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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 '동성애 혐오'가 필요한 이유
[인터뷰]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 "성소수자 존재 긍정만으로 충분치 않아"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02.1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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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기독교가 타 종교보다 유독 열심인 분야가 있다. '동성애 혐오'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반동성애 운동은 최근 한국교회를 하나로 묶어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다수의 교단이 이렇게까지 한 사안에 한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불교는 기독교보다 성소수자에 관대한 편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차별받고 있는 소외된 이웃의 손을 잡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평등 정신이 담긴 헌법을 뒷받침하는 차별금지법이 논의됐으나 일부의 오해와 반대로 지체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논의가 있을 때마다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친 기독교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국교회는 어쩌다 반동성애 운동에 올인하게 됐을까. 최근 출간된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교양인)에는 '한국 기독교는 왜 동성애 혐오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꼭지가 실려 있다. 글쓴이는 한국교회가 단순히 신학적인 이유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WCC 개최 논란, 기독자유당 약진 등 개신교 내 정치적 흐름을 따라 '동성애 혐오'를 설명한다.

한채윤 상임이사는 1996년부터 성소수자 인권 활동에 몸담은, 이 분야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사진 제공 한채윤

이 책은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가 썼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그는 1996년부터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이쪽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현재 퀴어 문화 축제 퍼레이드 기획단장,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아카데미팀장,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아닌데도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까지 동성애를 혐오하는지 알아보려고 기독교 역사부터 공부한 열심파다.

2월 10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한채윤 이사를 만났다.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비기독교인으로서 보는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 이사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기독교인 아닌 내가
교회사 공부한 까닭

- 기독교가 대대적으로 동성애 반대 운동에 나선 건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때인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겪으면서 기독교가 대혼란을 겪었다. 김대중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노무현 때는 사학법과 싸우면서 기득권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2007년 사학법 재개정을 이뤄 냈는데 같은 해 10월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입법을 예고했다. 사학법 투쟁을 하면서 기독교가 기득권을 지키려면 정부의 입법정책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후였다. 공동으로 움직여서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을 무산시켰다.

- 2007년과 비교하면 성소수자들 목소리는 더 커졌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동시에 '반동성애 운동'은 더 거세진 것 같다.

2007년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성소수자 인권 운동은 성장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성장하면서 그만큼 사회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외부 요인도 컸다. 오바마가 집권한 8년 동안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을 완전한 법으로 인정받게 한 것이 주요 성과였다. 한국에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실 이 정도 영향을 못 끼친다. 미국을 보며 기독교인들은 큰 두려움을 갖는 거다. 반동성애 운동하시는 분들 중에 미국 다녀오신 분이 많다. 그러니 미국 사례를 얘기하며 한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 겁을 먹게 된다.

- 2014년 서울 신촌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를 기점으로 반동성애 운동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2015년, 2016년 교계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미 '반동성애 운동'이라는 하나의 생태계가 조성된 것 같다. 직업군을 하나 개발했다고 생각한다. 이게 하나의 생계가 되는 거다. 싸움이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생태계가 한 번 구성되면 더 거세지기 때문이다.

퀴어 문화 축제 퍼레이드 기획단장인 그는 당일 누구보다 바쁘다. 사진 제공 박김형준

- 기독교인이 아닌데도, 교회가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분석하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다.

나는 1996년부터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때도 동성애자 모임이라고 와서 욕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이텔·천리안 등에서도 두세 달에 한 번씩은 동성애 논쟁이 있었다. 며칠씩 지속되다 사라지고 했는데 그때도 반대하는 분들은 대부분 기독교인이었다.

기독교가 동성애를 싫어하는데 우리가 이걸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강력한 절대자가 내 존재와 직결되는 동성애를 싫어한다는 것이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신학자들이 쓴 논문을 찾아보며 동성애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다양하게 접했다.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망했다고 하는데 신학계 정설은 그게 아니란 것도 알았다. 이걸 알고 난 뒤에는 안심이 됐다. 내가 기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절대자는 무시할 수 없는 분이지 않나.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되고 반동성애 운동이 끝날 줄 알았는데 2010년부터 다시 시작됐다. 그때는 정말 순수하게 궁금증이 생겼다. 기독교는 왜 동성애를 반대할까. 성경에 나와 있다고 하지만 그건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여러 개 있다. 그리고 다음 궁금증이 생겼다. 기독교는 유교만큼 성을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종교다.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왜 이렇게 바라보는지 거기에서부터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

초기 기독교 역사부터 공부했다. 종교 자체가 가진 역사를 이해하려 했다. 박해받다가 로마 국교가 된 과정, 제국의 국교였다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거기서 또 그리스정교와 러시아정교가 나뉘고, 가톨릭 안에서 개혁파가 생겨 개신교가 분리되고, 그 뒤 미국으로 넘어갔다 한국으로 어떻게 넘어오게 됐는지를 공부했다. 한국에서는 구한말부터 시작해서 최근까지 개신교 관련 역사 논문, 책을 많이 읽었다.

