수는 이번 인양 과정에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좌현 쪽에는 유실 방지망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좌현에는 100여 곳의 개구부가 있다. 선체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그쪽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바닷속에 36개월 가라앉은 유해는 작은 충격에도 손상되기 쉽다. 부유물을 걷어내기 위해 물을 뿌리는 과정에서도 유해가 부서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수습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해수부가 진행하려 하는 선체 직립 작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배를 절단해서 세우면 그 충격으로 유해가 손상될 수 있다. 먼저 전문가들이 선체 안으로 들어가서 유해 위치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배를 세워도 유해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되어 있다. 해수부는 고정 작업을 끝내고 30일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 포커스뉴스

3월 28일, 선체 조사와 미수습자 수색을 주관할 선체조사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김창준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추천), 김철승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국민의당 추천), 장범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바른정당 추천), 이동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선임연구원(자유한국당 추천),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명예교수(자유한국당 추천),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416가족협의회 추천), 권영빈 전 세월호특조위 상임위원(416가족협의회 추천), 이동권 전 대우조선해양 부장(416가족협의회 추천) 등으로 구성됐다.

선체조사위는 세월호 선체 조사를 비롯해 선체 인양 지도·점검과 미수습자 수습, 유류품·유실물 수습 과정 점검, 선체 처리에 관한 의견 표명 등을 할 수 있다. 자료와 물건 제출 명령, 동행명령, 참고인 조사,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 감사 요구 등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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