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으로 사람들을 살린 여수시 박성미 시의원.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하트 세이버', '의인', '선한 사마리아인'….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을 수식하는 말이다. 죽음에 직면한 이들의 목숨을 구해 주고 얻은 별명이다. 그는 지금까지 초등학생, 노인 등 3명을 심폐소생술(CPR)과 인공호흡으로 살렸다.

기독교인이기도 한 박 의원은 이런 일을 계기로 유명해지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2월 16일 여수시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의원은 "'하트 세이버'나 '의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 의원은 막내아들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2월 9일 가장 많은 조명을 받았다. 아들 졸업식은 학교 체육관 안에서 열렸다. 한창 졸업식을 보고 있는데, 박 의원 큰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체육관 바깥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했다. 70대 남성 노인이 축 늘어져 있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 2명이 동태를 확인했다. 박 의원은 직감적으로 심정지가 왔다고 판단했다. 시의원이라는 신분을 밝히고 인공호흡과 함께 CPR을 했다. 처음 인공호흡을 했을 때 노인의 틀니가 빠져나왔다. 경찰관과 번갈아 가며 CPR을 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네 번째 CPR을 하는 순간 박 의원은 '할 수 있다 하신 이'라는 복음성가를 떠올리며, 노인의 가슴을 있는 힘껏 눌렀다. 그 순간 '헉'하는 소리와 함께 노인이 가는눈을 떴다. 애타게 바라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손뼉을 쳤다. 노인은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며칠 뒤 퇴원했다. 박 의원이 구해 준 노인은 아들 친구의 할아버지였다. 다음 주 박 의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고 알렸다. 박 의원은 "내가 아닌 하나님께서 그분을 살려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PR과 인공호흡은 여수지역아동센터연합회장으로 있을 때 터득했다. 요양보호사를 교육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초등학생을 구한 사례도 있다. 2010년경 지역 아동 센터 아이들이 공단 견학을 다녀왔을 때였다. 차 안에 있던 초등학생이 갑자기 쓰러졌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입 주변은 푸른색을 띠었다. 박 의원은 망설임 없이 CPR과 인공호흡을 했다. 병원 측은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014년에는 여수시 행사 도중 쓰러진 50대 남성을 같은 방법으로 살렸다.

한 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사람을 살렸다. 박 의원은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을 신앙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아침·저녁마다 기도하는데요. 제가 어디에 있든지 그분의 작은 도구로 쓰임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주신다고 믿어요. 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인데 '하트 세이버'와 '의인' 같은 말을 들을 때면 그저 부끄럽죠. 여러 번 경험했다고 전혀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에요. 용기가 필요해요. 만에 하나 저로 인해 더 잘못될 수 있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항상 너와 함께한다는 마음을 주세요. 확신이 있었기에 그분들을 살릴 수 있었어요."

박 의원은 CPR과 인공호흡을 배워 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심정지가 이뤄지는 장소 51%가 가정(집)이라고 했다. 그는 가까운 관공서나 보건소에 가면 교육받을 수 있다며 가족과 이웃을 위해 배워 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손·한부모·다문화 가정 관심
"세월호 참사,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아픔"
국정 농단 사태에 1인 시위

소방서는 사람을 구한 박 의원에게 화재 진압용 스프레이를 선물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수시의회 의원은 총 25명이다. 이 중 여성은 5명이며, 박성미 의원은 환경복지위원회 소속이다. 특히 조손·한부모·다문화 가정 등에 관심이 많다. 박 의원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어머니는 서울 도곡동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박 의원을 키웠다.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혹은 이혼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낙인찍힌 아이들이 많아요.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보호를 받아야 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무료 공부방인 지역 아동 센터를 세웠어요. 이곳을 거쳐 간 아이들은 각자의 꿈을 찾아 대학, 기업, 호텔 등으로 갔어요.

어른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일일 부모 역할만 해 줘도, 이 아이들은 적잖은 영향을 받아요. 바른 인성, 건전한 사회성을 아이들 스스로 깨우치게 되거든요. 그리고 자신처럼 어려움에 처한 친구나 동생을 돕게 되고요."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 이야기도 나왔다. 박 의원 코트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한창 웃으며 이야기하던 박 의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잘못이며, 잘못된 리더에 의해 발생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타령 그만하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생때같은 내 새끼라면 그런 소리 절대 못 해요. 차가운 진도 앞바다에 아직도 9명이 있어요. 세월호 참사를 생각할 때마다 '대체 이게 국가인가' 의문이 뒤따라요. 세월호…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국가의 잘못뿐만 아니라 지도자(대통령)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안목을 갖춘 분이 대한민국을 이끌었으면 해요. 설령 사고가 난다 해도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고,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분 말이죠."

지난해 국정 농단이 터지자마자 박성미 의원은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여수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박 의원은 시의원이 아닌 자녀를 둔 부모로서, 지역사회 시민으로서 피켓을 들었다고 했다.

"국정 농단은 이화여대 정유라 사건과 함께 불거졌잖아요. 피켓은 시의원이 아닌 1남 3녀를 키우는 아이의 엄마로서 들었어요. 누군가의 자녀가 특혜로 대학에 진학했다는 말을 들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누구 말대로 내 아이는 부모를 잘못 만나 죽어라 공부해야 했는지 '자괴감'이 들었거든요. 저 말고도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거리에 많이 나왔어요."

박성미 의원은 공평·공정·평등·정의를 언급하며 결국 성경 말씀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왜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는 건가요. 자기와 측근의 이익만 따졌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하라고 국민이 그분에게 표를 준 게 아니거든요.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공정하게 대우해 달라 했는데, 이를 외면했잖아요. 예수님은 사람을 차별하거나 외면하지 않으셨고, 공정하고 정의로우셨잖아요. 정말 그런 분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독교인은 당연히 이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믿어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촛불 집회에 참여해 오고 있다. 사진 제공 박성미

인터뷰를 진행한 16일, 박성미 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사회복지특별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박 의원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약과 제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시의원 비례대표지만, 시민들 지지가 이어지면 정치를 이어 나갈 생각이다.

"양성평등 사회임에도 여성은 아직 사회적 약자예요. 특히 정치 영역은 더 하죠. 저는 여성들이 편견을 깨고 정치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겪는 고충은 여성이 가장 잘 이해하잖아요. 목소리가 많아지면 더 빨리 개선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시민이 원하면 계속 정치를 해 보고 싶어요. 지역 현안 문제를 꼼꼼히 챙기면서 나아가려 합니다."

지난해 국정 농단이 터지자마자 박 의원은 대통령 탄핵과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사진 제공 박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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