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성남시장이 3월 2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를 찾았다. 이 시장은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왔다. 교회협에서는 김영주 총무와 손달익 목사, 나핵집 목사가 이 시장을 맞았다. 이들은 남북·안보·외교 문제를 주제로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재명 시장은 "교회협에서 남북 분단, 통일 문제 애 많이 쓰셨는데 상황이 많이 얽혀서 걱정"이라고 말을 꺼냈다. 김영주 총무는 "대선 후보들이 통일 문제를 말씀 안 하신다. 통일 문제는 기독교 용어로 치자면 '원죄'라고 생각한다. 이 원죄를 극복하지 않고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 대통령을 하시려는 분들이 통일 이야기는 안 하고 미국과의 우호 관계, 중국과의 관계만 말씀하신다"고 아쉬워했다.
곧이어 양측은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재명 시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 그는 외교 문제를 자주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들 종북 프레임에 몰릴까 잘 말하지 않지만 명확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나서지 못하니 한반도 운명을 주변국이 좌지우지한다. 사드도 중국과 미국이 자기들끼리 담판하는 상황이다. 남북 관계에서 우리의 주도권이 중요하다. 안보는 우리가 평화롭게 사는 데 목적이 있지 북한을 제압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달익 목사가 "언젠가 한번쯤은 강대국과의 관계를 매듭짓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강대국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언제나 YES만 하고 NO라고 못 하는 상황을 한 번은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종속국가가 아니다. (사드 배치도)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관철하려다 생긴 문제 아니냐. 이것은 자주적 균형 외교라는 대원칙에서 벗어나서 생긴 일이다. 힘들더라도 잘못 꿴 단추는 다시 꿰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럴 힘도 있고 능력도 된다"고 말했다. 김영주 총무가 "전작권부터 회수해야 한다. 외국에 작전권을 맡기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하자, 이 시장은 "(그것은) 자주 국가가 아니다"라며 동의했다.
교회협 인사들은 이재명 시장에게 "진정성 있게 말하라. 표를 보지 말고 방향을 보고 가시라"고 조언했다. 이 시장은 "대의를 따르는 게 당장은 표가 안 된다. 그러나 될 거라고 생각한다. 드러나는 수치보다 객관적 정의와 시대정신을 따르겠다. 믿을 게 국민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지금 나라가 수렁에 빠지는 상황의 초입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맞다. 그런 면에서 소신 있는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윤경 의원은 주빌리 운동을 정착시킨 이재명 시장의 성과를 소개했다. 제 의원은 "이재명 시장이 희년 운동을 확장시킨 사람이다. 성남시에서 6,000억 원을 탕감했다. 그때도 반대 논리가 많았다. 채무자 빚을 탕감해 주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교회협 목회자들은 "시장이 기독교적 용어를 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성공적으로 하셔서 참 멋있었다", "성서적 개념에 딱 맞는 운동이었다"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30분간 공개로, 이후 30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이재명 시장은 이날 교회협만 방문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나 한국교회연합 등 타 단체는 찾지 않았다. 이 시장 캠프 관계자는 "기독교회관에서 다른 일정이 있다. 한기총 쪽은 방문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한기총 관계자도 "이재명 시장이 방문하겠다고 연락해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