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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마련한 예배당 허물라니…
고등제일교회, LH 주택 사업으로 철거 위기…20억 빚지고 이전할 상황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2.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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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신축한 지 얼마 안 된 교회가 국책 사업으로 헐릴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고등제일교회(백인선 목사)다. 2008년 새 예배당을 건축한 고등제일교회는 3년 후 예기치 못한 소식을 들었다. 주변 일대가 '보금자리 주택 사업 지구'로 선정돼, 교회를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49년 지역 토박이 교회
33년 만에 신축했는데…

고등제일교회는 49년 고등동을 지킨 토박이 교회다. 2008년 예배당을 신축할 때까지, 개척 초기 세운 건물에서 33년을 지냈다. 예배당을 새로 짓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고등동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1999년 기회가 찾아왔다. 김대중 정부가 고등동 일부 지역을 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 준 것이다. 성남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지구 단위 도시계획을 세워 개발을 제한했다. 2004년부터 고등동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고등제일교회도 이때의 도시계획에 따라 예배당을 새로 지을 수 있었다. 2006년 공사를 시작해 2008년 지금의 예배당을 신축했다.

예배당 신축은 교인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교인들은 20년 넘게 건축 헌금을 내면서 건축을 위해 기도했다. 25년 동안 건축위원장을 지낸 박윤호 장로는 "가난한 교인들이 한 푼 두 푼 헌금을 내며 건축비를 마련했다. 몇 십 년 기도하며 준비한 예배당이다"라고 말했다.

신축한 지 얼마 안 된 고등제일교회가 헐릴 위기에 놓였다. 교회와 일부 주택을 제외하고 주변 건물은 대다수 철거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011년, 예배당을 지은 지 3년이 됐을 때 고등동 일대가 보금자리 주택 사업 지구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부동산 정책 일환으로 보금자리 주택 사업을 펼쳤다. 수도권 일대를 사업 지구로 선정해, 해당 지역 건물과 도로를 모두 밀고 토지를 정비한 뒤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말에 교인들은 당황했다. 20년 넘게 기도하며 세운 예배당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허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예배당은 성남시 도시계획에 따라 지었다. 정부가 3년 만에 정책을 뒤집는 모습을 보며 허탈했다. 보금자리 주택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 교회를 그대로 존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LH는 존치가 어렵다고 통보했다. 만약 존치를 원한다면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따르라 했다. 존치 부담금 3억 원을 LH에 지급하고, 교회 존치로 개발하기 어렵게 되는 주변 자투리 땅 450평을 매입하는 것이다. LH가 제안한 땅은 평당 1,000~2,000만 원에 이르는 토지로, 매입 비용이 최소 약 45억 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제안이었다." 박윤호 장로가 말했다. 고등제일교회는 존치를 포기하는 대신 LH에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420평 상당 종교 부지를 요구하고, 현 예배당과 비슷한 규모로 새 예배당을 건축한 후 이전하겠다고 제안했다.

교인들은 국토교통부, 감사원, LH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LH는 그래도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상보다 낮게 책정된 보상금
이전하려면 20억 대출해야

2015년 11월, 보상금이 공개됐다. 교인들은 또다시 실망했다. 보상금이 예상보다 턱없이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보상금은 건물 보상비(약 31억 6,800만)와 토지 보상비(약 25억 9,000만)를 합쳐 약 57억 원으로 책정됐다.

고등제일교회는 건물과 토지가 모두 시세보다 적게 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는 2009년 교회를 신축하면서 34억 원을 들였다. 박 장로는 "건축비 34억만큼만 받아도 지금은 시세가 올라 우리가 손해다. 그보다 더 적은 31억 원을 주겠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토지 보상비도 주변보다 적게 나왔다. 교회 바로 옆에 있는 토지는 보상비가 평당 약 1,500만 원이었는데, 교회 땅은 평당 약 890만 원으로 계산됐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보상비가 약 1.6배 차이가 난다.

LH 관계자는 "교회 옆 토지 보상비가 높은 건 도로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 인접한 토지는 모두 평당 1,500만 원이다. 그 뒤쪽 토지는 모두 교회와 같다. 평가 과정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고등제일교회는 토지 보상비가 평당 약 890만 원인 반면, 그 앞에 토지는(교회를 바라볼 때 왼쪽 공터) 평당 1,500만 원이다. 

교회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보상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다시 감정평가한 후 보상액을 59억 원으로 조정했다.

고등제일교회가 요구하는 보상비는 약 80억 원이다. 현재 LH가 개발하고 있는 고등 지구 안에는 종교 부지가 2군데 있는데, 그중 교회가 입주할 수 있는 만큼 넓은 곳은 한 군데다. 교회는 해당 종교 부지로 들어가는 데 드는 비용을 80억 원으로 보고 있다.

박윤호 장로는 "건축비와 토지 매입비를 합치니 80억 원이 나왔다. 건축비는 현재 예배당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토지 매입비는 아직 LH가 분양비를 제시하지 않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주변 토지 시제를 참고해 추산했다"고 말했다.

결국 고등제일교회는 지난해 7월 LH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21일 법원은 교회 건물과 토지를 감정평가했다. 하지만 행정소송에 이긴다 해도 낙관할 수 없다. 교회가 승소해도 보상비는 10% 내외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백인선 목사는 "교회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모습이 선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방법이 행정소송밖에 없었다. 우리가 무슨 이득을 더 내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LH의 보상금은 교회가 이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약 23억 원을 추가로 대출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기존에 예배당을 신축하면서 진 빚 10억 원을 아직도 갚고 있다. 교회 1년 예산이 3억 원이다. 20억 원을 더 대출하면, 교회는 말 그대로 파산이다"라고 말했다.

LH 측은 토지 수용과 보상금 평가 절차가 모두 합법적이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교회가 처한 상황은 안타깝지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이미 보상을 받고 떠난 주민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혜택을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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