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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세월호, 긴박했던 팽목항
[현장] 1073일 만에 선체 일부 수면 위로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3.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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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가 1,07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3월 23일 오전 7시, 해양수산부(해수부)는 "오전 3시 45분께 세월호 구조물 일부가 육안으로 수면 위에서 관측됐다. 오전 4시 47분께 세월호가 해저면에서 높이 약 22m에 도달했다. 본체 일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전날 정부가 인양 작업을 발표한 뒤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오기까지 팽목항에서의 하루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 작업을 발표하면서 취재진이 팽목항에 몰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2일 오전 8시 30분
'시험 인양' 긴급 발표

해양수산부(해수부)는 3월 22일 오전 8시 30분, 세월호 선체 '시험 인양'을 시도해 결과가 성공적이면, 곧바로 본인양에 착수하겠다고 긴급 발표했다.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말에 팽목항은 아침부터 들썩였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전 9시 팽목항 등대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고, 바로 배에 몸을 실었다. 서해어업관리단의 소형 단정을 탄 이들은 해상에서 1,025톤급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2호로 갈아타고 사고 해역으로 이동했다. 은화·다윤이·영인이 부모님과 권재근 님의 큰형 등 미수습자 가족 7명은 작업 해역에서 1.6km 떨어진 지점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봤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인양 현장으로 떠난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진윤희 양의 삼촌이자 팽목지기 김성훈 씨가 지키고 있었다. 그는 "본인양 작업이 시작되면 며칠 걸린다. 어머니·아버지들은 2~3일 정도 바다에 머물 예정이다"고 전했다.

오후 1시, 팽목 가족휴게소에서는 성훈 삼촌과 복진호 PD(한국독립PD협회)가 시험 인양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며 불안을 환기했다. 가장 걱정되는 건 바람과 파도였다. "아침에 진도로 들어오는 길에 울돌목을 봤는데, 평소와 달리 파도가 높지 않았다"며, 복진호 PD는 인양 작업이 잘 될 거라고 전망했다. 성훈 상촌도 "날이 흐리긴 하지만 오늘은 예감이 좋다. 이번에는 희망을 걸어도 되겠다"며 거들었다.

성훈 삼촌이 가족휴게실에서 시험 인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인양 소식에
팽목항 찾은 이들

세월호 인양 작업 재개로 팽목항은 평소와 달리 분주했다. 팽목항 주차장과 이면 도로에는 중계 차량이 줄지어 있었고, 팽목항 방파제와 분향소 인근에는 기자와 시민들이 서성거렸다. 아침에는 팽목항 선착장 앞에서 동거차도행 배를 타기 위해 기자들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동거차도행 배는 하루에 한 번, 오전 9시 50분 배밖에 없다. 인양 작업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취재진들이 일제히 몰린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해 전날부터 밤새 선착장 앞을 지킨 이도 있었다.

뉴스를 보고 팽목항을 방문한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 100여 명이 분향소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오늘 인양 소식이 꼭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꼭 아홉 분의 미수습자분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세상이 희망과 따뜻함으로 밝게 빛나는 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하나같이 미수습자 귀환을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종교인들도 팽목항을 찾아와 미수습자 9명이 모두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정외 스님(경기 남양주 오남사)과 전연순 단장(금비예술단)은 이날 팽목항 등대 앞에 상을 차렸다. 음식 9명분, 배냇저고리 9벌, 손수건 18장을 상에 올려놓고 미수습자 귀환을 위해 기도했다.

전연순 단장은 "미수습자를 그리워하며 가족이 흘린 눈물을 닦아 주자는 의미로 손수건을 준비했다. 배냇저고리는 미수습자들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 입었던 옷으로, 무사히 귀환해 다시 가족 품으로 돌아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외 스님과 전연순 단장은 음식과 배냇저고리, 손수건 18장을 준비하고 미수습자 귀환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팽목항 분향소에는 인양 작업을 듣고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목포 북교동성당에서도 신자 60여 명이 전세 버스와 개인 자가용으로 팽목항에 들렀다. 이들은 분향을 마치고 천주교 부스에서 미사를 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격주 수요일마다 이곳에서 미사를 열고 있다.

서울 신도림 갈릴리교회에서도 최호득 목사와 교인 10여 명이 팽목항 분향소를 찾아왔다. 이들은 휴게소에서 김성훈 씨와 대화를 나눴다. 김 씨는 "그동안 미수습자 가족들이 아픈 시간을 보내왔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아무도 이곳 팽목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이분들을 모두 일상으로 보내 드리고 싶다. 기술적인 부분은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기상이 문제다. 이럴 땐 하나님에게 간절해진다. 좋은 여건을 허락해 주셔서 미수습자 모두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원래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인양 작업이 갑자기 전개되면서 볼 수 없었다. 이 일은 개인의 문제로 여길 게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여겨야 한다. 함께 아파하고 책임져야 한다. 종종 찾아와서 가족들과 대화하고 기도해 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그거라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험 인양으로 1m 부상
20시 50분 본인양 착수

시험 인양 작업이 시작되고 6시간 20분이 지난 오후 4시 20분. 몇몇 기자는 가족휴게실에 모여 동료 기자들이 동거차도와 진도군청에서 보낸 기사를 읽으며 새로운 소식을 기다렸다. 한 기자가 말했다. "방금 해수부 대변인에게서 들어온 소식이다. 시험 인양 과정에서 특별한 이상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본인양 실시 여부는 야간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이 5시 30분 진도군청에서 인양 작업 브리핑을 할 계획이다."

5시 30분 진도군청 브리핑실. 이철조 단장은 기자들 앞에서 짧게 브리핑했다. "약 15시 30분경 해저면에서 약 1m 인양에 성공했다. 현재 잠수사를 통한 육안 확인이 진행 중에 있으며, 확인 결과 선체가 해저면에서 뜬 것이 확인되면, 이후 선체의 수평을 맞추는 하중 조정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상의 시험 인양 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이후 기상 등을 확인하며 본인양 추진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험 인양은 사실상 성공한 것이라고 봐도 좋은가", "본인양 작업 여부는 언제 밝힐 계획인가". 단장은 질문은 받지 않는다며 황급히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팽목항에 있는 기자와 시민들도 스마트폰으로 기자회견 영상을 지켜봤다. 시험 인양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본인양 작업을 언제 할지 명확한 말도 없어서 다들 "이게 무슨 기자회견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훈 삼촌은 "해상 상황이라는 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이라, 해수부는 상황이 어떻다고 단언하기 조심스러워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해수부가 본인양 작업에 들어가기로 밝힌 것은 저녁 8시 50분께였다. 해수부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음 날 새벽 수면 위로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다.

23일 새벽 오전 3시 45분께 세월호 우현이 육안으로 관측되기 시작했다. 스태빌라이저로 보이는 구조물로, 배의 균형을 유지하는 장치다. 해수부는 "세월호와 바지선 간 1차 고박을 위해 인부들이 세월호 선체 위에서 작업 중"이라고 했다. 해수부는 당초 오전 11시 세월호를 수면 위 13m까지 올리겠다고 했는데, 오후 늦게 또는 저녁에 가능할 것 같다고 정정했다.

세월호가 올라오면 반잠수식 선박을 통해 목포신항으로 운반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목포신항에 거치하기까지는 10~14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빠르면 4월 1일, 늦으면 4월 5일에는 목포신항에서 세월호를 볼 수 있게 된다. 미수습자 수습과 사고 원인 조사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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