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반올림은 3월 6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 농성장에서 '삼성직업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10주기 삼성전자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반올림과 시민들은 삼성직업병 문제 해결, 진정성 있는 사과, 투명한 보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416합창단과 가수 류금신 씨 공연, 고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 씨의 10년 싸움에 대한 영상, 고 황유미 씨에게 보내는 편지 낭송이 있었다. 이후 삼성LCD에서 근무하다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김미선 씨, 뇌종양을 앓는 한혜경 씨,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79번째 사망자 고 김기철 씨의 부모님, 그리고 황상기 씨가 피해자 성명을 낭독했다.

추모 문화제는 416합창단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사랑하는 딸 유미야, 아빠는 여전히 서울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머리가 백발인 할아버지가 됐어. 우리 유미는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전 안보이던 네가 크리스마스 전날 꿈에 나와 '엄마, 나 사과도 먹고 싶고 원피스도 입고 싶어'라고 했는데 아직도 엄마가 원피스를 못 사서 마음에 걸려. 따뜻한 봄이 오면 엄마가 모은 돈으로 사 줄게. 10년이 되다 보니 너와의 추억도 없고 독한 약을 먹다 보니 너의 어릴 적 추억도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아쉽고 보고 싶어. 

삼성에서 일하다 하늘나라로 먼저 가신 분들이여, 악질 그 원수 놈을 처벌받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미야 너도 고마워. 아빤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 몸 좀 챙기라고 하면 끄떡없다며 큰 소리 치곤 하지.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왜 힘이 빠지냐며, 농성장 가면 많은 사람이 힘내라고 응원도 해 주시고 밥도 해 주시고 과일도 사 주시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 오히려 나보고 밥 잘 먹고 아프지 말라고 해 주셔.

며칠 전 너의 외삼촌이 하늘나라로 갔단다. 그래서 엄마 마음이 너무 아프고 정신이 자꾸 깜빡깜빡해져서 금방 했던 일도 잊어버려. 외삼촌에게 널 부탁했으니 삼촌이랑 잘 놀고 있어. 다음에 너랑 나랑 아프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안녕."  -고 황유미 씨 어머니 박상옥 씨

"우리 유미가 2007년 3월 6일에 죽었으니까 오늘이 딱 10년째 되는 날입니다. 10년 그 전부터, 유미가 죽기 전부터, 삼성은 그때 하는 말과 지금 하는 말이 같습니다. 유미 개인 질병이라고. 그럼 그 화약 약품 꺼내 놓고 설명을 해 주면 될 것을, 삼성은 기업 기밀이라며 기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삼성이 외면하는 사이에 몇 백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암으로 죽었습니다. 이것은 삼성뿐만이 아닌 비호 세력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정부가 왜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삼성은 왜 기업 경영을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부와 삼성은 대답하라. 왜 이 나라에서 국민을 다스리는지 설명하라. 강한 처벌만이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부와 국회는 이 부분에 대해 말한 적이 없습니다." -고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

추모 문화제 도중,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반올림에 대해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것처럼 하지만, 귀족 노조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져 참석자들의 분노를 샀다. 참가자들은 "귀족 농성장에 와라! 삼성 문제 정치권이 해결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기회주의자와 권력을 용서하지 말자며 발언을 이어 갔다.

"세월호 유가족, 삼성직업병 유가족 모두 바보들입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입니다. 돈이 종교보다 더한 세상에서 돈을 뿌리치고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고 보여 주는 사람들입니다. 세월호 가족과 황상기 아버님의 손을 잡은 우리도 바보입니다. 외면한 채 돈 벌며 삼성 제품 잘 쓰면서 살 수 있지만 우린 거부하면서 이렇게 모이고 있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가고 있습니다. 우리 계속 이 길을 갑시다. 그리고 승리합시다." -416연대 공동대표,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가수 류금신 씨가 공연 중 유가족들과 참여자들을 응원했다. 

삼성직업병 피해자 및 사망자 유가족들이 앞으로 나와 한 명씩 발언했다.

"LCD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 20살에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렸어요. 현재 눈으로 시신 경련이 와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어요. 글씨뿐만 아니라 사람도 못 알아봐요. 재발 방지를 위해 주사를 맞고 매일 7알의 약을 먹어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김미선 씨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뇌종양에 걸렸어요. 목숨은 건졌지만 장애를 얻었죠. 안전 교육은 없었어요. 일을 할 수 없는 몸이 됐습니다. 펑펑 울고 싶은데, 눈물도 나지 않아요. 전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해요. 제대로 사과받고 싶어요. 그리고 삼성은 모든 피해자에게 제대로 보상해야 해요. 책임지세요." -뇌종양을 앓고 있는 한혜경 씨

"사랑하는 아들 기철아. 너무 보고 싶고 그립구나… 백혈병이라는 무서운 병과 싸우다 너무 추운 날 우리 곁을 떠났구나. 한순간 한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 찢어지는 가슴으로 통곡했지만 아무도 떠나는 너를 잡지 못했지. 네가 떠나가던 날 많은 친구가 밤낮을 함께해 주었는데, 정작  원인을 제공한 삼성은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구나.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악덕 기업 삼성을 온 국민에게 알게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억울한 너의 죽임이 위안이 될까 하여 이 자리에 왔단다. 정부 관계자분들, 우리 아들을 비롯한 힘없는 젊은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하루빨리 풀어 주세요. 미안해하지도, 사과도 없는 삼성을 처벌해 주십시오." -2017년 3월 3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김기철 씨의 부모님

 "민주당 양향자는 말 잘못했습니다. 반올림에 반드시 사과하세요. 10년 전 삼성 직원이 우리 집에 와서 유미더러 사표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기에 '우리 유미,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님이 이 큰 삼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난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10년이 넘는 시간을 혼자 싸웠는데, 지금은 반올림을 비롯한 여러분과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같이하고 있습니다.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큰 삼성과 싸워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기지는 못할 망정 지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지지 않는 일은 잘못된 것을 밝히고 똑바로 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안 지겠습니다!"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서초 사옥과 강남역 일대를 행진했다.

사진·영상.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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