성소수자 차별 보며
행동 않는 기독교인
괜찮은가

-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평소 여기에 관심 없던 목사·교인도 이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반동성애 진영의) 물량 공세가 워낙 강하다. 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들은 평소 이 문제에 대해 잘 몰랐을 확률이 높다. 에이즈라고 하면 에이즈려니 하고, 동성애자면 동성애자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동성애에 대해 부정확하고 왜곡한 이야기만 듣는데 그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하도 동성애에 대해 떠드니까 이걸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반동성애 운동에서 만든 자료만 봤을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다른 주제도 이렇게 불성실하게 자료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온다지만, 반동성애 자료를 올린 사람들은 원래부터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해야 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동성애에 편견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동성애 반대하는 분들이 얘기하는 자료는 상식적이지 않다. 에이즈 치료비 관련해서도 그렇다. 한국에 등록된 HIV바이러스 감염인이 1만 3,000명 정도 된다. 반대 진영은 여기에 잠재적인 사람이 많다고 추정치를 발표한다. 하지만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약값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추정치는 아무 관련이 없다. 편견 때문에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에이즈 얘기 나와서 말인데, 왜 유독 남성 동성애자만 언급할까.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성욕, 성생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남성들인데 이들이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하느냐가 주된 관심사다. 사회와 국가를 망가뜨리는 것은 남성 동성애자라고 보는 것이다. 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남자들의 관계만 중요하다.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남성으로 태어났는데 여성이 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관심이 있지 반대 경우에는 관심이 없다. 교회 내 성별 이분법 체계는 가부장제에 쏠려 있다.

한채윤 상임이사는 한국교회의 '동성애 혐오'를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이 문제를 추적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반동성애 운동이 거세기 때문에 그게 기독교 전부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동성애자를 긍정하지만 환영하지 않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동성애자를 긍정하겠다는 측면에서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분들이 있으시면 그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동성애자를 긍정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를 보고 환호하고 인정하고 지지하라는 게 아니다. 동성애에 대한 당신의 견해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교회가 반동성애 운동에 저렇게 앞장서는데 그 문제에 대한 당신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입장을 정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나는 성소수자를 긍정하는데 여기서 더 뭔가 하기를 바라는 건 너희들이 나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억울해할 수 있다. 지금 이렇게 많은 성소수자가 혐오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문제 초점을 바꿔 주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긍정은 하지만 환영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자기 위로에 불과하다. 자기가 괜찮은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성소수자를 부정해도 상관없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으니까. 내가 이해하는 걸 떠나서,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약자를 때리거나, 죽이거나, 모함하면 안 되지 않나. 그건 다른 문제다. 이해 여부를 떠나서 사람이 차별받고 맞고 있는데 이것을 보는 당신의 답변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당신이 동성애를 긍정한다고 해서 차별하지 않는 것인가. 당신이 헌금 내고 몸담고 있는 그 조직이 이토록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왜 자꾸 동성애에 대한 '입장'만 밝히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 한국교회 목회자 성 문제가 심각하다. 교회에서는 이를 잘 지적하지 않는다. 

교회 오빠는 여전히 좋은 신랑감으로 인식된다. 목사들이 저지르는 성범죄는 교회에서 잘 덮고 넘어가서 회개해야 하는 부분이지 이 문제를 음란의 영역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교회 내부 문제는 음란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교회 전체 문화는 성스럽고 경건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가지고 교회가 음란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교인들은 '우리는 이렇게 경건하게 잘 사는데 몇몇 음란한 존재가 사회를 어지럽혀 한국이 망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그 걱정이 고스란히 반동성애 운동 기조에 담긴다.

기독교는 대한민국이 망할 수 있는 큰 두 가지 위협으로 북한과 음란을 꼽는다. 외부에서 음란함을 찾는 것은 교회 결속력을 더 강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목사님들도 이 문제를 설교할 때 이성 간 음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 간 문제를 말하는 거니까 훨씬 효과적이다. 자기 상식으로는 교회 내에 그런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교회는 '동성애 혐오'가 너무 필요한 상태다.

한채윤 상임이사는 기독교가 '사랑을 말하는 종교'라는 본래 모습을 지켜 달라고 했다. 사진 제공 박김형준

혐오 퍼뜨리는 기독교
심각한 자해 행위

- 사회는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교회를 보면 어떤가.

교회는 진짜 안 변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나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젊은이들은 교회가 선동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교회는 자신들이 관심 가지는 정치적 이슈에 교인들을 끌고 와서 개입시켜 왔다.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것과 어떻게 민주국가가 되는가에서 둘을 일치시켜 놨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 되는지 관심 가져서 사람을 잘 뽑지 않으면, 동성애자가 늘어나고 에이즈가 늘어나서 우리 애들 '바텀 알바'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구조를 짜 놨다. 어른들은 자녀들 생각하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20~30대는 이 논리에 넘어가서 극보수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선동하는 것에 말려드는 것은 교회 자체, 신앙생활을 하려는 것과 다른 문제다.

- 책에 "혐오를 종교적 사명으로 만드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고 썼다. 어떤 뜻인가.

종교는 사랑을 전파하는 것 아닌가. 정책을 만들 때는 과거에 어떠했고 이 정책이 앞으로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하지만 종교는 그런 것이 필요 없다. 그래서 종교가 혐오를 퍼뜨리는 수단이 되면 위험하다. 수많은 종교전쟁처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을 억압할 수 있다.

기독교가 어떻게 박해받는 종교에서 제국의 종교가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박해받는 와중에도 왜 기독교가 없어지지 않았을까. 이 종교가 가진 사랑과 평등이라는 개념이 다른 종교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본다.

지금 한국교회는 그 역사를 스스로 없애는 일을 하고 있다. 이건 자해 행위다. 존재 근거였던 것을 잃게 되니까. 한국 기독교에는,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에너지보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상당히 많아진 것 같다. 부정적이긴 하지만 이것도 에너지니까 어떻게든 위력을 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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