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세월호 엄마들이 무너진 가슴으로 엮은 뜨개 작품들이 2월 19일 일요일까지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갤러리에 전시된다. '치유공간이웃' 주최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3년간 슬픔을 견뎌 온 희생자 엄마들의 그리움이 담긴 작품들, 참사 이후 엄마들이 고마움을 느낀 사람들에게 쓴 편지와 뜨개 작품, 김선두 화백의 그림 및 이이남 화백의 애니메이션 영상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18일(토)과 19일(일) 오후 3시부터 4시 반까지는, 세월호 엄마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전시에 참여한 시민 모두와 '치유밥상'을 나눈다. 치유공간이웃은 밥상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유가족과 같이 밥을 먹으며 시간을 버텨 왔다. 이 코너를 전시에 넣고 싶었지만, 전시 공간에서 밥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냄새나지 않는 차와 다과를 나누는 방식으로 치유밥상 코너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 기획을 하는 데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엄마들은 처음에 뜨개질을 할 줄 몰랐다. 그리움을 견디기 위해 가장 쉬운 것부터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쌓여서 2,800개가 되었다. 전시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작품에는 아이 이름과 엄마 이름이 함께 새겨 있다. 

벽에는 초록실 한 줄이 죽 이어져 있다. 초록실은 '그리움'을 상징한다. 실타래가 다 풀어지도록 그리움은 끝이 없고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엄마들이 한 말을 문구로 만들었다. 

엄마들은 뜨개질을 하면서 조금씩 치유된다. 그러다 보니 고마운 사람이 하나씩 생각났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뜨개질을 했고, 편지를 썼다. 

전시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마루에 앉아 길게 늘어진 목도리에 한 번씩 뜨개질을 할 수 있다. 전시가 끝나면 목도리를 일정한 길이로 나눠 도와준 분들과 나눌 예정이다. 엄마들은 처음 뜨개를 시작할 때 주로 어두운 실을 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밝은 실을 사용하게 됐다고 치유공간이웃 관계자는 설명했다. 

2월 17일, 100여 명이 모인 전시장에서 뜨개질을 해 온 엄마들과의 이야기 시간이 열렸다. 한 엄마는 "사람들 많은 곳에 가는 게 제일 싫다. 너무 싫다. 말 주변도 없는데. 사실 오늘도 나오기 싫었다. 하지만 나오길 잘한 것 같다. 아직도 우리와 마음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다른 엄마는 "친정도 가기 싫다. 어디 가서 딸 이야기도 안 한다. 다들 이제 그만 보내 주고 마음에 묻으라고 하는데, 아직 나는 그럴 준비가 안 됐다. 그런 말을 들을 때가 제일 힘들다. 그러니 아예 이야기를 안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니?'라고 물어본다. 자기 전에는 '엄마는 오늘 OO를 했어'라고 이야기한다. 아직도 이렇게 보내기가 어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관객들도 함께 울었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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