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보수 기독교 일각에서 박사모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하며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속성을 보면 박근혜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초로 '탄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공의(公義)의 발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특히 열왕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솔로몬이 이방 여인들과 결혼한 후 나라 안에 우상숭배를 허용하는 등 신앙이 변절되자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네가 내 언약과 내가 네게 명령한 법도를 지키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반드시 이 나라를 네게서 빼앗아 네 신하에게 주리라"(왕상 11:1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솔로몬 사후 다윗 왕조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 중 열 지파에 대한 지배권을 잃어버렸습니다.

솔로몬이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다윗의 아들로서 성전을 건축한 사람이 아닙니까? 다윗의 여러 아들 가운데 막내나 다름없는 솔로몬이 다윗 뒤를 이은 것은 하나님의 주권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러한 솔로몬도 잘못을 범하자, 가차 없이 나라를 쪼개어 다른 이에게 주셨습니다.

이스라엘이 남북 두 왕국으로 분열된 후 북이스라엘 왕국에서는 끊임없이 쿠데타가 일어나 왕조가 수없이 바뀌었습니다. 악한 왕이 들어섰을 때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이 치셨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열왕들 가운데 가장 악한 왕으로 손꼽히는 아합 왕가가 예후에게 멸망당한 것도 하나님의 심판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남유다 왕국은 다윗의 왕조가 계속 이어졌지만, 한때 그것이 끊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합의 딸이자 유다 왕 여호람의 아내 아달랴가, 아들인 아하시야 왕이 죽자 남은 왕족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왕위를 찬탈한 일 때문입니다.

아달랴는 왕위를 찬탈한 후 여호와의 종교를 핍박하고 백성들이 바알 우상을 숭배하게 하는 등 악정을 일삼았습니다. 결국 요아스를 왕으로 옹립한 대제사장 여호야다의 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났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공의로 인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롬 13:1), 이 권세를 거두어 가시는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성경의 사례들은 권세자가 하나님이 주신 권세를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불의와 악을 일삼으면 하나님께서 권세자를 그 자리에서 내리치신다는 사실을 밝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 결정문에도 나오지만, 박근혜는 대통령 재임 시 사인(私人)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하게 하고,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지원하는 등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특검 조사에서 드러난 박근혜의 비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세인의 평가는 독선(獨善)과 불통(不通)입니다. 청와대 비서진들조차 대면 보고를 할 때가 매우 드물다는 증언이 이러한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독선과 불통은 교만한 자의 특징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얼마나 미워하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교만은 하나님을 대적했던 사탄의 속성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마리아 찬가에는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눅 1:51-52)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특히 하나님께서 권세자의 교만을 더 무섭게 심판하시는 분이심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교만 때문에 권세자가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초대 왕 사울이 하나님에게서 버림받은 것(삼상 15:23)과 웃시야 왕이 성전에서 제사장 외 할 수 없는 분향을 하려다 나병에 걸린 것(대하 26:19)과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7년간 편집증적 정신 질환에 걸려 사람의 본성이 사라지고 짐승처럼 생활한 것(단 4:31-32)과 헤롯 왕이 벌레에 먹혀 죽은 것(행 12:23)은 교만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습니다.

박근혜는 대국민 약속에 대해 식언하면서까지 검찰 조사와 특검 조사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박근혜는 헌법재판소에도 출석하지 않았으며 청와대 압수 수색도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행동 역시 그의 교만을 드러내는 바, 이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했습니다. 그 결과는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 파면입니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권좌에서 내려오게 된 것은 불의와 악과 교만을 미워하시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탄핵이 인용된 결정적 요인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드러난 데 있었는데 이것은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마 10:26) 하신 예수님 말씀이 응한 것입니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의 불의가 드러난 것은 감추인 것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공의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팔면서, 심지어 박근혜를 예수님에 비유하면서 옹호를 하지만 이것은 불의와 손을 잡는 행위입니다. 사도 바울은 "의와 불법이 어찌 함께하며, 빛과 어둠이 어찌 사귀며,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며"(고후 6:14-15)라고 말하며, 그리스도인은 불의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증거했습니다.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며 일어난 촛불 집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호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박근혜에 대한 탄핵 인용은, 과연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음을 밝히 보여 주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결국 드러난다는 것은 기독교와 성경의 정신입니다. 박근혜가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하나님의 공의의 역사입니다.

아무쪼록 다음 대통령 선거에는 하나님 마음에 합당한 정의로운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이 땅의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고 박근혜 정부가 자행한 온갖 적폐가 청산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께서 이 나라를 창성하게 하시며 그 즐거움을 더하게 하셨으므로 추수하는 즐거움과 탈취물을 나눌 때의 즐거움 같이 그들이 주 앞에서 즐거워하오니 이는 그들이 무겁게 멘 멍에와 그들의 어깨의 채찍과 그 압제자의 막대기를 주께서 꺾으시되 미디안의 날과 같이 하셨음이니이다." (사 9:2-3)

김경호 / 목사, 샬롬방신앙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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