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조카 박용철 씨. 그는 2011년 9월 북한산 인근에서 사망했다.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사촌 박용수 씨는 박 씨 시신에서 3km 떨어진 산속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단순 원한에 따른 살인과 자살로 종결된 사건이지만, 진실을 캐던 사람 중 상당수가 죽거나 다쳤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방영한 SBS '그것이알고싶다' 또한 이 사건이 조작됐고 누군가 배후 조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용철 씨 유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진상 규명 방안을 찾는 기도회가 16일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정진우 소장) 주관으로 열린 '박용철 살인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한 목요 기도회'는 박 씨 유족과 이 사건 당사자이자 박 전 대통령 제부 신동욱 총재(공화당), 당시 상황을 취재했던 주진우 기자(<시사IN>) 등이 참석했다.

뜬금없이 박용철 씨 관련 기도회를 왜 여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박 씨 아내 이금란 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서울 한 감리교회 권사다. 아들 중 한 명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에 재학 중인 현직 전도사이기도 하다.

뉴타운교회 심영식 목사가 박용철 씨 유가족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내 이금란 씨가 이 교회 권사다. 자녀 중 한 명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에 재학 중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유족들은 박용철 씨가 기독교인이었다고 말했다. 박용철 씨는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부르기 전까지 가족과 교회를 다녔다. 집사 직분을 받기도 했다. 2006년 박 씨가 캐나다에서 홀로 귀국해 가족과 떠나 살면서는 믿음이 약해져서, '남편의 믿음 회복'이 한때 이금란 씨의 기도 제목이기도 했다. 그래도 사망 전까지 성찬 예식에도 참여하는 등 믿음이 있던 사람이라고 이 씨는 말했다.

이금란 씨는 유족 증언에 앞서 특송으로 직접 '하나님의 공의'를 불렀다. 이 씨는 "조폭도 사람을 해치는 사람도 아니었다. 가정적이고 사랑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남편을 조폭으로 몰아서 죽음의 원인을 가리고 덮으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 이번 일 가운데 하나님의 공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불렀다"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는 이 사건을 취재하며 다른 사건보다 특히 무서웠다고 했다. 그만큼 큰 배후 세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 보도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될 정도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 사건을 취재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주진우 기자는, 박용철 씨가 정치 깡패니 조폭이니 하는 소문들은 사실이 아닐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죽은 시점이라고 했다. 주 기자는 "박용철 씨가 진실을 얘기하고 정의의 편에 서려 했을 때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죽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105kg의 건장한 체구인 데다가, 평소 술에 취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런 그가 수면제가 든 술을 먹고 살해당했다고 했다. 더구나 이금란 씨가 경찰을 찾았을 때는 이미 사건이 종결된 직후였다고 했다.

주 기자는 5년 전 이런 의혹들을 정리해 보도했다. 그랬더니 주 기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사건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인 신동욱 총재도, 납치되고 폭력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기 싸이월드에 올렸다가 구속됐다. 주 기자는 "희한하게 이 사건 재판마다 김재원(전 청와대 정무특보)이 왔다"고 했다.

주 기자는 "그동안 무서운 기사 많이 썼지만 이 사건은 특히 무서웠다. 취재하면 할수록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여서 박용철을 죽였는지 짐작이 가더라. '너 죽는다. 네 머리에 구멍 난다'는 협박도 받았다. 박용철 씨 아내가 내 걱정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도 이날 기도회에 참석해 정치권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박용철 피살에 대한 새로운 진상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오늘 기도회가 이 사건을 명백히 밝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실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엄한 처벌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나서고 있는 김용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비협조적이었다고 했다. "검찰이 박용철 통화 기록을 주지 않는다. 그걸 보면 그날 행적을 알 텐데 절대 주지 않는다. 가족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못 준다고 했다. 현재 행정소송 중이다"이라고 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유족과 기자의 증언을 들으러 70여 명이 참석했다. 설교를 맡은 이훈삼 목사(주민교회)는 "다윗은 밧세바를 탐해 그의 남편 우리야를 죽였다. 완전범죄를 하려 했으나, 하나님은 나단 선지자를 내려보내 '진실은 은폐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우리도 나단 선지자처럼 증언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교회가 권력자들이 하나님을 무시하면서 오만한 가운데 저지르는 사건들을 드러내야 한다. 과감히 일어나서 빛을 비추고 새로운 역사를 펼쳐 나가도록 해야 한다. 세상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도회에는 7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 제부 신동욱 총재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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