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전국여성노동조합, 정의당여성위원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13개 단체가 '2017년 3·8 세계여성의날 조기 퇴근 시위 3시 STOP'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성차별·성희롱 등 다양한 차별에 노출돼 있고, 특히 남녀 간 임금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남성이 받는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여성이 받는 임금은 64 수준으로, OECD 가입국 중 성별 임금격차 1위다. 이를 8시간 기준으로 환산해 살펴보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번 행사에는 성차별에 대한 현장 여성 노동자들의 경험 발언과 퍼포먼스, 시내 일대 행진순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보신각, 서울고용노동청을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본 행사에 참여하고자 했으나, 조기 퇴근에 실패한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서하나 씨(가명)의 발언문을 한 활동가가 대독했다. 

"연봉 협상 때 면접관은 내 요구 연봉 금액을 듣고 '아니 여자가 돈을 그렇게 많이 받아서 어디에 써요?'라고 했다. 미용실 커트만 해도 남자는 7,000원, 여자는 9,000원이다. 같은 속옷을 사도 남자는 팬티 하나만 사면 되지만 여자는 아래 위 두개를 사야 한다. 여자라는 정체성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돈이 엄청 들게 한다. 

남자는 일터에서 남자이기 때문에 임금을 더 받는다. 면접관은 '쓸 곳이 많아서'라고 한다. 나는 머리 기장이 길어서 염색할 때 추가 비용 드니까 연봉 더 주겠다는 회사는 본 적이 없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남자에게) 참 배려가 넘친다. 또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면 4호봉을 더 쳐 준다. 여성은 군대를 다녀와도 그런 거 없다. 남자는 장교든 뭐든 군대만 다녀오면 호봉이 오른다. 

난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한다.  스테이지를 깼을 때 코인을 100원 줄지 101원 줄지 정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하는데도 군대만 다녀오면, 총을 분해하고 쏠 줄 알면 4호봉이 높아진다. 동일 임금, 동일 노동 어디 갔는가. 기업은 합리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공동 행동을 빌어 사회가 합리적이 되길 바란다. 남자·여자이기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사람의 경력과 능력에 의해 맞는 임금을 지불하고 더 많은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분배를 하길 바란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집회에 참여했다.

'분노의 퍼포먼스, 분노의 노래 부르기'도 진행됐다.

"똑같이 일을 해 봤자 어차피 100:64 / 세 시부턴 무임금이다 그대로 멈춰라 / 성별 임금격차 OECD 1등인데 억울해서 못 살겠다 돈을 내놔라! / 회의 중에도 알바 중에도 그대로 멈춰라 / 그런 의미로 우리 모두 다 세 시면 멈춰라

힘들게 일을 해봤자 어차피 최저임금 / 세 시부턴 무임금이다 그대로 멈춰라 / 최저임금 6,470 니가 한번 살아 봐라  / 여자라서 최저임금 알고 있거든 / 15년째 똑같은 격차 이제 좀 바꾸자 / 그런 의미로 우리 모두 다 세 시면 멈춰라"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2017년 3.8 세계여성의날 여성 노동계 공동 행동 '3시STOP' 선언문
명백한 차별의 증거,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라!

수많은 국민에게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의 증거로 남을 박근혜 정부 시기. 특히 힘겹게 견딘 건 여성들이다. 여성 노동자 6명 중 5명은 최저임금선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경단녀'로 호명되며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전 사회적 위기의 부담이 여성에게 가장 먼저, 무겁게 전가된 것은 이번 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1970년대 경제개발의 주역이었던 여성 노동자들은 공로를 인정받기는커녕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1990년대 IMF사태 때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었다. 그리고 2017년 올해, 역대 최악의 고용 한파는 청년 세대 여성에게 더욱 날선 칼바람이다. 꿈을 가지라고 배웠고,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취업 전선에 선 여성들이 목도한 것은 고용 차별이었고 외모 차별이었고 젠더 폭력이었다. 모든 것이 공공연했다. 여성으로서는 두 발 딛고 서 있기도 힘겨운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풍당당'은 조롱이며 '여성 상위 시대'는 기만이다.

질 좋은 일자리는 여성의 진입을 거부한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여성을 기다리는 것은 '유리천장'이다. 여성은 '기여도가 낮다'는 '만들어진 이유'로 승진에서 밀려나고, 낮은 임금을 받고,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노동하게 된다. 고위직 여성 비율은 위로 갈수록 낮다. 그 다음으로는 '독박 육아'가 여성 노동자를 기다리고 있다. 돌봄에 대한 모든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지만 '돌볼 수 있는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 남성 노동자의 '돌볼 수 있는 권리' 역시 철저하게 무시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는 건 대범한 남의 얘기인 것만 같다'는 것이 저출산 위기 국가에 사는 노동자들의 심정이다.

결국 수년간 출산과 육아에 시달리다가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온,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예전보다 더 저임금이고 더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노동하게 된다. 중·장년 여성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최하층인 간접 고용으로 일을 하거나, 국가가 '공식적으로 착취하는' 돌봄 노동에 종사한다. 중·장년 여성의 임금은 가계 보탬을 위한 부수입 정도로만 여겨지며, 일자리 역시 보조적인 역할이 주어진다. 이 땅의 여성들은 시기를 막론하고,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차별과 착취를 겪는 것이다.

이 모든 모순과 불평등은 100:64로 귀결된다. 100:64. 이것은 OECD 회원국 중 15년째 부동의 1위이며, 회원국 평균치의 2배에 달하는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이다. 남성이 100을 벌 때 여성이 버는 몫은 고작 64.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여성의날, 우리 일하는 여성이 한자리에 모여 '3시 STOP'을 외치는 까닭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하고 능력을 평가절하당하고 싸구려 노동력 취급을 받는 우리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말 그대로 '벼랑 끝'이다.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착취가 잘못이라는 것이 상식인 나라를 원한다.
우리는 '떼먹힌' 36만큼의 임금을, 빼앗긴 권리를 쟁취하고자 사회에 고한다.

여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차별과 착취를 당해 왔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끈질기게 싸워 권리를 쟁취하고 세상을 바로잡는 힘이 있다. 그렇게 여성은 참정권을 얻었고, 이제는 세계 최고 권력자의 '잘못'을 '잘못'이라 외치고 있다. 우리 한국의 일하는 여성들은 문제를 문제라 말하며 끈질기게 싸울 것이다.

우리 일하는 여성은 여성에게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선의제 10만 인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라!

 2017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여성 노동계 조기 퇴근 시위 '3시 STOP' 공동 행동 참가자 일동

노동당,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녹색당, 민중의 꿈 여성운동본부, 민주노총 경기본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총 충남본부, 민주노총 충북본부, 민주노총 인천본부, 민중연합당 엄마당, 부천여성노동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안산여성노동자회, 엄지당,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인천여성노동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여성위원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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