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사순절 첫 주를 맞은 안산 합동 분향소는 썰렁했다. 인적은 드물고 3월과 어울리지 않는 칼바람이 불었다. 바람 한 자락이 지나가면 분향소 앞 기독교 예배실 철문이 덜컹거렸다. 조용히 기도하던 사람들은 혹시 누가 왔나 싶어 뒤를 돌아봤다.

3월 6일 안산 합동 분향소 기독교 예배실에서는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사순절 금식 기도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남재영 위원장)가 사순절을 맞이해 준비한 금식 기도회였다. 남재영 위원장은 3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기독교 예배실에서 머물며 음식을 끊고 세월호 가족을 위해 기도할 계획이다.

"참사 이후, 한국교회가 세월호 가족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주었다. 한국교회를 대신해 용서를 빌고, 그분들의 아픔을 우리 주님의 아픔으로 고백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남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세월호에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도하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홉 분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여정이 되어야 함을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했다.

남재영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신해 사과하며, 그분들의 아픔을 우리 주님의 아픔으로 고백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오전 11시 정평위는 여는 기도회를 진행했다. 세월호 가족을 비롯해 교회협 조성암 회장, 김영주 총무 등 30여 명이 기독교 예배실에 모였다. 박인환 목사(화정교회)가 '예수를 죽인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교회가 본질을 잃어버리고 예수를 믿는 것이 무엇인지 기본을 망각해 버리고 말았다. 세월호에 대처한 한국교회 현주소를 솔직하게 되돌아보면서, 교회가 교회답게 되도록 새롭게 세워 나가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는다. 이번 사순절 금식 기도가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들 멍에를 풀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는 "목사님들이 함께해 줘서 감사하다. (이번 기도회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위로와 힘이 된다. 가족들도 금식과 기도로 사순절 기간을 보낼 계획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몇몇 대형 교회가 보인 모습에 실망했다. 4·16을 기점으로 사회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 교회만 변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고 했다.

정평위는 3월 6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오후 6시에 저녁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교회협, 정평위, 교회협 인권센터, 대전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가 돌아가면서 기도회를 진행한다.

교회협 정평위는 3월 6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오후 6시마다 안산 합동 분향소 기독교 예배실에서 기도회를 연다. 사진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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