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바른교회아카데미가 2월 13일 개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세미나의 두 번째 주제는 '교회의 정치제도와 직제'였다. 발제자로 나선 박경수 교수(장신대)와 이국운 교수(한동대)의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교회, 항존직 오해
직분은 계급·서열 아냐

박경수 교수는 16세기 칼뱅의 제네바교회와 오늘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의 직제를 비교하며, 한국 장로교회가 직분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뱅은 제네바교회에서 직분을 목사, 교사, 장로, 집사로 구분했다. 그런데 예장통합은 목사, 장로, (안수)집사, 권사 직분을 두고, 이 네 개를 '항존직'으로 규정한다. 예장통합을 비롯한 한국교회 장로교단은 제네바교회와 달리 여성 집사를 제한하고 있다. 제네바교회에는 권사라는 직분이 없었다. 권사의 뜻을 보면 사실상 여성 집사다.

박경수 교수는 한국 장로교회가 항존직이라는 말도 오해하고 있다고 했다. 항존직은 그 직무를 말하는 것이지 직무를 맡은 사람에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교회가 존재하는 한 목사·장로·집사의 사역은 언제나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미지, 그 사람이 70세까지 계속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경서 교수는 한국 장로교회가 항존직을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 교수는 한국 장로교회가 직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사·장로 등 직분을 계급이나 서열로 여겨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드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제는 비본질적인 영역이라, 각 지역 문화와 전통을 고려해 자유롭게 변경할 수도 있다고 했다. 모든 직분은 교회를 바르게 세우는 데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장로교 정치체제를 향한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개교회주의 병폐를 막으려면 노회 역할과 중요성이 복원돼야 한다고 했다. 총회 총대 수도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예장통합 총회 총대는 1,500여 명이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약 300명)보다 다섯 배나 많다. 게다가 총대 중 여성은 24명에 불과했다. 박 교수는 청년·여성 등 총대를 다양하게 구성해 교회 안에 여러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개혁은 사회 혁명
공화적 헌정주의 도입

이국운 교수는 '교회의 정치제도와 직제 - 헌법학자의 시각'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종교개혁이 추구한 정신을 탐구하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는지 살폈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이 개혁보다 혁명에 가깝다고 했다. 종교개혁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칼뱅주의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종교개혁이 기독교를 세계회피적 종교에서 세계형성적 종교로 바꾼 사건이었다고 정의했다.

이국훈 목사는 프로테스탄트가 있을 자리는 소수, 비주류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종교개혁 이후 교회는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갔다. 성별·인종·신분 차별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교회가 나갈 방향은 확실히 정해졌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 위계질서도 전복했다. 교회는 이제 교황에서 시작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위계 조직이 아니다. 개개인이 자유와 평등으로 모인 조직이다.

종교개혁은 교회 정치제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교회 '성원권'이 갖는 의미가 확대됐다. 원래 성원권은 성찬에 참여할 수 있는 의례적 자격이었다. 종교개혁 이후, 교회 안에 의사결정과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자격으로 바뀌었다. 교회 정치제도는 대의 정부 형태를 띠게 되었다. 헌법을 세워, 교회 구성원이 법의 지배를 받게 했다. 교회 내 기관들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공화적 헌정주의도 도입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 프로테스탄트 정신을 왜곡해서 받아들였다. 이국운 교수는 한국교회가 기득권 수호를 위해 국가주의와 결탁하고, 배타적인 경건주의·교파주의를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와 평등을 기초로 한 프로텐트탄트의 다양한 실험을 한국교회가 금기시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사회에서 다수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교수는 프로테스탄트가 사회에서 주류가 되는 일은 이례적이고 신기한 사건이라고 했다. 프로테스탄트의 올바른 위치는 소수, 비주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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