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이제 곧 한 달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그에게 몰표를 준 보수 기독교인들 입맛에 맞는 정책을 계속 추진해 왔다.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목사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존슨 수정헌법' 폐지를 약속했다.

자기를 뽑아 준 이들에게 반이슬람, 종교의자유 보장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 하지만 아직 한 가지, '동성 결혼'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LGBTQ(성소수자를 통칭하는 단어) 이슈 페이지를 삭제했다. 이 행위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동성애 운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 예측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백악관은 1월 31일 '성소수자 보호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미국인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성소수자 행보를 기대한 보수 기독 단체들은 백악관 성명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트럼프가 오바마 정부의 친성소수자 정책을 이어 갈 것이라는 증거는 또 있다. 오바마 정부는 2015년 2월, 전 세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지원하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 특사'라는 직책을 만들고 랜디 베리(Randy Berry)를 임명했다. 외교 안보 매체 <포린 폴리시>는 2월 13일, 트럼프 대통령도 이 성소수자 인권 특사 직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전역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며 트럼프 입만 바라보던 보수 기독 단체들은 랜디 베리의 유임으로 할 말을 잃게 됐다. 다수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이 이슈에서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사회 이슈에서 진보 성향을 보이는 딸 부부의 조언으로, 앞으로도 보수 기독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반동성애 정책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반짝이는 재'는 보라색 반짝이를 섞어 만든다. 이벤트에 동참하는 교회들은 평소 사용하는 까만 재 대신 이 재를 사용하게 된다. 패리티 페이스북 갈무리

재의수요일 맞아
검은색 재 대신 보라색 재
성소수자 기독인 위한 행사

여전히 '동성 결혼 반대'를 외치는 보수 기독교인을 뒤로 하고, 미국 내 여러 교단은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PCUSA(미국장로교회), 성공회, 미국연합그리스도의교회(UCC) 등 성소수자에게 목사 안수를 주는 교단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성소수자를 교인으로, 목사로 인정하는 교단들은 기성 기독교가 시도하지 않았던 진일보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한다.

'반짝이는 재의수요일'(Glitter Ash Wednesday)도 그중 하나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수요일에는, 회개의 의미로 종려나무 잎을 태운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긋는 의식이 있다. 미국에서는 재의수요일에, 이마에 검은색 십자가를 그린 사람들을 종종 마주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재의수요일에는 '반짝이는 재'로 십자가를 그리자는 것이다.

'반짝이는 재의수요일' 이벤트는 PCUSA 소속으로 뉴욕에 기반을 둔 '패리티'(Parity)라는 단체가 시작했다. 패리티는 도덕과 희망의 상징을 내포하고 있는 '반짝이는 재'가 성소수자 기독교인의 신앙고백이라고 밝혔다. 에드먼즈-알렌(Edmonds-Allen) 대표는 "이마에 반짝이는 십자가를 긋는 것은 성소수자 기독인 혹은 그들을 지지하는 기독인들이 '우리가 여기 있다'고 알리는 행위"라고 <USA투데이>에 밝혔다.

패리티는 여기에 동참할 교회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벌써 캘리포니아, 미주리, 매사추세츠, 앨라배마 등 전국 각지 교회가 문의하고 있다. 성소수자 친화 교단인 '메트로폴리탄커뮤니티교회'는 이미 교단 차원에서 '반짝이는 재의수요일'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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