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이 명성교회 세습 시도에 반대하고 나섰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총학생회, 신학과·교회음악학과·기독교교육학과 학생회, 동아리연합회는 3월 18일 성명을 발표해 "교회는 사유화할 수 없는 재산이다. 개인이 자신의 재산처럼 물려줄 수도, 사고팔 수도 없다"고 밝혔다.

명성교회는 지난 12일 당회를 열어 새노래명성교회 합병과 김하나 목사 위임 청빙안을 결의했다. 학생들은 이 소식을 듣고 명성교회에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 당회 결의가 과연 니케아 신조 고백에 나온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를 지향하는 결의인지,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이번 세습 결의를 '지록위마'라고 표현했다. '세습'을 '합병'이라 칭하면서 거짓을 꾸미려 한다며 "하늘에 계신 이가 웃을 것이며 주께서 비웃을 것"이라고 했다. 교회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변칙 세습'이라며 비웃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지켜 달라며, 교회를 교회 되게 할 수 있는 상식적인 판단과 선택을 내려 주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명성교회 변칙 세습에 대한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부의 입장

우리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겨울은 가고 봄이 왔습니다. 반도의 남쪽엔 벌써 매화가 만발했다지요. 이제 곧 광나루 언덕과 미스바에도 매화와 개나리가 절정을 이룰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여느 때처럼 동기들과 삼삼오오 떼를 지어 아차산을 오르고, 벚꽃을 구경하러 다니겠죠. 언 땅을 녹이고, 추위를 밀어내는 봄을 우리는 이렇게 맞이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의 마음엔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걸까요? 우리의 마음은 왜 이렇게 차갑고 딱딱하게 얼어붙은 것만 같을까요?

우리는 지난 12일 명성교회가 당회를 열어 새노래명성교회(김하나 목사)와 합병하기로 결의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완연한 봄 날씨였지만 마음이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저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세습 금지는 역사적 요구이며, 총회의 결의에 따르겠다"고 말한 김하나 목사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에 생긴 실망감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소속의 대표적인 교회라 할 수 있는 명성교회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결의였기 때문에 생긴 실망감만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분명 저희가 광나루 언덕에서 우리의 선생님들에게 배운 신학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긴 실망감이며, 우리가 꿈꾸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결코 이와 같지 않기 때문에 생긴 절망감이었습니다.

'신학은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교회의 변증'이라 우리는 배웠습니다. 여기서 변증의 주체인 교회는 한갓 조직이나 시스템 체계가 아니라 '예수를 따르는 이들의 신앙과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실재(實在)'라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우리의 선생님들께서 가르친 대로, 아니 우리의 믿음의 선배들이 목숨으로 지켜 낸 그 고백대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광나루에서 신학함과 기독교 교육함과 교회 음악함으로 모인 우리는 니케아신조의 고백을 따라 "하나의(one), 거룩한(holy), 보편적(catholic), 사도적(apostolic) 교회를 믿습니다." 이에 우리는 명성교회 당회의 결의가 과연 '하나의(one), 거룩한(holy), 보편적(catholic), 사도적(apostolic) 교회'를 지향하는 결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는 사유화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닙니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기에, 개인이 자신의 재산처럼 물려줄 수도, 사고팔 수도 없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 땅을 하나님나라로 만들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궁극적 목적에 있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거룩한 곳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거룩한 사명을 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과연 명성교회의 이번 결의가 이 땅에 하나님나라 구현을 위해 어떤 책임을 지는 것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 했습니다. 사슴을 사슴이라 말해야 할진대 어찌하여 사슴을 말이라 하겠습니까? '세습'을 향한 뜻을 본격적으로 드러내 놓고는 어찌하여 '세습'을 '합병'이라 칭하며 거짓을 꾸미려 하십니까? "하늘에 계신 이가 웃으실 것이며, 주께서 비웃으실 것입니다(시 2:4)." 교회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변칙 세습'이라 말하며 비웃고 있습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조롱을 당하고 비웃음을 사고 있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두렵지 않으십니까? 이제 막 신학을 배우며, "하나님나라의 구현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를 위해 경건과 학문에 힘쓰는 우리 신학도들에게 정말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부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선배 목사님들께, 믿음의 선배들께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부디 교회를 교회되게 할 수 있는 '상식적인' 판단과 선택을 내려 주십시오. 한국교회의 역사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우리는 명성교회의 선택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며, 후에 이날의 기억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증언할 것입니다.

2017년 3월 18일 장로회신학대학교 35대 '서로' 총학생회
39대 신학과 학생회
36대 교회음악학과 학생회
45대 기독교교육과 학생회 동아리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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