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러 결혼식에 참석했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날이니 마음껏 축하해 준다. 그러나 결혼 예식이 끝나면 늘 아쉬운 게 있다. 바로 천편일률적인 결혼식 문화. 예식장의 빠듯한 스케줄 때문에 결혼식은 보통 짧으면 30분 만에 끝난다. 신부·신랑의 사랑 이야기가 빠진 예식도 있으며, 기독교 예식이라면 익숙한 찬양 레퍼토리와 주례 설교가 등장한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는 이제 자연스러운 상품이 되었다. 다르게 하고 싶어도 스드메 패키지 말고는 정보 자체가 별로 없다. 발품을 팔아서 알아보면, 결국 일반적인 결혼식을 올리는 게 가장 편하고 저렴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시간에 쫓겨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더라도 난관은 남아 있다. 한국 문화에서 결혼식은 신부·신랑 두 사람만의 행사가 아니다. '가족 행사'다. 보통 결혼식에는 부모님 지인이 더 많이 참석한다. 신부·신랑만 합의한다고 해서 그 뜻을 관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새로운 방식으로 결혼하는 사람은 있다. 형식을 걷어 내고 신부와 신랑, 지인들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결혼식. <뉴스앤조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사람들을 발굴해 결혼 준비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김지양 편집장(<66100>)은 2010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플러스 사이즈 패션쇼 무대에 선 모델이다. <66100>은 플러스 사이즈인 사람들을 위해 김지양 편집장이 창간한 패션 컬처 매거진이다. 김 편집장이 여성복 사이즈 66과 남성복 사이즈 100에서 영감을 받아 2014년 여름 만들었다. '마른 것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플러스 사이즈 역시 아름답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4년간 열애 끝에 결혼했다. 원래 김 편집장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설득으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먹었고, 1년간 스스로 결혼식을 준비했다. 셀프 웨딩을 하면서 우여곡절은 없었을까. 예산은 얼마나 들었을까. 3월 2일 <66100>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지양 편집장은 즐겁게 결혼식 과정을 설명했다. 부모님과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담담했다.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준비하는 것이 귀찮았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은 없었다. 색달랐던 결혼식이 흥겨웠다며 좋아했다.

남들과는 다른 결혼식. 다들 한 번은 생각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결혼식을 한 김지양 편집장을 만나 봤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웨딩홀 대신 공공시설
시간 제약 없이 진행
'스드메'는 셀프 준비
"친구 아닌 전문가에게"

결혼식 장소 / 김지양 편집장은 웨딩홀 대신 결혼식 장소로 서초동에 있는 서울특별시 인재개발원을 선택했다. 연애 기간 두 사람을 지켜봐 준 고마운 사람이 많았다. 그들이 결혼식에 와서 재미있게 즐기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맞춰 예식을 진행하는 웨딩홀은 선택할 수 없었다.

김지양 편집장은 예식 후보지로 국립중앙도서관, 서울특별시청 서소문별관, 인재개발원을 선정했다. 공공시설의 경우, 하루에 한 팀만 받기 때문에 넉넉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최종적으로 인재개발원을 선택한 것은 식당이 넓었기 때문이었다. 김지양 편집장은 결혼식에 450명가량을 초대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시청 서소문별관은 하객 100명 정도만 식사가 가능했다. 하객 수를 따져 보니 인재개발원이 적합했다. 음식 맛도 좋았다. 식당 안에 상조회가 있어 결혼식 준비도 수월했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 스드메 패키지는 하지 않았다. 직접 준비했다. 김지양 편집장은 <66100> 편집장이지만 모델 일도 하고 있다. 그동안 촬영할 때 함께한 사진사,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찍었다. 겨울철이라 야외촬영은 어려웠다. 스튜디오를 3시간 대여했고, 드레스는 해외 배송으로 구매했다. 흰 드레스를 비롯해 평소 잘 입지 않는 빨간·파란 드레스 등을 저렴한 가격에 10벌 샀다.

'스드메'를 하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었다. 먼저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을 두고 싶었다. 김지양 편집장은 똑같은 드레스·헤어스타일·배경·포즈로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 이왕이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었다. 아울러 '플러스 사이즈'라는 특수성도 있었다. 김 편집장에게 딱 맞는 드레스를 시중에서 찾기 어려웠다.

김지양 편집장은 주변에 '프로'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걸까. 아니다. 김 편집장은 셀프 웨딩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두 가지 방법을 권했다. 하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는 티켓을 소셜 커머스에서 구매하는 것, 또 하나는 프리랜서에게 메이크업을 출장 서비스로 받는 것이다. 촬영 역시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를 찾으면 된다. 금액은 경력과 촬영 시간, 컷 수 등에 따라 달라진다.

김지양 편집장은 서울특별시 인재개발원에서 결혼했다. 넉넉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진 제공 김지양
김 편집장은 청첩장에 결혼하는 심정을 적었다. 사진 제공 김지양

청첩장 / 특유의 화풍으로 사람을 뚱뚱하면서도 귀엽게 그려 주는 '봄사무소' 작가에게 캐리커처를 부탁했다. 속지에는 청첩장 만드는 회사에서 지정한 멘트가 아닌, 신부·신랑이 직접 전하는 초대의 말을 적었다. 모바일 청첩장을 받기 원하는 사람에게는 청첩장 속지 내용만 문자로 보냈다.

본식 / 예식을 1부와 2부로 나눠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했다. 1부는 주로 부모님 손님을 위한 자리, 2부는 신부·신랑 지인을 위한 자리로 꾸몄다. 1부는 심플하게, 2부는 유쾌하게 진행했다. 사회는 친구에게 맡겼다. 주례는 없었고 친구들이 축사를 맡았다. 축사 후에는 결혼 서약을 진행했다.

