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서울에 있는 한 교회가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교인이 두 부류로 나뉘었다. 주일마다 한쪽은 교회 안에서, 한쪽은 교회 밖에서 예배한다. 원로목사가 후임 목사를 데리고 오면서부터 분쟁이 시작됐다. 후임 목사 목회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교인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따로 예배하게 됐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뿐, 목회자가 세대교체된 후 어려움을 겪는 교회가 종종 있다. 원로목사 목회 철학과 설교를 좋아하던 교인들이 후임 목사 스타일을 거부하고 교회를 떠난다. 청빙된 지 얼마 안 된 후임 목사가 사임하기도 한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한목윤·전병금 위원장)가 한국교회 안에 '분열'로 드러나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와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세미나를 열었다. 2월 1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한 세미나에는 목회자 및 교인 70여 명이 참석했다. 원로목사인 백장흠 목사(한우리교회), 손인웅 목사(덕수교회)와 담임목사 강준모 목사(남성교회)가 발제했다.

백장흠 목사는 원로목사에게, 사역에서 물러난 후 섭섭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원로목사는 참견 줄이고
후임 목사는 배척 말아야
당파 짓기는 '사탄의 농단'

백장흠 목사는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가 경쟁자가 아니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강조했다. 원로목사인 그는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을 '경쟁심'으로 보았다. 원로목사는 '내가 이 교회를 세웠는데'라는 마음으로 교회 일에 참견하려고 한다. 후임 목사는 "이제 내가 이 교회의 주인이다"라는 생각으로 원로목사를 배척하는 경우가 있다. 백 목사는 이 두 모습 다 옳지 않다고 했다. 목사들이 교회 사역을 '자신의 사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함께 동역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원로목사들에게 "섭섭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은퇴하고 후임이 오면 교인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자기가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 허전하고 공허할 때가 있다. 후임 목사에게 인간적으로 기대했던 것들이 충족되지 않아 섭섭할 수 있다. 백 목사는 이런 모습이 세대교체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원로목사는 섭섭해하지 말고 후임 목사 편에 서서 더욱 지지해 주라고 말했다. 특히 후임 목사가 자신의 설교나 사역에 대해 묻기 전까지는 피드백하지 말라고 했다.

백 목사는 후임 목사들에게도 당부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자신의 목회를 하라고 당부했다. 후임 목사가 교회에 오자마자 강대상 인테리어부터 바꾸는 경우가 있다. 원로목사의 흔적을 지우고, 원로목사와 다른 방식으로 목회하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백 목사는 외부적인 모습을 바꾸는 것보다 원로목사와 자신의 다른 점, 현재 교회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천천히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손인웅 목사는 리더십이 교체될 때, 교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손 목사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를 절대 비교하지 말고 한결같이 존경하고 사랑해 주라고 했다. 그는 "어떤 교회는 교인들이 원로목사파와 담임목사파로 나뉘어 목회자들 사이를 이간질하기도 한다. 이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큰 죄악이고 교회를 파괴하는 사탄의 농단이다"라고 말했다.

12년째 후임 목사로 사역 중인 강준모 목사. 그는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가 친정어머니와 딸과 같은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뉴스앤조이 최유리

원로-후임은
시어머니-며느리?
친정어머니-딸처럼
긴장감 없어야

원로목사들의 발제가 끝나고, 후임 목사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강준모 목사는 원로목사와 함께 12년째 사역하고 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이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를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비유하지만 그보다는 '친정어머니와 딸' 같은 긴장감이 없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목사는 "원로목사님이 늘 나에게 은혜 많이 받는다고 말해 주신다. 그렇게 지지해 주신다. 원로목사가 친정어머니처럼 후임자를 잘 다독이면, 교회 안에서 가장 큰 힘을 줄 수 있는 선배이자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리더십 교체 시기에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두 목사가 '교회 평안'을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두어야 하낟고 했다. 부부가 화목하면 자녀들이 잘 자라는 것처럼,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 양보하면서 교회를 지켜 가야 한다고 했다. 강대상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목사가 정작 사랑의 삶을 살지 않으면 말씀의 권위가 세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가 목사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발제가 끝나고 한 참가자는 원로목사들에게 "얼마나 자주 예배에 참석하느냐"고 물었다. 어떤 사람은 원로목사가 교회를 아예 떠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옆에서 친정어머니처럼 돌보는 게 좋다는데, 각자 정한 매뉴얼이 있느냐고 했다.

손인웅 목사는 주로 1부 예배에 간다고 답했다. 1부 예배는 다른 예배에 비해 비교적 교인 수가 적은 편이다. 교인들에게 원로목사가 완전 교회를 떠났다는 불안감은 줄이되, 많은 교인을 만나지 않아 담임목사에게 부담이 적은 1부 예배를 선호한다고 했다. 백장흠 목사는 2~3주에 1번꼴로 예배에 참석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지방에 있는 교회들을 순례하며 부흥회를 연다. 지방 교회로부터 사례비도 받지 않는다. 백 목사는 여러 원로목사가 은퇴 후 남는 시간을, 인력이 부족한 지방 교회를 돕는 데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를 본 정주채 목사 역시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은퇴한 지 3년이 넘은 그는, 예배에는 참석하지만 은퇴 후 3년간 설교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스스로 세웠다. 그는 "청빙된 후 3년은 후임 목사가 교인들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로목사가 설교하면 교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기준을 세웠다. 부탁이 와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