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2015년 한일 양국은 '위안부' 협상을 하면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시점으로부터 50년 전, 1965년 박정희 정권 당시 한일 청구권 협정문에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관형사 반대편에 '아직'이라는 부사가 가냘프게 놓여 있다. 정부의 태도는 변한 게 없다.

여기 세 사람이 있다.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 세 사람 모두 전쟁 한복판을 지나왔다. 전쟁 중 일본군에게 끌려가 '위안부'를 경험했다.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때의 기억은 이들의 가슴을 잠식하고 있다. 캐나다 영화감독 티파니 슝(Tiffany Hsiung)은 세 할머니 곁에서 6년간 머무르면서 할머니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다큐멘터리에 녹여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와 길원옥 할머니. 영화 '어폴로지' 스틸컷
아델라 할머니. 영화 '어폴로지' 스틸컷
차오 할머니와 그의 딸. 다큐멘터리영화 '어폴로지(The Apology)'(2016)는 이달 16일 개봉 예정이다. 영화 '어폴로지' 스틸컷

"하루도 사람 사는 것마냥 산 적이 없어", "오늘날까지 평화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억지로 살고 있는 거야", "전쟁 안 끝났어", "혼자 있을 때면 그때로 돌아가, 아직 거기 있는 거야", "심장에 박힌 가시를 뽑고 싶어",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됐어".

다큐멘터리영화 속 할머니들은 덤덤하게 말한다.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수요 시위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길원옥 할머니, 가족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자 하는 차오 할머니와 아델라 할머니. 이들의 일상은 여느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카메라에 담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일상 가운데 문득문득 내뱉는 말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2009년 EBS 다큐프라임 '우리 아이 어떻게 지킬 것인가' 편에서 공개된 독일 공익광고는 많은 이에게 충격을 줬다. 공익광고 속 뱀처럼 형상화된 남자의 성기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 여성의 몸을 시시때때로 감싸고 돌다 여성이 임종을 맞고 나서야 몸에서 빠져나갔다.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다. 상흔을 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 할 뿐이다.

'위안부'를 정치의 문제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다. 캐나다는 정부 차원에서 '어폴로지' 제작을 지원했다. '위안부' 영화를 정치적 관점에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해외를 돌면서 목소리를 내는 동안 침묵했던 한국 정부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길원옥 할머니는 호소한다.

"사과를 한다고 상처가 없어집니까? 아니죠. 상처는 안 없어지지만 마음은 조금 풀어지니까. 그날을 기다리고 있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는 3월 8일 1273차를 맞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수요 시위를 통해 일본 정부에 △전쟁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 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촉구하고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 이후 제대로 된 △진상 규명 △역사교육 △미래 세대를 위한 기억 계승을 위해 정의기억재단이 만들어졌다. 반면 정부는 '위안부' 협상 당시 일본에게서 받은 돈 10억 엔 전액을 피해자를 위해서만 쓰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중 5억 원이 넘는 돈을 지난해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의 한 해 운영비로 책정했다. '위안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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