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교회 회개와 영적 회복을 위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공동대표 김선규·이성희·전명구)가 개최한 대각성 기도회가 3월 8일,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이번 대각성 기도회는 한교총이 출범한 이후 첫 공식 대규모 행사였다. 한교총은 이번 대회에 많은 공을 들였다. 조용기·곽선희·김삼환·최성규 등 대형 교회 유명 원로목사가 고문으로 참여하고, 주요 교단장이 공동대표대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상임부대회장·공동대회장·공동준비위원장 등 여러 하위 준비 조직도 구성됐다. 준비위원 숫자만 100여 명이었고, 대각성 기도회를 알리는 동영상도 제작했다.

<뉴스앤조이>는 3일 동안 대각성 기도회를 취재했다. 많게는 1만여 명, 적게는 5,000여 명 교인이 기도회가 열리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 모여들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순서지, 현수막, 전광판 등 곳곳에 도배되어 있는 "잘못했습니다"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기도회는 매회 두 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대회가 끝나면 머릿속에 남는 말은 '회개'밖에 없었다. 이영훈·오정현·윤석전 등 주 강사들은 설교 내내 회개를 강조했다. 기도회를 인도하는 최요한 목사도 한국교회가 살길은 회개밖에 없다며 울부짖었다. 참석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딱딱하고 차가운 체육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든 채 눈물로 "살려 달라" 부르짖었다.

무엇을 위한 부르짖음이었을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3월 밝힌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비기독교인이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불투명한 재정 사용 △타 종교에 대한 태도 △교회 지도자의 삶 등이다. 그러나 대각성 기도회에서 목사들은 저마다 한국교회 위기를 경고하고 회개를 촉구했지만, "교회 세습해서 죄송하다", "논문 표절해서 죄송하다", "교회 돈 마음대로 써서 죄송하다"는 구체적인 고백은 없었다.

지금까지 대각성 기도회 같은 대규모 집회가 한두 번 열린 게 아니다. 대표적으로 2007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평양 대부흥 100주년 집회가 열렸고, 그 전후로도 회개 집회는 수없이 있었다. 그때마다 목회자와 교인들은 목 놓아 부르짖었다. 하지만 어째 개신교 신뢰도는 날로 추락한다. 세습, 재정 유용·횡령, 성 문제, 표절 등 목회자의 도덕적 타락은 더욱 많이 드러나는 추세다.

한교총은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집회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우려된다. 한교총의 취지처럼, 한국교회는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 사회에서 모범이 되고 존경받는 그룹이 될 수 있을까. 이번 대각성 기도회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수차례 열어 온 대형 집회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이번 한교총 대각성 기도회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번 대각성 기도회에서는 "회개" 구호만 남발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도 구체적인 회개 없는 집회는 진정성이 없고 보여 주기식 행사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회개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내용이 필요하다. 그런 내용이 없다면 이번 대각성 기도회는 보여 주기식 행사에 가깝다. '우리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교회가 잘하고 있다'고 과시하는 게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 앞으로 변화할 모습,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회개는 영화 밀양에서 나오는 것처럼 자기만족으로 끝나는 회개다.

대형 집회는 한때 의미가 있었다. 과거 대중매체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았던 1970~1980년대에는 대형 집회가 여러 교회를 연결시키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각자 나름의 기준과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는 시대다. 몇몇 교회가 연합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회개 운동을 벌이면 모르겠지만 교인 수천 명을 동원해 '우리 회개했다'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식의 대형 집회는 오늘날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보여 주기에 가깝다.

이번 행사가 한 번의 행사로서 나름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력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행사였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참가자들은 매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회개를 부르짖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도 구체적인 행동과 운동을 이끌지 못하는 회개는 회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 개신교가 한자리에 모여 하나님과 시민사회에 잘못을 고하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앞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체적인 행동과 운동을 이끌지 못한다면 그것은 회개라고 말할 수 없다.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회개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선언할 필요가 있다.

'담임목사직 세습을 하지 않겠다',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 '국가와 암실에서 거래하는 걸 멈추겠다'는 등 다짐과 행동이 뒤따라와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목사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회개'만 반복해서 외치고 있다.

강사들 면면을 봐도 문제가 있다. 각성하기 위해 부른 강사가 아닌 것 같다. 만약 자신들이 각성하기 위해 나온 거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말을 해서는 안 됐다."

이번 대각성 기도회와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수차례 열어 온 집회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뉴스앤조이 박요셉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회개가 집회에서 모호한 의미로 남용되고 있다며, 이번 기도회를 한국교회 대표를 자부하는 그들만의 잔치라고 평했다.

"회개라는 말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기도회에서는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하지 못한 것 같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회개할 것인지,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회개'라는 단어만 모호한 채로 남용됐다.

집회에서 회개는 단골 메뉴다. 어떤 잘못을 어떻게 고칠지 명확하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집회를 열어 회개를 부르짖어도 동어반복에 그친다. 교회 안팎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탄핵 심판 선고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열린 이번 집회를 사람들이 과연 순수한 대각성 기도회로 볼 수 있을까. 지난 3월 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이 주최한 구국 기도회도 사실상 탄핵 반대 집회에 힘을 실어 주는 행사였다.

이런 대형 집회는 한국 개신교가 교인 수천 명을 동원한 세몰이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으로 비치기 쉽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자부하는 교회와 기관이 벌인 그들만의 잔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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