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함께와 기독청년아카데미는 마을 공동체와 공유 주택 탐방을 공동 기획했다. 20여 명의 참가자는 '해방촌 빈집',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민달팽이집', '우리동네사람들'에 이어 '밝은누리 인수마을'을 방문했다. - 글쓴이 주

질의응답 시간이 길었던 이번 탐방에서는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모여 사는 이유가 뭔가요?"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거의 모든 질문은 이 물음에 맞닿아 있었다. '여럿이 모여 살면 사생활이 없을 것 같은데', '모여 살기 위해서는 긴 통근 거리도 감수해야 하고', '모여 살면 경제생활도 불편해지지 않을까?'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같이 살고 있는 것일까?'

모여 사는 사람들 이야기

밝은누리 인수마을은 1991년에 청년들이 모여 살면서 시작되었다(그동안 '아름다운마을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왔다가 2017년부터 이름을 '밝은누리'로 바꿨다. 농도상생마을공동체운동을 토대로 하여 한반도 생명 평화 공동체 운동을 하고자 한 뜻을 담았다고 한다). 이들은 영성 훈련을 위해 모여 살게 됐다. 홀로 살아가는 영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영성이 두루 훈련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이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흩어져 살게 되었는데, 떨어져 있다 보니 모이기가 힘들어졌고, 공동체를 떠나서는 하나님나라 가치를 따라 살기 어려웠다. 대학 졸업 이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자주 만나기조차 어려워졌다. 자연스러운 변화였으나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것으로는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따라 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모여 사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이후 결혼하지 않은 청년과 결혼한 가정이 마을을 이루며 살았다. 그 마을이 오늘까지 이어져 현재는 20여 가정과 비혼 공동체방 8개를 포함해 150여 명이 살고 있다. 인수마을에는 2010년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농사와 대안 교육을 고려하면서 강원도 홍천으로 공동체 귀농 귀촌을 한 것이다.

결혼한 가정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레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이러한 고민이 모여 대안 교육과 대안 학교로 이어졌다. 현재는 유아교육 과정부터 고등교육 과정까지 각 과정마다 대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인수마을에서는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과 아름다운마을초등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홍천마을에서는 생동중학교와 고등·대학 통합 과정인 삼일학림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공동체 회원들 자녀와 지역 아이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귀농, 귀촌도 혼자가 아닌 공동체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동체적 귀농 귀촌을 시도해 강원 홍천군 서석면에 농촌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도시 마을 공동체와 농촌 마을 공동체는 다양하게 교류, 협력하면서 농도상생마을공동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도시에 사는 청년들이 휴가를 내 홍천마을에서 피정하거나 농촌 일을 함께하는 일도 자주 있다고 한다. 농(農)의 가치를 중심으로 농촌과 도시가 교류할 때 서로를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안을 만드는 에너지
'모여 사는 것'

지금 한국 사회에서 '모여 사는 것'은 낯선 문화이다. 긴 노동시간, 치열한 경쟁, 빈부 격차, 물질주의 등 '모여 살지 않을' 수많은 이유가 있다. 이러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도, 사회도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얼마나 개선이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밝은누리'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주거 문제, 교육 문제, 농촌 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대안을 일구며 살아왔다. 이들이 일일이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다양한 사람이 가까운 공간에 모여 살며 지속적으로 만났던 것이 대안 문화를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특별하고 거대한 일을 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함께 헤쳐 나가다 보니 여러 열매가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모여 사는 이유가 뭔가요?"라는 물음에 대한 이들의 답은 무엇일까. 이들은 공동체로 사는 게 영적 성장에, 자기 훈련에, 경제적으로 유익이 있다고 말한다. 그뿐 아니라 공동체로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당연한 것부터 시작했던 이들이 대안을 만들어 냈고, 한국 사회문제에 대한 다른 해결 방법을 보여 주었다.

한형빈 / 희년함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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