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가 몇 년째 파행을 겪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이환진 총장직무대행)는 지금, 4년 전부터 시작된 학내 갈등의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장을 뽑지 못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이사회는 두 개로 쪼개져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감신대는 2015년 5월 '학내 사태'를 겪었다. 학생들은 이규학 당시 이사장이 특정 교수들에 편파적인 인사를 단행한다며 들고일어났다. 학생들은 법인사무처를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했으며, 채플 종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했다. 10월에는 교수가 고공 농성을 이었다. 이사장은 고소로 응수했다. 학생과 교수 30여 명이 무더기로 경찰서에 불려 가 조사를 받았다.

2015년 5월 이규학 전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가 싶었으나,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2016년 8월, 박종천 총장 퇴임과 함께 후임 총장 인선을 놓고 이사들 사이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감신대 이사회는 정원이 18명이고, 현재 1명이 중도 사퇴해 17명인 상태다. 이들은 이사장 측 8명과 반대 측 9명으로 나뉘어 있다. 어느 한쪽도 의결정족수 10명을 채우지 못한다. 이 때문에 총장 선출을 비롯해, 감신대 핵심 과제인 교수 충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인환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이사 9명(9인이사회) 중 전용재 감독회장과 김상현 중부연회 감독 등 전직 감독 4명을 이사에서 해임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헌법 '교리와장정'과 감신대 정관에 "감독회장 및 현직 감독은 재임하는 기간 동안만 이사로 재임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이유였다. 교단 수장들이 교단법을 먼저 따르라는 것이다. 9인이사회가 아니라 5인이사회라고 주장했다.

이후 김인환 이사장은 2017년 1월, 건강상 이유를 대며 사표를 내고 이사장직무대행으로 이규학 전 이사장을 지명했다. "여자 목사들은 원한이 찬 불도그 같다"는 등 막말이 들통나, 학내 사태 원흉으로 몰려 사퇴했던 이규학 목사가 다시 이사장이 된 것이다.

9인이사회는 반발했다. 사립학교법상 보장된 이사 지위를 이사회 결의 없이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해임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교육부에 이사회 개최 승인을 받아 김인환 이사장의 이사직 해임을 추진하는 한편, 자체 이사장직무대행도 선출하겠다고 했다. 김 전 이사장이 해임한 4명의 지위도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은 2월 말, 9인이사회의 이사회 개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사회를 승인해 준 교육부를 상대로는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규학 직무대행 손을 들었다. 김인환 전 이사장이 해임한 이사 4명의 임기가 끝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임기 만료 이사들이 포함된 이사회는 열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행정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사 4명의 임기가 끝난 것으로 간주하면서도, 이사회 개최를 승인한 교육부와의 다툼은 본안 소송에서 하라며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의 신청을 기각했다.

전용재 전 감독회장은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교단법을 지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자리 욕심내는 것도 아니다. 감독회장·감독 임기 따라 이사 임기도 끝난다고 하면, 감독들이 이사를 얼마 맡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교리와장정에는 '교단이 설립한 법인의 이사 중 이 법이나 정관에 의하여 당연직으로 이사에 취임하는 이사의 임기는 이사에 취임한 후 2년으로 한다'는 조항도 존재한다. 누가 하든 2년의 임기는 보장해 주자는 취지다. 물론 우리가 사표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사장 독단으로 우리를 해임 처리해 놓고 나가라는 데 대해서는 확실히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 측 한 이사는 "법원이 이사 4명의 임기가 끝났다고 판단하지 않았느냐. 이제 9:8이 아니라 5:8이다. 남은 이사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은 2월 말부터 이사회를 계속 소집하고 있으나, 9인이사회의 반발로 회의는 매번 무산되고 있다. 올해 1월 3일 이후로 이사회가 열린 적이 없다.

이환진 총장직무대행은 3월 17일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학교 살림이 붕괴될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장학금 지급은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총장이 신속히 선출되지 않는다면 행정력의 공백으로 대학인증평가에서 낙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사회가 조속히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학교 관계자도 "주요 현안들 처리하지 않으면 정부에 벌금 내야 한다. 이사회가 모여 빨리 행정 처리를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장 안건은 부결돼도 좋으니 예산 승인만이라도 해 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9인이사회 측 관계자는 "우리와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회 날짜와 안건을 통보해 온다. 2월 23일, 3월 14일, 3월 30일 날짜만 바꿔서 이사회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한다. 이것은 이사장직무대행이 패권을 휘두르는 것이다. 첨예한 문제인 후임 이사 선출과 총장 선출 문제를 아예 안건에서 빼면, 이사회에 출석해 예산 문제와 학교 재산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칼날 앞에 구성원 모두가 의기투합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사회가 반으로 갈라져 학교 발전은 요원하다. 올해 감신대 정시 경쟁률은 0.99:1로 최초 미달을 기록했고, 기독교교육전공 교직 이수 과정이 교육부에 낙제점을 받아 폐지됐다.

감신대의 숙원인 교수 충원도 하지 못하고 있다. 감신대는 매년 학생들과의 등록금 협상 때, 등록금을 인상해야 하는 이유로 신임 교수를 충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전임교원 비율 61%를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 제재를 받는다는 이유였다.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요소 중 하나가 교수 충원이다.

그러나 감신대의 마지막 교수 채용은 2009년이었다. 종교철학전공의 경우, 전임교수는 단 두 명이고 기독교교육전공은 단 네 명이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현저하게 침해당하고 있지만 수년째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