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병원을 운영한 목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허위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들고, 병원을 운영해 오던 목사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10일,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는 A 목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불법으로 병원 3곳을 운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여 20억 원을 가로챘다고 했다. 원래 의료 기관 설립·운영은 의료인만 할 수 있는데, 조합 형태를 갖추면 의료인이 아니어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법을 역이용했다.

A 목사는 2007년 6월 의료생협을 만들었다.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원·출자금 등이 필요하며, 이사회와 창립총회 등 절차도 밟아야 한다. A 목사는 정상적으로 설립 절차를 밟은 것처럼 조합원 설립 동의서와 출자금 납입 증명서, 창립총회 의사록 등을 허위로 작성해 부산시에 제출했다. 특정 개인이 의료생협 전체 출자금의 20%를 초과해서는 안 되는데도 A 목사 자신이 전액 출자했다. 조합원 대부분은 이름만 올렸을 뿐 병원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몰랐다.

A 목사는 2007년 7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의원, ○○병원, ○○한의원을 세워 운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20억 6,148만 원을 받았다. 법원은 "의료생협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인 것처럼 가장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돈을 편취했다"고 했다.

법원은 사기, 의료법 위반으로 A 목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편취한 금액 상당 부분이 병원 운영비로 쓰였고, 개인이 취득한 이익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했다. 이날 A 목사와 같은 죄로 판결을 받은 피고인 3명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 선고 당시 A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 B노회장이었다. 현직 노회장이 사기와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노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회 관계자는 "보통 노회장과 다르다. (A 목사가) 병원을 운영하며 자신의 정치력을 넓혀 나갔고, 노회 안에서 임 목사를 견제할 수 있는 목사나 장로는 없다"고 말했다.

예장고신 헌법에는 목회자가 사회법에서 처벌을 받아도 권징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다만 헌법 제30조 목사에 관한 규례를 보면 "목사의 권징은 그의 소속 노회가 집행함이 원칙이나 목사의 소재 사정을 따라 그 지역 노회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A 목사가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노회 안에서는 시벌(권계·견책·정직·면직·수찬정지·출교) 문제를 놓고 상반된 의견이 오갔다.

B노회장 C 목사는 3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노회장이라고 해서 모른 체한 건 아니다. '잔여 임기를 채워 달라'고 한 적 없다. 실정법을 어겼기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노회 안에서는 '법을 위반했으니 권징해야 한다'와 '자숙하고 있는데 권징하는 건 부도덕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결국 후자에 무게가 쏠렸다. A 목사는 공개 사과를 했고, 노회에서 설교와 성례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목사가 부산에 세운 한 병원. A 목사는 현재 병원 운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A 목사는 노회장 임기를 마침과 동시에 지난해 11월 은퇴했다. 노회에 정년보다 2년 일찍 은퇴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류를 제출했다. 현재 신분은 은퇴목사이고, 별다른 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2월 14일, 부산 해운대구 한 카페에서 A 목사를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는 설립 과정에서 행정적 문제가 있었을 뿐 부정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A 목사는 "2000년대 중반 부산시에서 요양 병원 설립을 적극 장려했다. 의료생협만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만들다 보니 서류 같은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생각했던 만큼 목회도 잘 안 되던 시기였고 '의료 목회'를 하면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어 뛰어들었다"고 해명했다.

'정치력'으로 자리를 보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덕스럽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깨끗하게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노회 임원회가 '잔여 임기를 채워 달라'고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잔류한 것이다. 자리에 욕심이 있었다면 은퇴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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