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교회와 하나님의 종인 목사, 공교회를 상대로 이들 평신도들이 벌이는 투쟁은 얼핏 교회를 파괴하고 분란을 초래하는 행위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교회를 교회답게 그리고 상식과 법이 통하는 교회로 만들기 위한 값진 희생으로까지 비쳐진다.
자양교회를 20년 이상 출석하며 숱한 봉사를 아끼지 않던 김인성 집사(48) 등 5인이 반란(?)의 깃발을 고추세울 수밖에 없었던 사건은 99년 5월 발생한다. 그해 5월 9일과 16일 자양교회에서 실시된 항존직(장로·안수집사·권사) 선거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터졌기 때문이다.
당시 예장통합측 선거규정은 나이에 관계없는 '흠 없는 세례교인'이라면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었으나, 최대준 목사는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두 차례에 걸쳐 "세례교인이라도 18세 미만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최대준 목사의 지시는 5월 9일 1차 항존직 선거에서 충실하게 이행돼 18세 미만의 세례교인 전원이 투표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16일 2차 투표에서도 일부가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모 부목사가 18세 미만 세례교인을 직접 퇴장시켰으며 후에 문제가 되자 "당회장 목사님께 누를 끼칠까봐 그랬다"고 정기당회에서 밝힌바 있다.
또 1차 2차 공동의회시 회원여부를 확인하는 회원점명 절차도 생략되었으며, 5일 후 개표시에 투표인원으로 대체한 것 등 위법은 계속 이어졌다.
이런 불법적인 상황에 대한 추후 수습도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즉 1차 자행된 불법을 무마하기 위해 더 큰 불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 즉 자양교회 2명뿐인 원로장로와 일부 집사들이 "법이요"를 외치며 최대준 목사의 처사에 대한 불법성을 지적하자, 최대준 목사는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교인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이 모든 불법을 그대로 묻어버렸다.
잘못된 법 적용, 특히 중대한 '선거'에서 일부 유권자가 권리를 상실한 상황이 어떻게 사과와 박수로 무마될 수 있을까. 그러나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자양교회에서는 버젓이 '합법'으로 통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탈법과 불법이 자양교회라는 일개 교회 차원을 넘어 공교회 조직인 노회와 총회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장통합 서울노회 기소위원회(위원장:송용철 장로)는 2000년 4월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다.
"투표권 제한 부분에 대해 선거(투표)를 위한 공동의회 개회시 최덕산 장로가 세례교인이면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 법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의장인 최대준 목사가 제가 사과드리니 박수나 한 번 쳐주세요 제안한바 회중이 박수로 수용 시정하였으며 투표도 법에 따라 진행되었고 또 해당 부목사의 진술에 의하면 '투표할 나이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나가라'고 한 것으로 이는 범죄에 해당된다고 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결정은 두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투표가 법에 따라 진행되기 위해서는 18세 미만의 세례교인에게 동등한 선거참여의 기회를 주어야 했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또 서울노회 기소위원회는 해당 부목사의 진술을 들었다고 밝혔으나 추후 송용철 기소위원장과 김인성 집사의 전화통화 내용에 따르면 부목사의 진술은 없었으며, 오히려 피고인 최대준 목사와 일부 당회원들의 진술에 의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기소위원회의 판단은 전혀 중립을 지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피고인 최 목사측 견해와 동일선상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다음은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국장:최복상)의 판단이다. 11월 24일 총회재판국은 이 사건에 대해 "1심, 2심 재판 절차를 이행치 않았음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 제3편(권징) 제1장(총칙) 제4조(재판) 제3항과 제2장(소송의 일반 규례) 제1절(기소) 제6조(범죄의 고소, 고발) 제2항에 의거하여"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총회 재판국은 법조문을 복잡하게 나열하면서도 결국 절차의 문제점을 이유로 이 사건의 본질은 제쳐 둔 채 영원히 미해결로 묻어버리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재판절차가 잘못됐다면 올바른 절차를 다시 밟도록 하급심에 '반려'했어야 하지만 이런 배려는 평신도들의 사치스런 기대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이 판결에는 서울노회 재판과정에서 나타난 '허위사실'에 대한 고소건도 포함돼 있었음에도 똑같이 도매금에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결국 교인 3000명이 출석하는 자양교회 담임 최대준 목사는 노회와 총회의 지원사격(?) 덕분에 교회법 테두리 내에서 완벽하게 안주할 수 있게 됐다. 반면 5인의 평신도들은 담임 목사와 당회를 고소한 반란자(?)라는 멍에 속에서 현재 직분과 봉사직을 박탈당하는 시련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자양교회 산역사라고 할 수 있는 최덕산(78) 김효신(77) 원로장로와 일부 시무 장로들은 꿋꿋하게 이들이 옳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원로장로 2인은 한결같이 "법을 어겼으면 바로 잡아야 하는데 현재 자양교회는 잘못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들 평신도들의 작은 반란은 '교회헌금 바로 쓰기'운동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대준 목사의 두 자녀 유학 학자금이 영수증도 없이 5년간 1억 2000만원이 지출된 것과 관련, 최 목사에게 거듭 투명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김인성 집사는 "최 목사의 자녀 중 1명은 2000년 6월 풀러신학교 졸업자 명단에 포함돼 있고 그후 미국 LA 새한교회(한학수 목사)에서 전도사로 시무한바 있는데도 2001년에도 똑 같은 학자금이 지원됐다"고 밝히고 있다. 혹시 졸업한 이후에도 학자금이 지원되었다면 더더욱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자양교회 재정부장 정연택 장로(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는 "졸업자 명단이 아니라 졸업예정자 명단이었으며 곧 졸업장을 갖고 귀국할 것이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풀러신학교 등록금이 1년에 600만원에 불과한데도 평균 1500만원으로 과도하게 학자금으로 책정된 것은 물론 졸업식장에서 발표된 졸업자 명단은 포함됐는데도 당시에 졸업을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최 목사는 이런 많은 액수를 학자금으로 지원하는데도 왜 영수증이 없냐는 99년 제직회 석상의 논란에 대해서 "미국에는 영수증이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으로 회피한바 있다. 한편 최 목사 두 자녀에게 1년 지원되는 3000만원의 학자금은 자양교회 600여명에 이르는 주일학교 예산 4260만원(2000년)에 육박하고 있다.
대형교회 목회자와 그의 자녀는 영수증없이 수천만원의 헌금을 '학자금' 명목으로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이들 평신도들 그리고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원로장로들은 지금 한국교회를 향해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