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엄마 목사 아들> / 주명식 지음 / 홍성사 펴냄 / 384쪽 / 1만 4,000원

신기와 신병 때문에 내림굿을 받아야만 하는 무당. 작두를 타고 작두 위에서 신의 공수를 전하는 무당.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무당이라 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을까요. 그토록 신출귀몰한 무당이라면 좀체 귀신에게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 무당조차도 의지를 다해 주님을 인격적으로 모셔 들이면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겠죠. 물론 무당이 주님을 만나고 주님 안에서 새롭게 변화된 삶을 살기까지는, 그를 위해 헌신하는 가족이든 가까운 친척이든 영적인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머니는 신들을 받은 후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 놓고 물을 채운 물동이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장군 신이 실려야만 탈 수 있다는 작두를 타게 되었다. 칼날이 하나인 외작두가 있고 칼날이 두 개인 쌍작두가 있다. 버선을 신고 탈 수도 있고 맨발로 탈 수도 있다. 버선을 신은 것보다 맨발로 타는 것이 신력이 높고 쌍작두 타는 것보다 외작두를 타는 것이 신력이 높아 무당의 영험함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신력이 높아야만 된다는 맨발로 외작투 타기를 했다." (66쪽)

주명식의 <무당 엄마 목사 아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들인 자신이 군에 입대하여 자대 배치를 받아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무렵인 1993년 음력 5월 5일 단옷날에 어머니가 내림굿을 받고 작두 탄 무당이 된 사연을 고백한 것이죠. 지금이야 그때 일을 자신 있게 밝힐 수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자신이 신앙인이라는 것과 신학대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다고 하죠. 그때는 어머니가 무당이었기 때문에 말이죠.

"어머니가 무당이 되신 직후 한동안, 어머니를 전도하기 위한 나의 방법은 너무도 무례하고 미성숙했다. 어머니의 인격은 철저히 무시한 채 어머니를 마귀 또는 사탄이라 운운했고 우상숭배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이기적인 분노를 표출한 것에 불과했다. 어머니의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해서 했던 말이 아니었다. 이럴 때마다 오히려 마귀의 영만 자극하여 어머니를 분노하게 했고 괴롭게 만들 뿐이었다." (140쪽)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깨닫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무당이라 할지라도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을 비인격적으로 무시하거나 욕을 하거나 저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 사람의 인격과 귀신의 인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무당의 영혼을 예수님의 마음처럼 측은히 여기는 게 중요하다고 하죠.

더욱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운명적으로 무당이 된 사람은 없고 신병을 앓다가 자기 의지로 무당이 되는 것처럼, 자신의 온 의지를 다해 주님을 인격적으로 모시는 사람만 하나님께서 그 심령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말이죠. 바꿔 말해 제 아무리 축귀 능력 대가의 힘을 빌리더라도 축귀 사역으로 귀신이 떠나갈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당사자의 의지적인 고백과 인격적인 믿음이 없이는 참된 평안이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전도하면서 만난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어머니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오늘날에도 하나님이 꿈으로도 말씀하시는 것을 믿는다면 그것을 은사로 잘 계발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묻기도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환시를 투시의 은사로, 공수를 예언의 은사라면서 교회를 위해 잘 사용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이런 체험은 어머니가 무당이었을 때 체험하던 것과 똑같았다. 무엇보다 성경의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영적인 체험들을 말씀으로 분별하며 성경을 기준으로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항상 권면하며 가르쳐 드려야 했다." (246쪽)

이 또한 놀라운 모습입니다. 크리스천들 가운데도 실제 무당을 찾는 이가 많고, 그처럼 '기독교 점쟁이' 곧 예언하는 이들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많다고 하죠. 그 때문에 그 어머니가 무당의 삶에서 벗어났는데도, 여러 신통력을 발휘하는 모습들을 기독교화해 보라고 종용한 것이었죠. 물론 무당들조차도 방언 기도를 한다고 하니, 영적인 분별력이 얼마나 더 절실한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마6:33)이라는 주님의 말씀 앞에 온전히 의탁하며 사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설령 코가 깨지고 교통사고가 난다 할지라도, 심지어 죽음에 직면한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무속인' 직업을 가진 이가 100만 명가량 된다고 합니다. 무속인들은 자신들을 무형문화재로 바라봐 주길 바라지만, 이 책은 그 사실을 갈파하도록 해 줍니다. 물론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 곧 민망히 여기는 긍휼 어린 마음을 놓치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당도 주님의 자녀가 되도록 돕기 위한, 믿는 자녀들이 무당도 전도하기 위한 그 최선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깊게 일깨워 주는, 이 책이 제시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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