김지양 편집장은 홀로 예식장에 들어갔다. 보통 신부는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한다. 김 편집장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았다. 아버지와 상의 후 혼자 입장하기로 했다. 결혼식 입장곡도 평범한 건 싫었다. 신부·신랑이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했다. 김 편집장은 단편선과선원들의 '거인'을, 남편은 M83의 'Midnight City'를 틀었다. 웨딩 마치에는 단편선과선원들의 '동행'을 틀었다.

2부는 '라디오 콘셉트'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신부·신랑 지인 60명 정도가 남아 있었다.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만나면서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신부·신랑의 사랑 이야기를 나눴다. 토크쇼에서 나온 소재로 퀴즈를 내 선물도 줬다. 즐거운 분위기였다.

부케는 2부 때 던졌다. 보통 결혼식 부케는 결혼 예정자나 곧 결혼할 사람이 받지만, 김 편집장 생각은 달랐다. 언젠가부터 "부케 받은 후 3개월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 결혼 못 한다"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게 싫었다. 따로 부케 받을 사람을 정하지는 않았다. 꽃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모두 나오라고 했다. 빨간 장미꽃을 쟁탈하기 위해 여러 명이 나왔다. 그중에는 남성도 있었다. 김 편집장의 친구가 부케 받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남편을 내보낸 것이다.

김지양 편집장은 아버지 손을 잡지 않고 홀로 식장에 들어갔다. 손에 들고 있는 장미꽃이 눈에 띈다. 사진 제공 김지양
부케 받겠다고 나온 사람들. 한 명이 아니다. 남성도 있다. 사진 제공 김지양
인디 밴드에 소속된 남편도 축가를 불렀다. 사진 제공 김지양

예물·예단·폐백 / 신랑 예복과 구두만 예물로 준비했다. 연애할 때 끼던 커플링으로 족했다. 예단과 폐백도 부모님과 합의해 하지 않기로 했다. 김지양 편집장은 예물·예단·폐백이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했다. 폐백을 하면 상차림을 준비하고 한복을 빌려야 하는데, 여기 돈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폐백은 그냥 '돈 받는 자리'로 느껴져 불편했다. 양가 어머니 한복이나 아버지 정장 등도 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합의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양가에서 김지양 편집장과 남편의 생각을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부모님께 새로운 형태로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전달한 뒤 부모님 생각을 들었다. 아무리 두 사람을 위한 결혼식이더라도, 부모님 손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혼식에서 원하는 순서가 있는지 묻고 조율했다.

색다른 결혼식 준비를 위한 TIP

웨딩홀이 아닌 곳에서 하는 결혼식은 하객 수가 관건이다. 김지양 편집장은 결혼식에 450명을 초대했다. 꼭 참석할 건지 묻고 음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당일이 되자 오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몇 커플씩 결혼하는 웨딩홀은 음식 양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모자라면 추가할 수 있고, 덜 먹었으면 음식값을 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시설은 한 커플만 결혼하기 때문에 웨딩홀처럼 조절이 불가하므로 최대한 정확한 하객 수를 예측해야 한다.

사진 촬영이나 메이크업은 프로에게 맡기는 게 좋다. 친구 중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프로가 아니면 부족한 게 하나씩 꼭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결과물 때문에 속상하거나 의가 상할 일은 아예 만들지 않는 게 좋다. 또 셀프 웨딩을 할 경우 웨딩플래너가 하는 일을 혼자서 다 해야 한다. 품이 많이 든다. 메이크업은 출장인지 아닌지, 신랑도 같이 해 주는지, 결혼 사진은 원판을 주는지 안 주는지 챙길 게 많다. 김지양 편집장은 결혼한 친구가 들러리를 해 주면 좋다고 했다.

결혼식에는 신부·신랑 생각도 중요하지만, 부모님 뜻도 중요하다. 부모님이 간소한 결혼식에 반대하면 일반적인 결혼식을 올린 뒤,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 작은 결혼식을 열 수도 있다.

2부 순서에서는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로 퀴즈를 내고 선물을 줬다. 사진 제공 김지양

16년 결혼식 비용
평균 6,000만 원
예물·예단 줄이면
비용 크게 아껴

김지양 편집장의 결혼식에 온 하객들은 반응이 좋았다.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에 즐거워하고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자신의 바람을 결혼식에 담고 싶었던 김 편집장의 목적은 달성됐다. 그렇다면 결혼식 비용은 어떨까.

한 결혼 정보 회사가 조사한 2016년 평균 예식장 비용은 2,081만 원이다. 예식장 비용은 웨딩홀 대여, 예식 부대, 폐백, 식대로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스드메 패키지'가 평균 344만 원이 든다고 하니, 이를 더하면 2,500만 원가량이 든다. 예물이 평균 1,826만 원, 예단이 평균 1,832만 원이 드니까, 결혼식을 올리려면 6,000여 만 원이 드는 셈이다.

보통 축의금으로 예식장 비용을 감당하니, 예물·예단을 하지 않은 김지양 편집장은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김 편집장은 예식장 비용을 제외하고 총 560만 원을 썼다. △스드메(200만 원) △청첩장 300장(30만 원) △신랑 예복(80만 원) △부케(30만 원) △결혼식 인력(220만 원)이다. 결혼식 인력에는 결혼식 사회자, 축가, 스냅 및 영상 촬영을 하는 스태프도 포함된다.

김지양 편집장과 남편은 자신들이 모은 돈으로 결혼식 비용을 보탰다. 이것이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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